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의미를 담아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활동가’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로운넷 광주·전남 주재기자가 이 지역 활동가들의 생생한 현장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번 달에는 광주 동명동에서 '행복동거단'을 이끌고 있는 이기자 활동가를 만났다

인터뷰 중인 이기자 활동가
인터뷰 중인 이기자 활동가

광주 젊은이들의 명소 동명동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유명 학원들이 즐비한 구도심이었다. 주변으로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학원을 에둘러 있어 그곳은 주로 자녀를 기다리는 보호자들의 대기 장소였다. 도시 외곽지역의 발달과 함께 유명 학원들이 자리를 옮기자 그 빈자리를 호프집과 음식점이 차지하면서 동명동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현재 동명동은 카페 입구에 담배꽁초로 거리가 어지럽혀 있어요. 안에서는 피울 수 없으니 문밖에서 피우고, 꽁초는 그대로 바닥에 버리고 들어가 버립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동아리 팀원들과 주민들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흡연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일은 계속될 것 같아요.”

동명동에 젊은이들의 왕래가 잦으면서 활기를 띤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일부 흡연자들의 생각 없는 행동은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기자 활동가!

거리정화 및 금연 독려 캠페인 /사진=이기자 활동가 제공
거리정화 및 금연 독려 캠페인 /사진=이기자 활동가 제공

행복동거단, 보행자가 행복한 동명동 만들기

주부가 전업이었던 이기자 활동가가 마을일이 전업이 된 지는 올해로 4년째다. 틈틈이 기관에서 하는 아르바이트 정도의 사회활동이 전부였던 그녀가 마을활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지속가능한마을 코디로 발탁 되면서부터다.

처음 그녀가 마을 활동을 시작하면서 꾸린 팀은 ‘행복동거단’이다. 행복동거단은 ‘보행자가 행복한 동명동 만들기’를 줄인 말로 현재 인원은 9명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동명동의 보행 거리 개선을 위해 이들이 했던 활동은 여러가지다. 무단 쓰레기 밀집 장소 꽃밭으로 만들기, 어두컴컴한 좁은 골목길 안전 확보, 공간 미관 확보하기 등 다양하다.

“동명동은 유난히 골목이 많은 동네지요. 집과 집들이 골목과 골목을 통해 만나고 있어요. 무단 방치된 쓰레기를 치우고, 안전한 골목길을 만들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우리 손으로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몸은 힘들지만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곳을 지날 때마다 ‘이거 우리가 했지!’라는 뿌듯함은 해보지 않고는 몰라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팀원 모두 같은 생각이에요.”

마을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활동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이기자 활동가! 그의 리더쉽은 ‘행복동거단’ 팀원들이 즐겁게 마을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데 있다. 팀의 대표를 맡으면서도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는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팀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팀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유익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팀원 중에는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여 강사로 활동하는 팀원도 생겼다.

“각 구마다 자원순환이 의제로 작용할 때는 행복동거단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어요. 동명동은 카페가 많다보니 우유팩을 수거하면 의미가 있겠다 싶어 한동안 우유팩을 수거한 적이 있어요. 팀원들이 카페를 돌아다니며 취지를 설명하고 우유팩을 수거해 일일이 가위로 자르고 씻고 말리는 활동을 했지요. 나중에는 꽤 많은 우유팩이 쌓이더라구요.”

우유팩 수거는 환경을 생각하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일이지만 하다 보니 생각만큼 만만한 활동은 아니었다고 한다. 수거해 온 우유팩을 세척할 공간, 건조시킬 공간이 확보되지 않고는 힘든 일이었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해당 업체에는 다양한 선 혜택이 주어져야겠지만요.”

수거한 우유팩을 깨끗히 세척하고 건조시킨 후 가지런히 쌓아 놓은 모습/ 사진= 이기자 활동가 제공 
수거한 우유팩을 깨끗히 세척하고 건조시킨 후 가지런히 쌓아 놓은 모습/ 사진= 이기자 활동가 제공 

마을일,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은?

상가 밀집지역에 대한 마을 공동체성 확보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각자의 이권 개입이 작용하고 있어 주민자치조직에도 많은 허점이 보인다고 말한다. 마을 일에 진정성을 가지고 참여하기보다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라는데...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시간을 내어 참여의지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었으면 해요. 이권을 위해 자리만 차지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요. 대부분 형식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럴 때는 일할 의욕이 상실됩니다.”

기관의 태도에도 문제점이 많다는 그녀. 지시적, 우월적 태도가 대가성 없이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기분을 불쾌하게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또, 주민들이 애써 기획한 아이디어가 기관의 아이디어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공동체를 위한 사업활성화 보다는 사업성과를 위한 ‘공동체 악용’이 문제라는 것이다.

“주민의 아이디어나 기획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마치 기관에서 다 한 것처럼 표출될 때는 순간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팀원들과 열심히 상의하고 만들어 낸 것들인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녀를 믿고 함께 하는 팀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업 담당자가 바뀌면 담당자의 관심 영역에 따라 사업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다. “잘하고 있다가도 담당자가 바뀌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시작해야 해요.” 주민이 주도적으로 일해 갈 수 있도록 기관은 간섭 없는 지원과 협조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단다.

그동안 마을 활동을 하면서 그녀가 느낀 한마디는 이렇다. “마을이 지속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사심 없는 사람들의 즐거운 협력이 바탕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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