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는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원칙에 기반을 둡니다. ‘비공식 경제’에서 ‘공식 경제’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운영되죠.” - 시멜 에심 ILO 협동조합 부서장

국제사회가 사회적경제를 핵심의제로 주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로 발생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고,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유럽 사회적경제 실행계획’을 채택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사회연대경제의 정의를 공식 채택했다. 경제 시스템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보조적 역할을 담당했던 사회적경제가 중앙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IMF 외환위기 때는 자활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경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활동가가 저마다의 역할을 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29일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새로운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출범기 등 정치·사회 환경 변화 속에서 사회적경제가 한 걸음 더 도약하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려면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세이가담 팜플렛을 보고 있는 청중의 모습
세이가담 팜플렛을 보고 있는 청중의 모습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대표 윤병훈)이 29일 개최한 사회가치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올해로 4회차를 맞은 이번 세이가담은 ‘사회적경제 한 걸음 더’를 주제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에서 치러지다 3년 만에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스페이스살림 다목적홀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온라인 중계방송 없이 현장에서만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패널 및 청중들의 솔직하고 밀도 높은 논의들이 오갔다.

2030세이가담은 ‘세상을 이롭게 가치를 담다’는 의미로, 2030년까지 사회혁신과 가치를 추구하는 의제를 논의하며 공론장을 만들어간다. 이번 행사는 SK, 행복나래를 비롯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신협중앙회, LG U+,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등이 함께했다.

국내외 사회적경제 동향과 새정부 출범기 대응전략

첫 번째 세션에서는 글로벌 사회적경제 동향을 소개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글로벌 사회적경제 동향을 소개했다.

2030세이가담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사회적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주목해야 하는 글로벌 동향, 정치, 로컬, 현장과 사람의 이야기 등을 다채롭게 담아냈다. 

먼저, ‘ILO가 사회연대경제 정의를 채택한 이유’를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서는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가 전반적인 글로벌 사회연대경제 동향을 소개했다. 

ILO와 OECD, EU는 사회적경제를 복지의 중요한 성장동력이자 포스트코로나 속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보고 있다. 특히 ILO는 지난 6월, 제110차 국제노동총회에서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SE) 공식 정의를 채택했다. 오는 10월 21일에는 이탈리아가 볼로냐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새로운 선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유진 기자는 “사회적경제를 의제로 채택하는 국제기구의 움직임은 해를 넘어가도 지속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사회적경제를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 새 정부 출범기를 맞아 사회적경제 전망과 대응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도 있었다. 두 번째 세션인 ‘윤석열 정부와 사회적경제, 전망과 대응전략’에서다.

윤석열 정부는 44번째 국정과제인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의 역할을 강조했다. ESG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 목표로도 거론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회적경제 정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이 거세다. 

2번째 세션 '윤석열 정부와 사회적경제, 전망과 대응전략' 토론모습
2번째 세션 '윤석열 정부와 사회적경제, 전망과 대응전략' 토론모습

새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방향을 짚는 진재성 이로운넷 기자의 발제를 시작으로,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박철훈 지역과소셜비즈 이사 ▲이종국 모두애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전략을 논했다. 사회는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가 맡았다.

특히 이번 세션은 중앙이슈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모범지역으로 꼽히는 경상북도와 광주광역시의 사례도 함께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민수 위원장은 “사회적경제는 보수-진보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 정착돼왔고, 보수정부에서 더욱 활성화됐다. 사회복지 정책을 펴는데 있어 사회적경제만한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라며 “국제흐름을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 반대는 제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철훈 이사와 이종국 이사장은 사회적경제 모범지역으로 꼽히는 경상북도와 광주광역시의 동향과 대응전략에 대해 논했다. 박 이사는 ESG트렌드와 착한 소비 흐름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야말로 자유시장체제를 지키고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는 혁신적 주체”라며 “사회적경제가 창출한 구체적 성과를 강조하며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국 이사장은 지역 내 당사자조직의 역할과 민관 거버넌스를 강조했다. 그는 “광주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다양한 의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과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회적경제 민관거버넌스는 매년 실천의제 발굴 및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균형발전부터 현장의 진솔한 이야기까지 담아내

3번째 세션 '로컬, 사회적경제 성장의 마중물' 토론 모습
3번째 세션 '로컬, 사회적경제 성장의 마중물' 토론 모습

오후에는 로컬과 사회적경제 활동가 등에 대한 세션이 진행됐다. 

지역소멸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돼왔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번째 세션 ‘로컬, 사회적경제 성장의 마중물’에서는 사회적경제와 소셜임팩트 측면에서 공정관광, 로컬푸드, 로컬브랜드 등을 주목했다.

발제는 정재훈 이로운넷 기자가 맡았다. 김규태 이로운넷 편집국장이 사회자로, ▲정법모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조교수 ▲엄경렬 김포농협 상무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가 토론자로 출연했다. 고향사랑기부제, 로컬푸드 직매장, 로컬브랜드포럼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4번째 세션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삶이다' 토론 모습
4번째 세션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삶이다' 토론 모습

이후 세션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사회적경제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구성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마련됐다.

네 번째 세션은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삶이다’라는 주제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구성원으로 활동해온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박초롱 이로운넷 기자가 사회자로, ▲김경예 나무와열매 이사장 ▲배정은 아카데미쿱 조합원 ▲도상헌 진주텃밭 협동조합 사무처장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게 된 계기,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 사회적경제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등을 자유롭게 발언했다. 사회적경제 구성원 뿐만 아니라 생태계 밖 사람들도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인지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5번째 세션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토론 모습
5번째 세션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토론 모습

마지막 세션인 ‘사회적경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with 넥스트SE)’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을 시작했고, 지금도 일하는 청년들이 계속 이 영역에 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박미리 이로운넷 기자가 사회자로, ▲백나경 HBM사회적협동조합 연구원 ▲이현우 십분의일 대표 ▲허성준 전 곡성군 인구정책과 코디네이터가 토론했다.

여러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입사, 퇴사를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경제를 사랑하며 이 영역에 남아있는 청년들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계속 머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개선되어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는 솔직 담백한 대화의 자리였다. 특히 청중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출처=이로운넷
세이가담 현장을 찾은 청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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