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진짜 금융이야기’ 책 표지 이미지./출처=북돋움coop
‘우리가 몰랐던 진짜 금융이야기’ 책 표지 이미지./출처=북돋움coop

“은행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지만, 원금을 떼이지 않고 이자를 걷으면 그만일 뿐,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가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돈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석유 채굴회사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업 중 어느 쪽이 더 이로운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금융’이라는 단어 앞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로운 게 무슨 소용이야. 돈 앞에서는 각자도생이지 무슨”이라는 생각부터 든다. 개인 단위의 수요와 공급 곡선이 명확하게 그려지는 현실에서, 사회에 이로운 금융 생태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영국의 ‘빅소사이어티캐피탈’ 같은 사례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가난한 이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줬더니 98%의 회수율을 보였다. 정부가 휴면예금을 출자하고, 대형 은행이 자발적으로 매칭 금액을 내놔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전문 은행을 만들었다. 자선이나 기부 형태를 넘어, 실제 금융 생태계에서 익숙한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향해 돈이 흐르는 모습이다. ‘이게 될까?’ 싶은 사례들이 하나둘씩 성공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소셜벤처가 상장하고, 대기업에 인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성공은 못 했지만,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를 출자자로 하는 신협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임팩트 투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 때문에 임팩트 측정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책은 사회적금융은 뭔지, 우리나라에서 이를 취급하는 기관은 뭔지, 정부와 지역 차원에서는 어떻게 사회적금융을 실현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가 나눈 사회적금융의 종류는 ①사회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포용금융’ ②일정한 공간 또는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구성원들의 삶을 높이는 ’호혜금융’ ③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사회목적사업을 돕는 ‘임팩트금융’ ④지방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역금융' 등이다.

저자는 사회적금융의 정의와 역할을 “시장실패로 인한 금융 결핍을 메우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불완전경쟁, 공공재, 외부효과, 정보의 비대칭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가격에 의한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지 못한 현상을 해소하려는 노력과 성과가 지난 몇 년간 분명히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시작된 바람으로 날아온 사회적금융의 씨앗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다 읽었다고 사회적금융을 통달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사회적금융이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건네겠다.

우리가 몰랐던 진짜 금융 이야기: 한국의 사회적금융 현장 리포트=문진수 지음. 북돋움coop 펴냄. 408쪽/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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