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과 함께 웃음을 나누는 강원도 마을공동체의 다채로운 활동과 이야기로 '스스로,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공동체의 소소한 일상들이 모여 지역의 활기를 더하고 더 나은 나와 우리를 만드는 강원도 마을공동체 이야기, 시작합니다.

어떤 일을 하기 전, 예를 들면 글을 쓰거나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꼭 청소를 합니다. 집중이 필요한 일에 앞서 마음의 유예를 준다는 좋은 핑계가 되기도 하지만 정돈된 주변 환경이 안정과 평화를 가져가주기 때문입니다. 바쁜 일상 중에 생활 한경을 습관처럼 깨끗이 정돈해 두는 일은 마음이 지쳤을때 다시 회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고 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주어지는 생활 처방전 중 하나에 하루 20분 청소가 포함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주변 환경을 정돈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삶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강원도 마을공동체 중에서도 모두를 위해 꽃과 나무를 심고, 하천변을 청소하고, 마을을 정돈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함께 즐거워지기 위해 팔 걷어붙여 구슬땀 흘리는 두 곳 공동체 이야기, 시작합니다.

■ 춘천_모두의 정원: 하천변 가꾸기, 모두를 위한 구슬땀

춘천_모두의정원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춘천 모두의정원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모두의 정원은 도시정원관리사와 조경기능사 과정을 통해 인연이 닿은 수료생들이 자신들의 재능이 지역사회에 이롭게 쓰이기 바라며 결성한 공동체입니다. 춘천 외곽이나 김유정문학촌 등 가로수 관리가 필요한 곳들을 대상으로 이어지던 봉사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춘천 시민들의 쉼터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공지천으로 이어지는 하천변을 정화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이른 새벽이나 퇴근 후 시간, 주말을 할애해 하천변을 가꾸는데 열심입니다. 모두의 정원의 손길이 닿는 하천변은 약 7~8km에 이르는데, 어느 한마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모두의 정원을 가꾸고 있는 셈입니다.

모두의 정원은 올해 첫 활동으로 주변이 식당가로 이뤄진 하천변에 대한 환경정화를 가졌습니다. 우거진 잡목을 가지치기하고 쓰레기를 주웠는데, 쓰레기 대부분이 담배꽁초라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비단 이곳뿐 아니라 정화 활동시 쓰레기의 대부분이 담배꽁초인데, 부피가 작아 주워도 끝이 없지만, 그마저도 주워두지 않으면 하수도 등을 막아 더 큰 문제를 일으키니 골칫덩이도 이런 골칫덩이가 없다고 합니다.

춘천 모두의정원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춘천 모두의정원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날이 따뜻해지는 6월 즈음해서는 식재 활동을 벌였습니다. 식재를 하면서 20~30여 가지 묘목을 시민들에게 나눔 하는 행사도 했습니다. 모두의 정원은 식재 활동을 통해 빨간색, 흰색, 분홍색 색색으로 철쭉을 심고, 화살나무를 심었는데요. 딱히 화초류가 없는 하천변에 봄을 알리는 꽃으로 철쭉을 선보이고,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경사로를 사람들이 잘 인식할 수 있도록 경계용으로 화살나무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식재한 나무가 목마르지 않도록 가뭄 동안 열심히 물 나르느라 진땀을 뺐는데, 장마가 지나고 나서는 웃자란 풀을 제초하느라 구슬땀 마를 새가 없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특별히 알아주는 이도 없건만 이렇게 고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까닭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구성원들의 선한 마음들 때문이겠습니다. 조용히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사막을 숲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요?

 [인터뷰] "대가 없이 모인 구성원, 서로가 서로의 복(福)" - 정덕진 대표

Q. 하천변 가꾸기, 손 가는 일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굵직굵직하게 어느 정도 관리가 되는 곳이지만 쓰레기 문제, 잡목이나 잡촉까지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 가려운 부분을 저희가 어느 정도 해소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쓰레기는 정말 담배꽁초 문제 심각하고요, 잡목이나 잡초는 정말 손이 많이 갑니다. 특히 보도블록에 작은 풀들 관리하지 않으면 미관상 안 좋을 뿐 아니라 보도블록 자체도 망가질 수 있어요. 다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많고 몸 쓰는 일이 많은데, 식비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땀 흘려 일하고 제대로 밥 한 끼 먹기 어렵다는 건 개인적으로 참 손톱 밑 가시 입니다.

춘천 모두의정원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춘천 모두의정원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Q.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대부분 봉사한다는 마음이라 자기만족이 큽니다. 땀 흘려 일하다 보면 오가는 분들이나 지인들이 고생이 많다고 격려하며 말 한마디 건네주는 것도 참 고맙지만,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새벽에도 나와서 같이 활동해 주는 공동체 구성원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서로가 서로에게 복(福)이라고 이야기해요. 매년 사업을 유지해서 회비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 지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모두의 정원'이 그리는 청사진은 무엇인가요?

구성원들이 노후에도 사회 활동이 가능하도록 인건비 정도는 수익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꿈꾸고 있어요. 지금의 직장을 은퇴한 후에도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스스로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저희 모두의 꿈이기도 하고요. 딱히 자랑하거나 뽐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인지라 강원도 마을공동체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을 텐데, 이런 꿈을 갖고 이런 활동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곳도 있구나~ 생각해 주세요.

