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첫번째)김지영 대표를 비롯한 2020년 스여일삶 운영진./출처=스여일삶
(왼쪽에서 첫번째)김지영 대표를 비롯한 2020년 스여일삶 운영진./출처=스여일삶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라는 수식이 붙는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대표 김지영, 이하 스여일삶)'이 시즌1을 마무리 했다. 다시 한 번, 한 발을 딛기 위해 그간의 스여일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내년 초 시즌2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잠깐의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스여일삶은 5년의 운영 기간동안 커뮤니티 멤버 수 6600여명, 뉴스레터 구독자 4800명과 함께 스타트업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확산해왔다. 그러나 국내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인 스여일삶은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고 말한다. 커뮤니티 운영에 있어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질적인 성장에 집중하면 양적인 성장은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지’에 더 집중했다. 김지영 대표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규모가 큰 단체의 협업 제안이나 광고가 들어올 때 ‘몇 만명이 있는 커뮤니티도 아닌데 왜 우리에게 제안을 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규모가 크거나 작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생각하는 타겟과 스여일삶의 멤버가 일치한다면 100만명이 있는 불특정 다수의 커뮤니티보다 스여일삶이 적합한 커뮤니티”라며 스여일삶의 성장에 있어 명확한 포지셔닝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고 느낀다. 갑자기 커지고 줄어들기도 하고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지기도 한다. 또 분리된 조각들이 제각각 살아가기도 한다. 이런 유기적인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 기업의 방식과 목표를 적용해 커뮤니티를 운영하면 커뮤니티의 본질을 잃기 쉽다.

그는 커뮤니티의 운영에 있어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커뮤니티의 차이 구분하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이유 명확히 설정하기 ▲코어멤버가 좋아하는 경험의 요소 살피기 ▲피드백을 활용해 코어멤버의 페르소나 설정값 찾기 등을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커뮤니티를 왜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왜 하고 싶은지가 없으면, 품은 품대로 들어가고 감정적으로도 소모되고, 큰돈이 되지도 않고 여러 방면에서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민없이 무작정 규모를 키우기 보다 핵심멤버들이 어떤 사람이고 뭘 좋아하는지 그들의 소구점을 끄는 요소가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여일삶 시즌1의 마무리를 아쉬워하지만,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내년 초 시즌2를 위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며 시즌2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잠시 쉬지만, 내년 초에는 다시금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듯 해요. 어떤 형태와 모습으로 인사드릴지는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지만요. 이번 쉼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스여일삶의 궤적을 복기하면서 뭘 잘하고 못했는지, 또 어떤 것을 하면 더 나을 것 같은지 같은 생각을 해보려 해요. 생각이 정리되면 그에 맞는 시도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내년 초쯤이면 관련한 방향도 잡히지 않을까요?”

김지영 스여일삶 대표/출처=스여일삶
김지영 스여일삶 대표/출처=스여일삶

아래는 김지영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을 5년간 운영해왔다. 성장을 느끼는 지점이나 지표가 있었다면 언제인가.

