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의미를 담아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활동가’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로운넷 광주·전남 주재기자가 이 지역 활동가들의 생생한 현장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번 달에는 환경교육의 파수꾼 박미승 활동가를 만났다.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한 박미승씨는 환경운동을 하는 활동가다. 그녀가 시민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결혼 후 아이쿱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크다. 아이쿱에서 물품평가단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을 했던 그녀는 새로운 물품이 나올 때마다 맛을 시식하고 물품에 다른 이상은 없는지 점검하는 일들을 맡았다. 그녀의 평가를 거친 물품들이 “조합원들에게 전해지고, 아이쿱이 건강한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에 대한 보람도 느꼈다. 

하지만 자녀의 육아가 중요했던 만큼 그녀는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기보다는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녀가 선택한 일은 시민자원순환강사. 현재 그녀는 광주환경운동연합동아리 ‘자원순환강사단 용용C’에서 환경교육을 맡고 있다.

“2016년부터 이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 환경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그동안 현장에서 많은 교육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근데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것보다는 실천입니다. 알고 나면 금방 실천할 것 같고, 누구든 실천 의지가 강할 것처럼 말하는데 대체적으로 지속적이지는 못합니다. 누구든 번거롭고 귀찮은 일은 하기 싫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은 이 귀찮은 일이 실천과 연결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되새김질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위기상황은 교육만으로는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사진=박미승활동가 제공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사진=박미승활동가 제공

“국가적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미승씨는 “국가적으로 친환경적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으면 기후위기의 폐해를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와 있다”는 것이다. 

“EU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2018년 순환경제 패키지를 최종 승인한 바 있습니다. 기존의 선형경제가 생산에서 유통, 수거, 폐기의 과정을 거쳤다면 순환경제는 생산단계부터 재활용과 재생을 고려하는 경제 패러다임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이미 유럽은 시작하고 있어요. 우리 정부도 같이 갈 수 있어야 하는 데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특히 독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 연방정부는 이미 2019년 포장법 제5조 개정을 통해 비닐봉지 금지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EU의 순환경제와 맥을 같이하여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그녀는 환경교육현장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는다 “실생활의 많은 영역을 담당하는 연령대가 삽십대에서 오십대인데 사실 이분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성인 대상 교육이라고 해서 가 보면 교육과 상관없이 나름 잘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은 삶 자체에 물건을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인 분들이지요. 지금 교육은 모든 물건에 대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환경교육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종이상자를 활용하여 필리핀, 베트남 단어에 우리말로 발음을 적어 교육한 자원순환강사단 '용용C'(오른쪽 4번째 박미승활동가)/사진= 박미승활동가 제공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환경교육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종이상자를 활용하여 필리핀, 베트남 단어에 우리말로 발음을 적어 교육한 자원순환강사단 '용용C'(오른쪽 4번째 박미승활동가)/사진= 박미승활동가 제공

생활의 많은 범위를 차지하는 연령대의 관심과 참여의 부재가 아쉽다는 박미승 활동가. 공공기관에서도 사업을 위한 구색맞추기 식 동원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의 사업 전개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만큼 그녀의 중요 관심사는 탈핵이다. “미래세대에게 위험을 물려줄 수 없다”며 대학시절 봤던 체르노빌 참사 사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폐기물 처리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원전 가동은 위험합니다. 폐기물은 계속 쌓여만 가는데 안전한 대안이 미비한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재앙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이 피해의 당사자는 당연 미래세대이구요. 그래서 탈핵 운동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환경운동을 하면서 보람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회구성원으로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을 통해 “분리배출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변화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