 

■ 홍천_물걸2리 주민자치위원회: 쓰레기 분리배출합시다! 농촌 마을 환경캠페인

홍천 물걸2리 주민자치위원회, 쓰레기 분리배출 포스터 배포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홍천 물걸2리 주민자치위원회, 쓰레기 분리배출 포스터 배포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홍천 내촌면 물걸2리에는 마을 안에서 유쾌한 모의를 펼치는 동아리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마을공동체 사례로 손꼽히는 서울 성미산마을은 국내 첫 12년제 대안학교로 설립된 성미산학교로도 유명합니다. 물걸2리는 바로 이 성미산학교와 지속해서 교류를 나눠 온 곳인데, 이 인연으로 물걸2리에 귀촌한 개성적인 인물들이 꾸린 동아리가 우리가 오늘 만나볼 마을공동체입니다.

삶과 삶이 모여 세상을 구한다는 뜻을 가진 ‘삼삼은구’는 환경동아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성미산학교 농장학교 교사였던 인혜경 씨, 시골에서 농사 안 짓고 먹고 사는 법을 연구 중인 김인호 씨, 남편을 따라 귀촌한 고은석 씨, 여기에 이들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조력자인 마을 이장 배상이 씨를 통해 삼삼은구 활동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 안에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삼삼은구 구성원들은 못난이 농산물 나눔터를 시작으로 어르신 집 앞 눈 쓸기, 경로당 평상 만들어 몰래 두고 오기 등 우렁각시 프로젝트를 거쳐 이장님의 오랜 고민이었던 쓰레기 문제에 종착했습니다.

홍천 물걸2리 주민자치위원회, 삼삼은구 활동들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홍천 물걸2리 주민자치위원회, 삼삼은구 활동들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다량의 농사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 소각 문제가 그것이었는데요. 특히 쓰레기 소각은 적발 시 벌금이 부과되는 불법 행위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마을에 산불을 일으키는 등 화재 문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마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쓰레기 분리배출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하거나 안내 간판을 설치하는 등 캠페인 활동에 주력했습니다. 덧붙여 재생에너지 교육을 통해 마을 내 30~40여 개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해 주민 편의를 높이기도 했죠.

올해 또한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는 생애 구술 프로젝트와 함께 마을 쓰레기 문제를 중요한 화두로 끌어오고 있습니다. 페트병을 쓰레기봉투로 교환해 주거나 농촌에서 많이 사용하는 물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용품을 소개하기 위해 ‘알맹상점(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을 견학하는 등 올 상반기에도 캠페인 활동을 지속했습니다. 아울러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통해 삼삼은구의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기회도 얻었습니다. ‘농촌 마을에 적합한 쓰레기 배출 시스템 개발 및 설치’를 의제로 지난해 환경미화원들의 애로를 청취한 간담회 결과를 갖고 쓰레기 집하 거점 구역과 불법 투기 장소를 줄일 수 있는 수거 시스템을 신규 일자리 창출 방식으로 실험해 보고 있습니다. 단 몇 개의 삶과 삶이 만났을 뿐인데 이들이 구하는 세상의 변화가 생동감 있게 느껴지지 않나요?

남들이 보기에 조금 다른 사람이 집단이나 사회의 분위기를 흐린다는 뜻으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 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미꾸라지가 강물 바닥의 진흙을 헤집는 특성에서 비롯된 말인데, 사실 이 특성은 강물 생태에 아주 이로운 작용을 합니다. 미꾸라지가 흐린 물은 물고기들의 천적인 황새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진흙을 헤집으며 강물 바닥에 산소를 공급한 덕에 물이 고여 썩는 것도 막아 줍니다.

삼삼은구 사례만 보아도 이 속담은 남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집단이나 사회에 색다른 가치관을 제시해서 좋은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뜻으로 시급히 재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마을공동체, 신나고 재밌어요!" - 배상이 이장, 김인호 실무자, 고은석 간사, 인혜경 재무

Q.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즐거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배상이 이장 : 눈에는 보이지만 이장이 다 해결할 수 없는 고민과 문제들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제안을 할 때 정말 재밌어요. 실제로 이루어지니까 더 재밌고요. 조금 더 시끌벅적한 활기찬 마을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인호 실무자 : 서울은 소통이나 제안이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데, 여기는 제가 만들어 가는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지금은 가능성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먹고 살 문제만 해결되면 다른 청년들에게도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은석 간사 : 삶의 이야기가 생기는 게 제일 신나요.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돼 가족 말고는 대화할 사람도 많이 없었는데, 마을 어르신들과 대화할 기회도 생기고 생활에 생기가 더해졌어요.

인혜경 재무 : 마을에 기여하면서 주민으로서 제 자리가 생긴다는 기쁨이 커요. 분리배출 포스터 만들었다고 신문에 나오거나 할 때는 서울에서 활동할 때보다 더 세게 피드백이 온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곳에 정말 필요한 일이고 가치가 있구나 하고 힘도 많이 얻어요.

홍천_물걸2리 주민자치위원회, 환경미화원과 간담회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홍천_물걸2리 주민자치위원회, 환경미화원과 간담회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Q. 바라는 마을의 모습은 어떤 것이 있나요?

배상이 이장 : 다양하게 교류와 유대가 이뤄지는 마을이요. 아직도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주민들 많은데, 특히 40대 이하 친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어요. 곧 만들어 보려구요.

김인호 실무자 : 도시의 일상이 소비였다면 이곳 생활은 훨씬 생산적이에요. 지금보다 다양한 세대가 마을에 들어오거나 오고 간다면 더 많은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귀농ㆍ귀촌하지 않아도 비빌 곳이 되는 열린 마을이 됐으면 해요.

고은석 간사 : 공동체 구성원들하고 아무 말이나 막 할 때를 좋아하고 재밌어해요.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그때는 아무 말이나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어느 정도 실현을 해 놨다고 여겨질 때가 많아요. 상상이든, 바람이든 말하는 대로 언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 열려있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혜경 재무 : 음, 뭔가 특색이 있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마을에서 60살이 넘으면 다 자기 책이 하나씩 있는 마을, 이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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