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롭게 가치를 담는" 공론장 ‘2030 세이가담’이 지난 9월 29일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창사 14주년을 맞이해 ‘사회적경제, 한 걸음 더’를 주제로 진행한 이번 컨퍼런스는 새 정부 출범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되새겨보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은 ▲ILO가 사회연대경제의 정의를 채택한 이유 ▲윤석열 정부와 사회적경제, 전망과 대응전략 ▲로컬, 사회적경제 성장의 마중물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삶이다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with 넥스트SE) 등으로 구성됐다. 중계방송을 하지 않은 덕분에 보다 진솔한 현장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의 주요 세션 내용과 분위기를 하나씩 살펴본다.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사회적경제 영역의 노동환경은 녹록지 않다. 퇴사와 이직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한 개의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영역을 떠나지 않는 이들. 열악한 근로환경에도 사회적경제 영역에 계속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5번째 세션은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를 주제로 진행됐다./출처=이로운넷
5번째 세션은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를 주제로 진행됐다./출처=이로운넷

2030 세이가담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with 넥스트SE)’ 세션은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동환경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박미리 이로운넷 기자의 진행으로 진행된 이번 세션에는 백나경 HBM 사회적협동조합연구원, 이현우 십분의일 대표, 허성준 (전)곡성군 인구정책과 코디네이터가 패널로 참석했다.

“지금 행복하게 일하고 있냐고요?”

세명의 패널들은 각기 다른 직장을 경험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사람을 생각하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현우 대표는 “다른 업계에 있다가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들어오니 상대적으로 인간적인 걸 느꼈다”며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조직을 잘 운영할 수 있을지를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를 체감하며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영역 내에는 노동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이 계속 제기된다. 올해 초 넥스트SE와 동감작업장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5년차 활동가들 중 대부분이 211만~24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었는데, 10~15년차 활동가의 20.8%도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적당한 보상이 없으니 미래를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허성준 씨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내가 어떻게 일해야하고, 누구와 교류하고 무슨 일을 해야 퇴사를 안하고, 영역에서 오래 머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엔잡'을 생각하게 됐다. 뒤늦게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탐색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사회적경제'

이들에게 "사회적경제에서 계속 일 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허성준 씨는 “사회적경제는 나에게는 늪과 다름이 없어서, 이미 들어와버렸는데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며 웃었다. 백나경 연구원 역시 “일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 나와 조직의 미션 방향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협동조합 방식을 차용한 와인바 '십분의일'을 운영하는 이현우 대표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야 한다면 ‘아니오’”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하지만 사실 넓은 의미로 보면 지금도 플레이어로서 사회적경제 영역에 소속되어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인드와 운영 철학을 갖고 운영하고 있으며, 이것을 사업장에 적용하고 녹여내고 있다”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라고 규정하는 건 사회적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가까워질 수 없도록 벽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사회적경제를 규정짓는 것 자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사회적경제에 계속 머물기 위해 필요한 것들

패널들의 발표 후 방청객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진행됐다. 이들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이유 ▲개선되어야 할 점 ▲관리자에게 듣는 소회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사회자가 방청객에게 질문하면 이에 대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업과 시민을 만나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그러다 보면 저도 동기부여가 돼요. 그래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것 같아요.” -김수빈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매니저

“현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있어요. 함께 이야기 하면서 본인들의 활동을 만드는 것도 공감되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제 활동들이 사회가 변화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것 같아요.” -이현승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선임연구원

이날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시민들과 가까이 갈 수 있다는게 사회적경제의 매력이라고 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영역이 계속 유지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배희열 아카데미쿱 행정팀장은 “대화가 잘 되는 사람과 있으면 계속 이 영역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연차는 자연스럽게 쌓이다보니 이제 내가 만들어갈 차례”라며 “새롭게 직원이 입사했을 때 내가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10년 뒤에도 계속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문화, 경영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에요.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조직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리더가 구성원들의 관심과 미션을 정해줄 수는 없으니 구성원들은 자신이 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지 직접 찾아야해요. 개인이 성장하지 않으면 조직은 성장할 수 없어요. 서로가 성장할 수 있게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야하고, 이를 위해 힘을 길러야 합니다.” -백나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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