생활협동조합(생협)에 가입된 국내 가구 수가 100만 세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생협은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유통하는 등 자원의 순환을 주요 철학으로 생활 속에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생협에 비상이 걸렸다.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친환경 소비에도 무심코 포함된 쓰레기나 환경문제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생명 가치 존중을 삶속에서 실현하겠다는 생협이 환경문제를 소홀히 다룬 것 아니냐는 자성이다. 대안 마련을 위한 생협의 고민과 논의를 들어본다. 

오귀복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상무

지난해로 설립 20년을 맞은 아이쿱생협(이하 아이쿱)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생협이다. 매출 규모도 가장 크다. 빠른 성장 속도만큼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과 활동 또한 다양하고 공격적이다. 

아이쿱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장기 캠페인에 힘을 쏟아 왔다. 2017부터 시작한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은 967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대표적인 소비자조합원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생활 속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고, 화학물질을 꼼꼼하게 따져서 생활하도록 유도한다. 조합원이 자신이 소비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도록 순환구조에 동참하는 우유곽 수거와 생수 마개를 모아 저개발국에 식수보급운동에 지원하는 운동도 눈의 띄는 활동이다. 

오귀복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상무는 “생협은 근본적으로 친환경 유기농을 위해 시작된 곳”이라며 “소비로 끝나지 않고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자원이 순환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아이쿱의 자원순환 방향은 2가지다. 소비로 끝나지 않고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자원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내부적으로 구축하는 것, 그리고 동시에 미세플라스틱문제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식품 검사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 공급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오귀복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상무가 말하는 아이콥의 자원순환 관련 고민들.

생수 마개를 모응 캠페인 

▶ 지금의 1회용 사용 등 환경문제 어떻게 보나. 
- 플라스틱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다. 지금은 1회용 사용 자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실천만을 강조하는 분위기나, 생산자, 정부 규제 등이 얽혀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기업들이 저마다 자구적 노력들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이런 현상들이 일회성식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사회 전체가 플라스틱 문제에 긴장감을 가지고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해 소비자는 물론 정부, 기업 등이 함께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규제와 재활용사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 아이쿱은 어떤 실천 방안을 고민하고 있나. 
- 아이쿱에서도 매주 이 문제를 논의한다. 생협은 근본적으로 친환경 유기농을 위해 시작된 곳이다. 소비로 끝나지 않고 생산-유통-소비의 과정이 선순환 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쿱의 고민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우선, 우리 안에서 자원순환이 이루어지도록 생활재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순환력을 높여갈지를 고민한다. 다만 그 고민에 소비자가 함께해야 한다. 왜 줄여야 하는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자기인식이 생겨야 실천으로 가기 때문이다. 아이쿱에서도 폐기물 순환 구조를 고민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인식개선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려 한다.  

또한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식품 공급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이쿱에서 추진 중인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현재 아이쿱에서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자원순환 활동은. 
- 플라스틱 문제는 최근에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아이쿱 내에서는 새로운 일들이 아니다. 그동안 전국의 98개 지역조합에서는 조합원과의 마을모임, 캠페인을 통해 자원순환을 위한 대안을 스스로 논의하고 마련해 왔다.

이미 생협마다 권장하고 있는 장바구니 사용, 빨대 사용 안하기, 텀블러 사용 등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한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은 967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대표적인 소비자조합원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생활 속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고, 화학물질을 꼼꼼하게 따져서 생활하는 캠페인으로, 소변으로 캠페인 전후 화학물질의 수치 변화를 확인한다. 캠페인 참여 후 많은 변화들의 사례가 축적·확산되고 있다.

조합원이 자신이 소비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도록 순환구조에 동참하는 활동도 한다. 우유곽 수거가 한 예다. 매월 정해진 날에 매장에 우유곽을 모아오면 작지만 리워드 물품으로 보상한다. 생수 마개를 모아 저개발국에 식수보급운동에 지원하는 운동도 조합원 인식 확대에 의미가 있다. 향후에는 마개나 우유곽 정도가 아니라 생수병 순환도 계획 중이다. 

▶앞서 얘기한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 과포장 문제만큼 포장재 자체 안전성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컸다. 이 또한 생협이 풀어야 할 숙제다. 안심할 수 있는 물품 공급을 위해 내부적으로 미세플라스틱 검출을 확인해보는 검사 장비를 10월 오픈 예정인 괴산자연드림파크 내 갖추고 정기 검사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려고 한다. 자체 검사센터를 두고 공개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괴산자연드림파크 오픈은 생협이 자체적으로 자원순환 구조를 가지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포장재 안정성과 더불어 과포장 문제도 조합원들의 관심사다. 
- 포장재 개선을 위한 노력은 재질의 문제, 과포장의 문제, 포장 방식의 검토 등으로 다양하다. 아이쿱에서도 기본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포장재로 변경하고 있고,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사회가 1인 가구, 소가구, 대도시 중심으로 변하고 있지만 생협은 여전히 다인 가구, 집밥 중심의 포장이 많다. 편의점 사업이 확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과대 포장 이면에 사회환경의 변화가 있음을 인식하고 생협에서도 그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조합원들 중에서도 ‘유정란 10구도 많다’, ‘오징어도 한 마리씩 판매해 달라’ 등의 소량포장에 대한 요구들이 많다. 이미 있는 상품의 포장을 바꾼다면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과포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문제를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다. 예로 자연드림 대표 상품인 압착유채유도 플라스틱 용기와 유리 용기로 소비자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회적경제 제품을 온라인 입점 시켜 주는 것도 자원순환의 일환이다. 

생수 마개를 모아 저개발국에 식수보급운동에 지원하는 운동도 하고 있다. 

▶아이쿱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분야의 자발적 노력이 널리 퍼지면 좋을 거 같다.  
사회를 바꾸는 소비자의 선한 의지, 문제의식이 담긴 포장재 저감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기업 스스로도 자원순환을 통해 실제 저감시키는 노력을 벌일 때 실제 시너지가 커질 거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쿱은 조합원 의식이 사용과 재사용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에 주목하는 동시에 연합회 차원에서는 자원순환 구조를 구축해가기 위해 정책을 만들고 연구개발에 힘쓸 예정이다.  


사진제공. 아이쿱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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