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상원의원이 36년의 정치사를 회고한 책 '쉼없는 파도(The Restless Wave)

 

미국의 살아있는 양심, 보수의 아이콘으로 칭송받던 존 매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이 26일 별세했다. 향년 나이 81세. 그의 죽음은 보수의 몰락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진정한 보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매케인 의원은 애리조나 주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6선 의원을 하는 동안 여섯명의 대통령을 거쳤다. 그의 행동원칙은 확고했다. 정파의 이익보다는 인권과 정의 자유민주주의를 앞세웠다.

그는 올해 5월 출간한 자서전 ‘쉼없는 파도(The Restless Wave)’에서 “정치 성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좋은 부모 , 충성스런 미국인, 고결한 인간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무게감이 실리는 건 언행일치. 말과 행동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 대선 때 한 백인 여성이 “나는 오바마를 믿지 못한다. 그는 아랍인이다” 라고 하자 마이크를 빼앗으며 “아니다. 그는 훌륭한 민주 시민이다. 나와 그는 정책에 이견이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정치인으로서 품격을 중요시 했고 임무에 충실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은 메케인 의원이 던진 한 장의 반대표 때문에 부결됐다. 그는 뇌종양 수술 직후 였지만 소신대로 투표를 하기위해 국회에 나타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의 반대 이유는 이랬다. “오바마법안의 폐지를 찬성하지만 대안 없이 무조건 폐지하는 건 보험시장과 미국민에게 큰 혼란을 가져온다”는 이유였다.

공화당원이었지만 그는 살아있는 권력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도 거침이 없었다. 지난해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국제 자유무역체제를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미국인의 적”이라는 발언에도 “언론의 입을 닫는 것은 독재자가 맨 처음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에겐 전쟁의 영웅이란 칭호가 따라 붙는다. 29살 때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자신이 몰던 전투기가 격추당해 5년반 동안 악명 높은 하노이의 감옥에서 포로생활을 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태평양지구 총사령관으로 하노이 폭격을 주도했다. 월맹은 이런 사실을 알고 협상카드로 조기 석방을 제안했으나 매케인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 수칙을 내세워 동료부터 풀려나게 했다. 금수저로서의 특혜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이후 계속된 고문과 부상의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고 팔은 머리위로 들어 올리지 못하는 장애를 평생 지니고 살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원로 정치인 매케인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쓴 회고록에서 미국 정치의 양극화에 심한 우려를 표했다.

“자신에게 동의하는 사람들과만 생각을 나누며 그렇지 않으면 상대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사실(fact)만을 취사선택하고 그에 배치되는 어떤 경험적 증거도 가짜(fake)로 치부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에 대한 덕목으로 겸손을 강조했다.

“오늘날 정치의 문제는 겸손의 결핍이다. 그 겸손이 대화와 타협을 가능하게 해 더 생산적인 정치를 만든다. 그것이 사라지면 우리 사회는 갈가리 찢기고 말 것이다. ”

그는 “세상은 좋은 곳이며 싸워 지킬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떠나기 싫다. 불평하진 않겠다. 인생은 여행과도 같았다.”고 덧붙였다.

쉼 없는 파도를 맞으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지켜온 그의 여행은 끝이 났다. 하지만 함께 파고를 넘었던 사람들의 마음속엔 그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 싶다. 메캐인 같은 정치인이 여의도에는 얼마나 있을까.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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