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롭게 가치를 담는" 공론장 ‘2030 세이가담’이 지난 9월 29일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창사 14주년을 맞이해 ‘사회적경제, 한 걸음 더’를 주제로 진행한 이번 컨퍼런스는 새 정부 출범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되새겨보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은 ▲ILO가 사회연대경제의 정의를 채택한 이유 ▲윤석열 정부와 사회적경제, 전망과 대응전략 ▲로컬, 사회적경제 성장의 마중물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삶이다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with 넥스트SE) 등으로 구성됐다. 중계방송을 하지 않은 덕분에 보다 진솔한 현장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의 주요 세션 내용과 분위기를 하나씩 살펴본다.

팬데믹 이후 주요 국제기구가 사회적경제를 주류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새로 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각종 선언, 결의안, 정책 재정비를 통해 사회적경제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고, 이는 개별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1세션 발제를 맡은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는 ‘ILO가 사회연대경제의 정의를 채택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전반적인 글로벌 사회연대경제 동향을 소개했다. ILO는 올해 사회연대경제에 관해 공식 정의를 채택해 주의를 끌었다. 박 기자는 사회적경제가 기존의 경제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보완한다는 면에서 늘 관심받아왔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그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사회적경제 주류화에 관심 갖는 국제기구들

박 기자는 먼저, 지난해 9월 OECD가 ‘사회적경제: 주변부에서 주류로'라는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연 일을 소개했다. 당시 마티어스 콜먼 OECD 사무총장은 “사회적경제조직은 팬데믹뿐만 아니라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도 사회문제에 직접 대응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왔다”며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된 이후에도 사회적경제는 일반 복지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OECD는 사회연대경제의 법적 프레임워크 설계 및 소셜임팩트 측정에 관한 국제 지침을 개발 중이라고도 전했다. 

컨퍼런스에는 고형권 당시 OECD 한국 대표대사도 온라인으로 참석해 한국의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률, 고용성장 효과, 다양한 민간 거버넌스 방안을 소개한 바 있다. 박 기자는 고 전 대사가 이후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OECD가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제 공동행동(OECD Global Action)’을 진행 중이고, 이에 우리 정부는 OECD에 ▲한국의 사회적경제 정책과 관련한 성과·어려움 등의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계획과 활동을 공유하고 ▲한국에서 시행 중인 사회적 가치 측정지표와 개선방안 등을 공유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기자는 이어 지난해 12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유럽 사회적경제 실행계획(EU Social Economy Action Plan)’을 채택한 일을 설명했다. 실행계획에는 2030년까지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 38가지 구체적인 핵심행동이 포함됐다. 금융 접근성 제고 조치나 플랫폼 설립 등인데, 대부분 올해와 내년 사이에 실행될 계획들이다. 박 기자는 “이렇게 EU 집행위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주요 정책을 발표한 건 약 2011년 사회적기업 구상(Social Business Initiative) 발표 이후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도 더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제 차원의 공식 정의 채택

영상으로 ILO의 사회연대경제 공식 정의 채택 소식을 전하고 있는 시멜 에심(Simel Esim) ILO 협동조합 부서장.

올해 국제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사회적경제 관련 소식은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SE)에 대한 공식 정의 채택이다. 지난 6월 ILO는 제110차 국제노동총회에서(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공식 정의를 채택했다.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원칙을 기반으로, ‘비공식 경제’에서 ‘공식 경제’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또, 사회연대경제조직으로는 각국 상황에 따라 협동조합, 협회, 공제조합, 재단, 사회적기업, 자조 단체 및 사회연대경제의 가치와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채택된 정의는 총회에서 결의한 ‘괜찮은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 결의안’에 담긴 내용이다. 총회에 참가한 시멜 에심(Simel Esim) ILO 협동조합 부서장은 영상을 통해 설명을 더했다. 그는 “10일간의 3자(정부, 고용주 및 근로자 대표) 심의 끝에 채택된 결의안”이라며 “정부와 고용주·근로자 조직, ILO 사무국 등의 역할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채택된 정의에 관해 “ILO와 UN 차원에서 사회연대경제에 대해 처음 내놓은 고위급 논의의 결과”라며 “국제 수준에서 3자가 합의한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정의로는 최초”라고 그 중요성을 밝혔다.

이탈리아, 10월 중 ‘볼로냐 선언’ 예정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는 지난 달 29일 열린 이로운넷 창사 14주년 기념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에서 ‘ILO가 사회연대경제의 정의를 채택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전반적인 국제 사회연대경제 동향을 소개했다.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는 지난 달 29일 열린 이로운넷 창사 14주년 기념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에서 ‘ILO가 사회연대경제의 정의를 채택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전반적인 국제 사회연대경제 동향을 소개했다. 

박 기자는 이어 유럽 국가 중 이탈리아에서 10월 중 발표될 선언을 소개했다. 10월 21일 이탈리아는 볼로냐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새로운 선언을 내놓을 예정인데, 볼로냐에서는 10월 중 한 주 전체를 사회적경제 논의에 할애할 예정이다.

이같은 내용은 7월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트렌토에서 열린 ‘사람을 우선으로 두는 사회적경제’ 컨퍼런스에서 공개됐다. 컨퍼런스는 이는 ‘룩셈부르크 선언’ 모니터링 위원회 차원의 행사였다.

‘룩셈부르크 선언(Luxembourg Declaration on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in Europe)’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보다 포괄적인 생태계를 향한 로드맵'을 정한 선언으로, 2015년 유럽에서 채택됐다. 당시 룩셈부르크,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 6개국을 시작으로, 지금은 2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매년 다른 의장국이 이 선언을 점검하는 모니터링 위원회를 연다. 올해 의장국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노동사회정책부가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에는 이탈리아 사회적경제 관계자부터 정부당국, ILO 등 국제기구 전문가도 참여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법적 정의의 필요성, 지역 발전과의 관계성, 금융 메커니즘 등을 논의했다.

당시 컨퍼런스에 참여한 다니엘라 프레디(Daniela Freddi) 볼로냐 사회적경제 계획 책임자는 “룩셈부르크 선언에 참여하는 EU 회원국이 수년간 EU 기구에 사회적경제를 지원하고 홍보할 것을 촉구한 결과, 2021년 12월 EU 집행위가 액션플랜을 채택한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사람 중심의 가치’, ‘집단 선택을 위한 사회적경제 주체의 참여’ 등의 주제에 초점을 맞춰 탐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회의 진행, 매니페스토 제안, 정책 마련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사회적경제 계획을 구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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