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롭게 가치를 담는" 공론장 ‘2030 세이가담’이 지난 9월 29일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창사 14주년을 맞이해 ‘사회적경제, 한 걸음 더’를 주제로 진행한 이번 컨퍼런스는 새 정부 출범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되새겨보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은 ▲ILO가 사회연대경제의 정의를 채택한 이유 ▲윤석열 정부와 사회적경제, 전망과 대응전략 ▲로컬, 사회적경제 성장의 마중물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삶이다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with 넥스트SE) 등으로 구성됐다. 중계방송을 하지 않은 덕분에 보다 진솔한 현장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의 주요 세션 내용과 분위기를 하나씩 살펴본다.

서울이라고 해서 다 살아남고 지역이라고 해서 다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서울에서도 어려운 곳이 있을 거고 반대로 지역에서도 지속가능한 곳이 있을 겁니다. 단편적인 시각보다는 입체적으로 문제를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올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 지역소멸을 막아보겠다며 ‘기회발전특구’를 제안했다. 지방 이전 기업 및 개인에게 양도소득세·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중앙정부의 규제를 유예⋅면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3일, 기회발전특구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에 나섰다. 인수위 시절부터 지역사회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으로 지역소멸을 극복하겠다고 나선 새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가 본격화 된 상황에서, 이로운넷은 지역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사례를 찾아 제안하기로 했다.

3세션. '로컬, 사회적경제성장의 마중물'. 김규태 편집국장(맨 왼쪽부터)의 진행 하에, 정법모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엄경렬 김포농협 경제사업소 상무,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3세션. '로컬, 사회적경제성장의 마중물'. 김규태 편집국장(맨 왼쪽부터)의 진행 하에, 정법모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엄경렬 김포농협 경제사업소 상무,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2030 세이가담 ‘로컬, 사회적경제 성장의 마중물’ 세션은 ▲공정관광 ▲로컬푸드 ▲로컬브랜드를 소개하며 이러한 정책적 변화에서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어떤 기회를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규태 이로운넷 편집국장의 진행 하에 정법모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공정관광), 엄경렬 김포농협 경제사업소 상무(로컬푸드),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로컬브랜드)가 패널로 참석했다.

공정관광과 지역개발 결합하면 ‘관계인구↑ → 정주인구↑’

정법모 교수는 지역의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주민이나 이슈에 관심을 갖고 교류하는 관계인구를 먼저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관계인구를 늘리는 데에 여행, 특히 지역사회에 관광의 이익이 환원되는 ‘공정관광’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일본 히로시마의 진세키고원은 외지 사람들을 많이 방문하게 해 지역 주민과 도시민들을 연결시켜줬다. 도시민들이 지역 주민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길게는 그 지역에 거주해서 지역사회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식도 있었다”며 “덕분에 전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이 늘고 이것이 고용창출을 일으켜 청년인구 증가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금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고향사랑기부금제도를 잘 활용하면 공정관광에 지역개발을 결합할 수 있다”며 “지역의 특산품 및 관광명소 개발에 고향사랑기부금제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향사랑기부금제도는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10만원 한도 내에서는 전액 세액공제가 가능하고 기부금액의 30% 한도 내에서 답례품을 제공받는 제도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들은 고향사랑기부금제도가 지역개발을 위해 별도의 재원이 마련되는 것 이상으로 관계인구 확대의 계기가 될 거라 전망하고 있다.

도농복합지역 소농들에게 로컬푸드는 성장의 마중물

외지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정주인구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지역 내에서 생산부터 소비까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로컬푸드는 ‘당일 수확-당일 포장-당일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엄경렬 상무는 "특히 도농복합지역의 소농들에게 딱 맞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엄 상무는 “산지 농사는 워낙 농사를 크게 짓고 공동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도매시장에 물건을 공급해도 수익이 남는다. 하지만 도농복합도시들의 소농들은 그 정도 규모가 되지 않아 도매시장을 통해 판로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전북 완주에서 용진농협이 로컬푸드를 시작한 이래로 도농복합지역의 소농들에게도 판로확대 및 매출신장의 기회가 열렸다. 2020년 기준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 554개이며 같은 기간 매출액은 약 7143억, 이용회원은 무려 483만명이 넘는다. 전국에서는 두 번째로, 수도권에서는 첫 번째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연 김포농협도 우수한 성과를 창출해왔다. 엄 상무는 “김포농협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해보겠다고 결심한 게 2013년인데, 그 당시만 해도 관심 갖고 찾아오신 분이 38명이었다. 근데 지금은 340명이 넘는 농업인들이 참여하고 계신다”며 “2014년 처음 매출을 집계했을 당시 16억 5000만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120억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로컬푸드는 단순히 농산물을 수확해 판매하는 것을 넘어 6차 농업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엄 상무는 “서울우유에 원유만 납품하던 농업인이 있었는데, 그 분이 이제는 스트링 치즈와 플레인 요거트를 만들고 계신다. 그리고 학생들이 찾아와서 체험을 해 볼 수 있게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며 점점 고도화되는 로컬푸드의 생태계를 소개했다.

기술발전과 콘텐츠 비즈니스 강조되며 로컬브랜드 중요성 커질 것

로컬브랜드는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만들고 서비스와 제품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대전의 성심당이나 강릉의 테라로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과 SNS로 대전에서 만든 빵과 강릉에서 내린 커피를 알게 된 전국의 시민들이 해당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기 위해 직접 대전과 강릉을 찾는다. 지역소멸의 위기감이 대두되는 시기에 로컬브랜드의 사회적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다.

홍주석 대표는 '지역소멸'이라는 표현에 대해 “문제를 너무 숫자중심으로 단편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소멸이라는 워딩이 대전 성심당이나 강릉의 테라로사 커피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고 지역에서도 차별화된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또한 유통 비즈니스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로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로컬 브랜드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며 “꼭 서울에 없어도 되는 비즈니스들이 많이 창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컬브랜드가 막 주목받기 시작한지 10년이 지나면서 로컬브랜드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 속에서도 온라인으로 지역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으며 ‘제주한달살이’처럼 지역에서의 라이프 스타일도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홍 대표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해 햄버거나 파스타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걸 보고 있으면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한 사례들이 보이기도 한다. 또 최근 워케이션 트렌드를 보며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산업들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계 성장에 맞춰 로컬브랜드 육성의 세부적인 전략수립을 당사자 조직들이 주도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된다. 홍 대표는 "최근 로컬브랜드포럼이라는 사답법인을 만들어 활동을 준비중이다. 한 100여팀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소멸이라든가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큰 아젠다들은 있는데, 그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이 공공의 입장에서 만들어지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다소 찍어낸 것 같은 사업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에 투입되는 세금과 자원이 적지 않은 만큼 더 올바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도록 정책적 제안도 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볼 예정"이라며 당사자 조직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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