성장의 지표에는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이 있다. 먼저 양적인 면에선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때 성장을 느꼈다. 처음에는 편하게 모였다. 지인이나 지인의 지인 등을 초대하는 식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규모가 성장해 200~300명으로 늘어나니 다들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보고 싶어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모임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했다. 내부에서도 다양한 모임이 생기고 10~15명이 모이는 밋업에서 200~300명이 모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때 본격적으로 (커뮤니티를) ‘해야겠다’는 모멘텀을 느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질적인 성장에 집중하면 양적인 성장은 자연스럽게 선순환 구조로 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의 수 같은 수치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또 행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움주는 분들도 생겨 커뮤니티가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기도 했다. 이것에 집중해 2년 정도 모임을 진행하고 행사를 하니 다양한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성향이 비슷하고 성장 지향적인 사람들이 커뮤니티 내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런 특징으로 스여일삶은 명확한 포지셔닝이 됐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규모가 큰 단체의 협업제안이나 광고가 들어올 때 ‘몇 만명이 있는 커뮤니티도 아닌데 왜 우리에게 이런 제안을 할까’라고 생각했다. 사실 규모가 크거나 작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생각하는 타겟과 일치한다면 100만명이 있는 불특정 다수의 커뮤니티보다 스여일삶이 적합한 커뮤니티인거다. 뾰족한 타겟층이 있다는 것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돌이켜보니, 커뮤니티 운영에 있어 규모나 숫자에 집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스여일삶도 유료광고를 통한 홍보로 커뮤니티를 알리는 방식은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 오직 추천이나 지인의 초대로만 멤버가 모였다. 대규모의 이벤트나 모객을 위한 홍보는 그 시기에 성장의 지표를 설정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선순환 구조들이 있어 지속적으로 했지만, 멤버를 모을 때는 그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 커뮤니티를 일방적으로 홍보한다고 해서 잘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 리소스로 어떻게 하면 커뮤니티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어떤 사람들을 우리의 핵심멤버로 모을 것인가 같은 고민을 하는 게 더 좋다. 이런 고민없이 무작정 규모만 키우면 바닷가에서 쌓은 모래성 같은 커뮤니티가 된다. 금방 쌓고 금방 무너진다. 핵심은 코어멤버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고, 뭘 좋아하고, 커뮤니티 내에서 좋은 경험이라고 느끼는 것에 어떤 요소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2019 SWIK Con에서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행사는 전 패널이 여성으로 이뤄졌다. 또한 자란다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장소도 마련했다./출처=스여일삶 
2019 SWIK Con에서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행사는 전 패널이 여성으로 이뤄졌다. 또한 자란다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장소도 마련했다./출처=스여일삶 

Q. 커뮤니티 플랫폼의 성장지표나 임팩트를 어떻게 고민하고 설정해 왔나. 또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는 세부 프로젝트가 있다면.

커뮤니티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갑자기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었다가 분리됐다가 합쳐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몸이 분리되는 일도 생기는데 조각난 몸들이 제각각 살아가기도 한다. 1년 전, 한 달 전, 심지어 몇 일 전의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커뮤니티라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규격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그건 커뮤니티가 아니다. '커뮤니티의 모양새를 한 이상한 무엇가'라고 명칭할 수 있겠다.(웃음) 이 묘한 변화는 커뮤니티에 소속된 사람들이 가장 빨리 느끼고 이탈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조직의 목표보다, 정말로 구성원 간 만남이 일어나는지, 모임에서 유의미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멤버 간 어떤 도움을 주고 받는지 등을 주도적으로 잡고 이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좋은 성과의 기준보다는,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행사가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 투자자 등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모이는 컨퍼런스인 ‘2019 SWIK Con’가 그렇다. 당시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나 이벤트가 많았는데 패널이 다 남성들이더라. 없어서 못하는 걸까, 있는데 찾아볼 생각을 안했던 걸까.(웃음) 이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여성으로만 연사가 이뤄진 행사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 아이가 있는 여성들은 컨퍼런스 참석도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모두가 일하는 시간보단 여유를 낼 수 있는 토요일 오후로 시간을 정했다. 또 자란다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간도 준비했다. 실제로 여성들의 참여율이 높기도 했다.

문제 의식을 모르고 본다면 ‘행사에 사람이 많이 왔네’ 정도로 행사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패널 전체가 여성으로 구성됐고 행사장 입구에서 아이를 맡기고 강연을 듣는 여성들을 보며 느끼는 의미가 컸다. 그 전에는 없었던 형태이고 시도였기 때문이다.

