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속성이 아닌 지탱가능성
② 왜 선진국은 지속가능발전을 생각하는가
③ 왜 유엔은 SDGs를 만들었는가
④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시행된다
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은 협치와 시민참여 - 숙의공론장
⑥ 지속가능발전은 융합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⑦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성평등
⑧ 지속가능한 도시란? 모두를 담는 그릇 - 포용도시
⑨ 지속가능발전과 탈성장
⑩ 지속불가능성과 기후위기

2022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주제로 열렸던 타운홀 미팅/사진=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2022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주제로 열렸던 타운홀 미팅/사진=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에게, 미국의 어느 지역에서 시사회 후  한 기자가 이렇게 질문했다. “영화 기생충은 현재 한국에서 사회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인가?”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미래에도 사회나 계획의 격차가 과연 좋아질 것인가라는 저 자신의 불안감이 있어요. 아들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것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죠. 혁명으로부터 세상이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혁명이란 것은 뭔가 부숴야 할 대상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뭔지, 혁명을 통해 깨뜨려야 되는 게 뭔지, 파악하기 힘들고 복잡한 세상이 되고 있어요. 영화 기생충은 그런 복잡한 상황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지속가능발전은 근본적인 개혁과 변혁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문제는 더 교묘하고 해결방법은 단순하지 않다. 지속가능발전을 논할 때 언제나 듣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당장의 해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속가능발전’의 개념과 방식은 정말 느슨하고 부족투성이로 보인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은 근본적인 개혁과 변혁을 말한다.

현장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각 이해관계자 그룹 간의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전환의 과정에서 탈석탄 정책 일환으로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지역의 발전소에서 일하는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다. 

작년에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 발전소 활용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따라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한다는 정부 계획이 실현될 경우, 최대 8,0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배출원을 줄이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또 이겨내야 할 과제다. 미국민주당에서도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할 때, 전미석탄노동자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위기의 대응에는 우리도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당장 사라질 우리의 일자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

따라서 당장의 문제도 해결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동시에 강구되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논할 때는 ‘화력발전의 문제이니 산업계만 모여서 논의’하고, ‘온실가스 감축 문제이니 환경 관계자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교통 정책 관련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는데, 직장인 여성들의 경우,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시간을 준수하려면 현실적으로 대중교통은 불가능에 가깝다. 차라리 출퇴근 시간을 각각 30분 정도 추가로 부여하면 이용은 가능하다. 단순히 교통수단과 시설만 고려하지 말고 사회정책으로 접근해달라는 요구다.

협력적 거버넌스, 공동의 문제 해결
지속가능발전은 현재 복잡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다. 과거처럼 하나의 문제를 하나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 융합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상호 학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지속가능발전을 논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가 종합 또는 융합이란 단어고, 실제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세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거버넌스’와 ‘협치’를 말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세우면서, 유엔의 의사결정 체계를 활용해 실제 자치구에서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국가나 광역자치단체까지는 관련된 단체와 기구가 다양하고, 시민들의 관심도 많다.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숙의공론장을 열 수 있고, 그런 경험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일선 자치구에서는 관련 조직이나 기구도 별로 없고, 담당하는 행정 공무원이나 시민들도 별다른 경험이 없다.

서대문구 SDGs 이해관계자 숙의공론장/사진=서대문구 제공
서대문구 SDGs 이해관계자 숙의공론장/사진=서대문구 제공

2021년부터 과거 펼치던 정책을 확고히 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과 이행계획을 재수립하면서 기존 계획과 정책을 재편했다. 가장 역점에 둔 것은 시민 누구나 지속가능발전 정책에 참여하기 위한 체계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숙의공론장을 운영했고, 11개 분야의 이해관계자 그룹이 조직되어, 계획을 수립하고 검토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숙의공론장의 가장 피날레는 각 분야에서 의견을 조율해 분야별 입장문서(정책제안서)를 작성하고, 발표한 것이다. 기존에는 소수 전문가, 공무원, 일부 시민들이 참여해 시민들은 단순히 비전이나 목표를 설정할 때 키워드를 도출하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이 계획에서는 실제 계획 작성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면서 학습하고 향상된 역량을 토대로 계획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서대문구의 부서도 단순히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입장문서의 내용을 검토하고 답변을 준비했다. 최종 회의에서는 이틀에 걸쳐 총 100여 명이 모두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각자의 입장과 현실을 이해하고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고, 참여의 형태가 한층 나아간 진보한 모델의 모습을 보였다.

협력적 거버넌스(협치)에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협치의 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고, 수많은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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