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 윤여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 한승헌 한국표준협회 위원, 김혜진 삶기술학교 공동체장, 신별 피노젠 대표, 이찬슬 스픽스 대표.
(왼쪽부터)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 윤여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 한승헌 한국표준협회 위원, 김혜진 삶기술학교 공동체장, 신별 피노젠 대표, 이찬슬 스픽스 대표.

개항로프로젝트, 삶기술학교, 스픽스, 피노젠….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에 머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려는 청년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도시에 살다가 지역으로 갔거나, 지역에서 나고 자라 지역을 변화시키는 주체자로 활약하는 등 각자 자신만의 이유로 현재 지역에 머물고 있다.

최근 지역이 변하고 있다. 지역 창업가, 청년 활동가, 이들을 돕는 지원조직이 그 중심에 있다. ‘지역소멸’에 대한 대응책이 절실한 현시점에서 청년들은 자신이 살아왔던, 현재 살고 있는 곳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최대 민간 사회적가치 플랫폼 ‘소셜밸류커넥트(Social Value Connect, 이하 SOVAC)’가 20일 워커힐에서 진행한 ‘흔들어보자, 로컬!’ 세션은 지역에 사는 청년들이 어떻게 주변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공유했다. 지역에서 경험한 어려운 상황들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현재 자신이 변화시킨 지역은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 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개항로프로젝트는 1900년대 인천의 중심지 중구. 현재는 오래된 지역이었던 이곳을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로 채워넣었다. 단순히 새로운 것을 제작하는걸 넘어 지역의 노포(老鋪)와 협업해 과거와 현재를 공존할 수 있게 한다.

삶기술학교는 도시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와 자신의 기술과 마을 주민들의 기술을 교환해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실험을 지원한다. 2019년부터 시작된 삶기술학교에는 204명의 도시청년들이 다녀갔고, 현재는 20여명의 청년들이 지역으로 주소지를 이전해 자신만의 일자리를 만들며 살고 있다.

피노젠은 금강송을 잘 가꾸는 과정에서 떨어지는 부산물을 모아 피부에 좋은 고부가가치 소재나, K-뷰티 화장품으로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현재는 수출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피노젠 신별 대표는 경상북도에서 나고 자라면서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스픽스는 신안에서 방치된 폐교를 동물원·카페·공방·도서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총 11개의 공간 콘텐츠를 가진 테마파크로 조성된 이곳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또한 청년들에게는 한 달 살기 등을 지원하며 지역사례를 공유하는 청년마을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시작하려면? 주민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날 발표자들은 “지역에서 자리 잡기 위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창업을 할 때 지역민들의 텃세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션 진행을 맡은 경신원 도시와 커뮤니티연구소 대표는 “지역주민들의 도움이 없으면 거기서 뭔가를 시작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움만 넘으면 진심으로 대해 주신다”고 전했다.

실제로 청년들이 지역에서 자리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는 “나도 인천 출신이지만, 막상 인천에 들어갔더니 나를 엄청 싫어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분은 나에게 ‘인천 중구에서 태어난게 아니면 너는 인천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계셨다”고 했다. 그가 찾은 방법은 그냥 버티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나중에 노포 어른들과 많이 친해졌다. 지금은 1937년생 어르신께서 콜라텍을 같이 가자는 농담을 하기도 하고 1957년 주민은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하기도 한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김혜진 삶기술학교 김혜진 공동체장은 “우리는 도시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우리만의 공간이 없었는데 한산향교를 찾아가 향교 회장님과 관련분들을 모시고 사업 설명회를 진행해 복도 한 켠을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공동체장은 “마을에서는 우리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청년들이 마을에 있는게 신기하다’며 직접 담근 소곡주를 가져다 주시기도 했다. 그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가 개항로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이로운넷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가 개항로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이로운넷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는 이유

“도시에서 활동하는 건 딸기에이드 같았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 레몬에이드고요. 저는 레몬에이드가 굉장히 아름다운 음료라고 생각하거든요. 딸기에이드는 원래 달콤한 과일(딸기)을 음료로 만든거지만, 레몬은 너무 셔서 그냥은 먹을 수 없는 과일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서 훌륭한 음료로 만든 거잖아요.”

이찬슬 스픽스 대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게 그만큼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고난과 역경이 있다. 그래서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파워 콘텐츠를 얻을 수 있다는게 장점”이라고 지역에 머무는 이유를 설명 했다.

본래 지역에서 살았지만, 서울에서 취업을 하려고 했다는 신별 피노젠 대표는 “회사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아버지의 제안으로 지역에 머물게 됐다. 그는 “10년간 지역에서 일하면서 ‘로컬’이기에 강력한 가치와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분명히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피노젠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들의 지역살이, 성장하려면 '브랜딩'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좋은 아이템으로 창업했다고 해도 이들을 성장 시키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이 중요하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윤여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는 “브랜딩은 만드는 것만 아니라 키우는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육아를 예로 들면, 아이는 엄마 혼자서는 잘 키울 수 없다. 아빠가 있어야 한다. 또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을 비롯해 주변의 많은 사회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브랜딩은 특정 주체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한 사람들, 그곳에 있는 시민들, 기관들이 전부 키워야 한다”면서 “결국 브랜딩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고, 이것에 함께 할 수 있는 하나의 기반이 되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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