Q. 커뮤니티 플랫폼 창업을 고민하거나 운영중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커뮤니티 플랫폼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을 말리고 싶기도 하다. 쉬운일은 아닌 것 같다. 나도 얼마나 힘들지 몰라서 시작할 수 있었다.(웃음) 제일 중요한 건 커뮤니티를 왜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왜 하고 싶은지가 없으면, 품은 품대로 들어가고 감정적으로도 소모되고 큰돈이 되지도 않고 여러 방면에서 힘들어진다. 나의 경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이었고 마침 결혼을 앞두고 커리어와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주변에 아는 선배 여성 중에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거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스여일삶을 시작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이런 고민들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이어져서 커뮤니티의 질적 양적 성장이 나타나며 지속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를 5년 간 운영했지만 커뮤니티 운영은 아직 내게도 어렵다. 무신사, 오늘의집 같이 지금 잘 되는 커뮤니티 사업들을 보면 지금의 모습을 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 그 긴 기간동안 어떤것을 바라보고 버틸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Why’가 중요하다. Why가 흔들리면 커뮤니티는 존재할 수 없다. 무신사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무신사 커뮤니티에는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다양한 신발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야기한다. 스여읾삼도 내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커뮤니티’는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수익성을 고민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는 조금 다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싶은 거라면 보통 재미와 취미 같은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Why를 잃지 않고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점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고 싶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책을 계속 읽고 있는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있는지, 재미가 있는지 같은 요소다. 뭐가 중요했던 것인지를 계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다보면 주객전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모임운영 준비를 위해 책은 읽지 못하고 가서 이야기를 듣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몇 번 겪다보면 ‘내가 이걸 왜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왜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어느순간 예전처럼 하고 있지 않다면 (커뮤니티를) 그만두거나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고 운영을 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운영에서 고민해야 하는 점도 있을까.

커뮤니티 운영에서 기획과 운영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멤버들의 피드백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다. 참가자들이 좋다고 느낀 점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어서 이 포인트를 좋아하는지 등의 이유를 세부적으로 파악하면 비슷한 페르소나를 가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를 바탕으로 다음 기획이 이어진다. 기획에 들어가면 투여해야 할 리소스나 아이디어는 줄어들 수 있다. 멤버들과 편하게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면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사실상 이는 피드백에서 온다. 이후 해당 사이클을 잘 만들고 돌리다 보면 운영이나 기획의 중요성도 살려나갈 수 있다. 

또 한 가지, 피드백은 너무 좋거나 너무 싫은 양극단의 사람들이 남긴다는 것을 염두해야한다. 보통은 ‘그 프로그램 좋았어’하고 넘어간다. 이를 염두하면서 들으면 피드백을 어디부터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보일거다. 커뮤니티 운영을 하다보면 감정적인 소모를 느낄 때가 있는데 피드백을 대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커뮤니티의 운영과 지속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2019년 4월 멤버수 2000명 달성을 기념한 파티에서 김지영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출처=스여일삶
2019년 4월 멤버수 2000명 달성을 기념한 파티에서 김지영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출처=스여일삶

Q.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스여일삶을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시도도 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들을 했는지.

스여일삶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게 아니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여성들을 연결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수 있는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행사나 다른 부가적인 일들을 통해 수익이 나면 구성원들에게 이를 나눌 순 있어도, 우리의 활동에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고 시작할 때부터 못박았다. 첫 출발부터 이런 기조로 시작했다. 

개인의 니즈에서 시작한 커뮤니티에 비즈니스를 접목해나가는 시도를 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트레바리(독서 모임 커뮤니티)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해 시작했다. 스여일삶은 처음부터 비즈니스 모델이나 전략을 만들며 시작한 게 아니다 보니 커뮤니티 멤버들이 비용 같은 비즈니스적 장치를 붙인다는 것 자체를 민감하게 느꼈다. ‘돈 받기 시작하는 거야?’, ‘이제 돈벌려고 하는구나’, ‘옛날하곤 다르구나, 변했다’ 같은 반응이 컸다. 6000여 명의 멤버가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한 명이 만 원씩만 내도 얼마냐’라는 이야기를 진짜 많이 듣는다.(웃음) 사실 그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1, 2만원의 적은 비용을 받더라도 멤버들에게 이전보다 더 나은 경험이나 더 큰 만족감을 줘야 한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면 안된다. 고민이 몇 배 이상으로 늘 수 밖에 없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멤버들은 비용을 들여가며 커뮤니티에 계속적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외부에서 펀딩을 끌어오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보통 커뮤니티들이 대규모의 행사를 준비할 때 예산의 일부를 펀딩받는 방식을 활용한다. 펀딩에 집중하면 행사를 제안하고, 얼마를 받을지, 우리는 어떤 것을 해줄지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 본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리의 행사’ 준비가 아니라 대행사처럼 일하게 될 수도 있다.  

