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광역자활센터는 지난해 다회용기 세척사업 공동브랜드 '라라워시'를 론칭했다. 일회용품 사용 급증에 따른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자활사업과 연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현재, 경기도 내에는 17개 지역자활센터가 라라워시 사업단 운영에 함께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는 그 중 한 곳으로 지난달 열린 ‘시흥갯골축제’를 일회용품 없는 축제로 만든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이로운넷>은 해당 사업을 총괄한 김선미 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이사장을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의 김선미 이사장
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의 김선미 이사장

보통 축제가 끝나고 나면 쓰레기통 주변 일대가 ‘산’이 되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일명 쓰레기 산이다. 미관을 생각해 빨리 치운다고 노력은 하지만, 이내 금방 다시 쌓이고 만다. 축제를 소개하는 리플릿부터 각종 음식들을 담는 포장재가 문제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 축제’의 민낯이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시흥에서 ‘시흥갯골축제’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된 축제가 3년 만에 재개되는 가운데, 경기도 시흥시는 시흥갯골축제를 조금 다르게 연출해보기로 했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축제를 치러보기로 한 것이다. 뜻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과연 이를 수행할 기관이 있을까?

시흥시는 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이하 '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에 연락했다. 경기광역자활센터와 함께 라라워시 사업단을 운영 중인 곳으로 올해 4월부터 다회용기 세척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김선미 이사장은 처음에는 해당 제안을 정중히 고사했다고 한다.  

'시흥갯골축제' 안내요원이 퇴식부스에서 시민들에게 다회용기 반납을 안내하고 있다/출처=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시흥갯골축제' 안내요원이 퇴식부스에서 시민들에게 다회용기 반납을 안내하고 있다/출처=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8명의 라라워시 사업단이 3일 동안 10만 명이 오는 행사를?

김 이사장이 고사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행사규모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처음에 시흥시에선 3일 동안 10만 명이 온다고 얘기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인데, 그럼 주말 이틀 동안 아무리 못해도 3만 명이 온다는 얘기다. 우리 인력으로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는 올해 4월부터 라라워시 사업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은 8명이다. 그마저도 성인식판을 세척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8명이 하루 3만 명 분의 컵과 포크, 수저 그리고 그릇 등을 세척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흥시에서 다시금 ‘관내 업체 중 한 곳이 일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오자 김 이사장은 “우리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하고 도전에 나섰다. 

다회용기 1만 5000개 직접 제작하고 전 직원 투입해 밤 11시까지 세척

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라라워시 사업단이 맡은 임무는 다회용기 대여부터 수거⋅세척에 이르는 전 과정이었다. 우선 축제 때 사용할 다회용기부터 마련했다. 필요한 제품은 숟가락, 포크, 접시, 컵 4개였다. 처음에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보며 적당한 다회용기를 구매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수량과 세척용이성 등을 고려한 결과 직접 공장에 주문하는 것이 더 낫다 판단해 주문제작에 들어갔다. 총 1만 5000개의 다회용기를 제작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됐다.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라라워시 사업단이 마련한 다회용기 세트. 컵, 그릇, 포크, 수저가 준비돼 있다/출처=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라라워시 사업단이 마련한 다회용기 세트. 컵, 그릇, 포크, 수저가 준비돼 있다/출처=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하루 3만 명이 온다기에 3만 개의 다회용기를 준비하려고 했으나 그건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 대신 최대한 빨리 다회용기를 수거⋅세척⋅공급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그러려면 라라워시 사업단 8명 만으로는 택도 없었다. 결국 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40여명의 전 직원이 투입됐다. 김선미 이사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민들이 컵과 그릇, 포크와 수저를 반납하고 있다/출처=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시민들이 컵과 그릇, 포크와 수저를 반납하고 있다/출처=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는 인력배치를 축제현장과 세척사업소로 나눴다. 축제현장은 ‘사용 후 다회용기’ 수거와 ‘세척 후 다회용기’ 공급 임무를 맡았다. 축제현장에 세 곳에 퇴식부스를 설치하고 직원들을 배치해 시민들의 다회용기 반납을 도왔다. 이후 현장의 수거조가 세 곳의 부스를 일일이 돌면서 ‘사용 후 다회용기’를 수거한다. 행사당일 차량이 통제돼 부스 앞까지 차가 오지 않아 일일이 부스를 방문해 수거한 뒤 주차장까지 옮겨야 했다.

한 곳에 모인 ‘사용 후 다회용기’들은 15분 거리에 있는 세척사업소를 이동한다. 세척사업소에 도착하면 불림・애벌 세척 → 초음파 세척 → 고온・고압 세척 → 고온 살균 → ATP 오염검사 → 진공 포장 등 총 6단계의 과정을 거쳐 다시 현장으로 이동한다. 이 중 ATP 오염검사는 여러 사람이 안전하게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오염정도를 고감도로 측정하는 절차다. 생명체에 반드시 존재하는 ATP를 오염물질의 지표로 삼아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위생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축제 당시 라라워시 사업단은 밤 11시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만 했다. 1만 5000개의 그릇을 씻어놓아야지만 다음날 3만여 명의 시민들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이사장은 정말 고된 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올 연말에만 5개 축제 예약 받은 라라워시

시흥갯골축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시민들의 만족도도 대체로 높았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캠페인 덕분에 많은 시민 분들이 동참해주시고 좋아해주셨다”며 “다회용기 제품을 가져가시는 분들도 대략 7~8% 정도로 우리의 예상과 달리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쓰레기 산도 이번 축제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김 이사장은 “확실히 줄어든 게 눈에 보일 정도”라며 “쓰레기를 치워주시는 분들도 쓰레기가 찰 때까지 기다리셔야 했을 정도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으로 치러낸 축제가 입소문을 탄 것일까. 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라라워시 사업단은 올해 연말에만 5개의 축제에 불려가게 생겼다. 첫 행사치고 다소 버거운 규모의 시흥갯골축제를 잘 치러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번에 의뢰받는 축제들은 시흥갯골축제만큼 크지는 않다. 1만 5000개 준비한 다회용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시흥갯골축제처럼 세척 회전율을 높이지 않아도 돼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한번 해보기도 했고”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환경도 살리고 일자리도 살리는 자활사업 운영하고파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목표인 자활사업단에게 사업 추진의 최우선 고려요소는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역량이다. 시장이 원하고 민간이 원한다고 해서 자활주민들이 다 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라라워시 사업단 로고/출처=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라라워시 사업단 로고/출처=사회적협동조합 경기시흥작은자리지역자활센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장은 시대적 요구를 해결하는 자활사업단을 운영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침 기후위기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라라워시 같은 친환경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ESG 활성화에 적극적인 것도 자활사업단의 성장 잠재력을 높인다. 김 이사장은 “이미 대기업들과 ESG 사업들을 진행해봤다. CJ와는 즉석밥 용기 수거⋅세척사업을 함께 했다. 즉석밥 용기를 수거해 깨끗이 세척해 주면 그걸 플라스틱 프레이크로 곱게 간 후 다시 즉석밥 용기로 만드는 방식”이라며 “SK에서도 몇몇 지자체와 다회용컵 반납 수거함을 설치해 운영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배달업계에 부는 다회용 바람에도 자활사업단이 함께 하고 있다. ESG와 자활의 연계사업 일환으로 ‘다회용 택배박스 세척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다회용기 사용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지구를 살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정부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노력하는 사업자와 시민들에게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정책적 유인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라라워시(자활사업단)도 지구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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