- 커뮤니티 운영은 일종의 종합예술 같다는 느낌이 든다.

커뮤니티와 기업의 운영방식은 다르다. 기업에서는 전략을 세우고 KPI를 설정할 수 있다. 기한, 목표, 방식,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정할 수 있다. 앞서 말했 듯 커뮤니티는 유기적이다. 누군가에겐 만원은 작은 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돈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돈을 내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내부 구성원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 

커뮤니티는 끊임없이 말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유머사이트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웃긴 이야기를 하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소재가 있어야 하고 이야기가 계속적으로 나오게 해야한다. 인테리어를 주제로 잡았다면, 어떻게 인테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우리집을 자랑하면서 내 감각을 자랑하게 할 것이라는 방식을 만든 뒤에는 그 이야기를 우리 방식에 맞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계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각 부분에서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커뮤니티가 잘 운영된다. 커뮤니티는 구성원들에게 만족감, 즐거움, 소속감 등 비물질적인 것으로 지속가능성과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형태가 있는 제품을 파는 게 더 쉬울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 커뮤니티의 궁극적인 역할은 뭘까. 취향은 점점 더 세분화된다. 이제는 같은 사람이 모이는게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엮어 내야 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커뮤니티도 그런 역할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특정 지역, 나이대, 결혼의 유뮤 등으로 사람을 모으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너무 쉽다. 금방 10명, 20명이 모인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왜 모였을까’ 생각해보면 비슷한 사람끼리 잘 먹고 잘살려는 이유가 클 것이다. 사실 그건 커뮤니티의 절반만 있는 거나 다름없다. ‘우리와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잘 어울릴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편하게 있고 싶어한다. 내 영역 밖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많이 안한다. 

임신을 경험하고 또 출산을 앞두면서, 여성의 일과 삶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힘듦을 이야기하면 ‘힘들거 몰랐어?’, ‘그래도 견뎌야지 어쩌겠어’ 같은 남일 같은 반응을 한다.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참 중요하다. 대부분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필요한데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의 사람들하고만 어울릴 것이라는 경우가 많다. 

스여일삶은 스타트업을 다니는 여성이 아니어도 커뮤니티에 가입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여성의 삶이 궁금한 대기업 직장인, 스타트업 여성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한 남성 상사, 스펙쌓기와 취업 고민이 있는 대학생, 커리어를 고민하는 경력보유여성 등 모두가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계속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와야 한다. 커뮤니티의 궁극적인 역할을 고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커뮤니티가 가야 할 길을 설정할 때 도움이 될 부분이다. 

'2019 SWIK Con' 현장 운영진들./출처=스여일삶
'2019 SWIK Con' 현장 운영진들./출처=스여일삶

Q.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플랫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느끼나. 또 그래도 '스여일삶이 이건 바꾸지 않았나?'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느꼈던 보람은 많은 여성 창업가를 만났다는 점이다. 약 2000여 명의 여성창업가를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2000명에게 3000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다르다. 그 이야기들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일의 원동력이 됐다. 

이제는 스여일삶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이들을 고려한 기획이나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여일삶 말고도 스타트업 여성들의 모임이나 협회, 포럼이 생기면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게 임팩트인거 같다. 굳이 우리가 하지 않아도 비슷한 종류의 모임이나 취지의 행사가 여기저기서 열린다는 것. 우리 선에서 할 수 없거나 닿을 수 없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전달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생태계 안에서 여성들의 삶을 알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이전에 여성 창업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고 하면 ‘그게 뭐가 특별한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물론 아직도 숫자적으로 적은 건 사실이만, 인식 자체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중기부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스타트업 중 40%가 여성대표이고 매출을 기준으로 살피면 10%내외의 비율을 차지한다. 스타트업 창업 성공 케이스가 매우 적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는 더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케이스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게 5년 전과는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여성의 창업과 성공이 눈에 보이고 인식되고 있다는 과정에 스여일삶이 역할을 했다는 것의 의미라면 의미고 성과라면 성과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인식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가장 하고 싶던 일이기도 했다. 

Q. 5년. 온점을 찍는 이 순간, 스타트업여성들의 일과 삶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또 스타트업 여성들은 어떤 마인드와 행동으로 이 험한 생태계를 살아가면 좋을까.

늘 이야기 하는 거지만, 여성들에게 커리어는 변수가 아니고 상수다. 평생 일을 할테니 말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할까 말까 하는 고민보다 매 순간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떻게 그 일을 잘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라고 본다. 

그래서 커리어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70세까진 일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30대라면 최소 40년은 더 일해야 한다. 1년, 3년, 5년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커리어를 바라봐야 한다. 일의 흐름을 맞춰 가면 된다. 파도에 내 몸을 실어 넣고, 잔잔하면 쉬고 파도가 오면 타면 된다. 쉼표를 찍어야 하는 육아도 해야 하니 오히려 더 다행이다. 10년 정도를 쉰다고 생각하면 초초해 하는 것보다 이 때 잘 쉬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 10년에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 롱텀으로 보면 지금 하는 고민이나 조바심이 많이 나아진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기 때문에 때로는 놓을 건 놓고 시간과 운명에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   

마인드 부분에 있어서, 가장 간단하게는 칭찬 들었을 때의 반응이다. ‘감사합니다’라고 내 일의 성과에 대한 칭찬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출발이다. 칭찬을 곱씹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잘했으니까 잘했다고 한거다. 받아들이는 것도 해 버릇 해야 한다. 스여일삶을 운영하면서, 여성 대표님들께 섭외를 요청하면 ‘네, 할게요. 언제할까요?’하는 분이 잘 없다. 열에 아홉은 ‘제가 아직 부족해서’, ‘이런 곳에 나가기엔 아직 모자라서’, ‘매출이 10억인데 그래도 100억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는 반응이 더 많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기준치가 높다. 대표들 뿐 만 아니라 일하는 여성들의 성향도 비슷하다.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가 오고 섭외가 오는 것이다. 그럴 때 겸손 떨지 않았으면 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자꾸 나서 버릇해야 나설 수 있다. 

초고수가 고수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반짝 나타나는 멋진 스타만 원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무엇이 어렵고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는지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사이에 실패를 해도 괜찮다. 뭐 어떤가. 사람들은 성공담 만큼 망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그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굳이 나에게까지 반짝이는 성공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진 않아 할 거다. 자꾸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정리가 돼야 나 자신도 뭘 잘 했고 못했는지 볼 수 있다. 혼자서 고민하고 정리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을 봐도 어디 나가서 이야기하고 발표하는 거, 하는 사람만 한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잘 나간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나. 작은 것부터 시도해보는게 중요하다.

2019년 스여일삶 멤버들과 점심모임을 진행하는 모습/출처=스여일삶
2019년 스여일삶 멤버들과 점심모임을 진행하는 모습/출처=스여일삶

Q. 스여일삶의 쉼표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

지금은 시즌 1을 마무리 했다. 마무리를 하며 펀딩을 진행했다. 스여일삶의 시즌 2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분이 계시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은 잠시 쉬지만, 내년 초에는 다시금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듯 하다. 어떤 형태와 모습으로 인사드릴지는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말이다.

이번 쉼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스여일삶의 궤적을 복기하면서 뭘 잘하고 못했는지, 또 어떤 것을 하면 더 나을 것 같은지 같은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생각이 정리되면 그에 맞는 시도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메인 잡으로 갈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하면서 병행을 할지 고민 중인데 아마 내년 초 쯤이면 관련한 방향도 잡히지 않을까. 이벤트나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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