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번 공감토크는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요즘, 여행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도내 사회적경제 기업 두 곳을 통해 강원도를 여행하는 색다른 방법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찾는 유명 관광지 대신 생생히 살아있는 로컬의 이야기를 마주하거나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과 여정을 떠나는 방식까지! 고루한 여행에 지친 자들을 위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봅니다.

강원도 DMZ 접경 지역에서의 평화여행·체류·교육·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이기찬 이사장, 자연을 벗 삼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 경쟁보다는 협동을 속도보다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끄는 따뜻하고 느린 여행의 동행자 주식회사 길벗 장성면 기획팀장 이 두분이 주인공입니다.

왼쪽부터 장성면 주식회사 길벗 기획팀장, 이기찬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이사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왼쪽부터 장성면 주식회사 길벗 기획팀장, 이기찬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이사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소개부탁드립니다.

이기찬(이하 이): 안녕하세요.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이하 강원피스투어) 이기찬입니다. '평화박물관',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평화 교육이나 남북한 문제와 관련한 NGO에서 오래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춘천을 근거로 둔 접경 지역 평화 여행, 평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을 창업하게 됐어요. 2020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출발했고, 양구(화천), 고성 두 곳에서 나름의 상품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판매도 하고, 사업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시범사업이나 용역에 따라 프로젝트성으로 운용됐는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포털 여행 플랫폼 등을 활용해서 상설로 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장성면(이하 장): 주식회사 길벗(이하 길벗) 장성면입니다. 길벗은 원주의 작은 시골에서 출발한 '길터사회적협동조합'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돼요. 길터사회적협동조합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녀들을 교육하고 싶었던 시골 동네 부모들의 교육 네트워크로 출발했는데, 대안학교 방식의 유아ㆍ초등 프로그램과 이어지는 중ㆍ고등 프로그램이 부재한 상황에서 인천 소재 여행 대안학교 로드스꼴라를 롤모델로 2013년 개교한 '청소년여행학교'가 길벗의 초기 모습이에요.

여행의 방식을 자전거로 정하고, 자전거 타는 날인 '자날(자전거로 길 틔는 날)'을 2014년부터 운영하시 시작했어요. 자전거 여행은 길터사회적협동조합 내부 프로그램으로만 운영되다가 점차 소문이 나면서 외부 의뢰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길터 자체의 사업 분야도 다양해지면서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지난해 6월 '주식회사 길벗' 이름으로 독립적인 길을 걷게 됐어요.

길벗은 이제 사업적으로 학생, 학부모로 특정했던 대상을 넓혀가면서 사회적경제 영역과 연계한 여행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에요. 여행과 뗄 수없는 숙박, 식사 등을 지역의 사회적경제 기업 또는 조직과 연계하는 방식으로요. 실제로 사회적경제 영역과 연계해 자전거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왼쪽부터 장성면 주식회사 길벗 기획팀장, 이기찬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이사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왼쪽부터 장성면 주식회사 길벗 기획팀장, 이기찬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이사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O. 기업에서 운영하는 여행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장: 기본적으로 월마다 '자전거로 길 틔는 날'이 운영돼요. 길벗의 시작과도 같은 가업이죠.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원주를 근교로 해서 안전한 자전거 타기 문화를 만들고 있고, 아이들에게 자전거 타는 습관을 만들어 주려고도 하고 있어요. 최근에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 아세요? 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 말씀으로는 한 반에 60%정도, 절반 이상이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길벗이 여행이 아닌 학교나 기관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자전거 타기, 안전한 자전거 타기 등 자전거학교를 운영하는 까닭이기도 해요.

 꾸준히 운영하는 자전거 타는 날이나 자전거학교 외에 여름에는 청소년 국토종주 프로그램을, 겨울에는 제주도 자전거 또는 트레킹 프로그램을 열어요. 자전거 해외탐방까지 굵직굵직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강원피스투어처럼 용역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요.

주식회사 길벗, 자전거로 길틔는 날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주식회사 길벗, 자전거로 길틔는 날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 강원피스투어가 제안하는 여행을 업계에서는 SIT(Special Interest Tourism), 특수목적관광이라고 말해요. 기존에 목적지 중심의 여행이 아니라 여행자의 특별한 관심 분야에 대한 체험이나 학습 등의 활동이 중심이 되는 여행을 말해요. 강원피스투어는 DMZ투어로 '평화관광, 평화여행'이라고 하는 테마가 명화하기 때문에 일반인분 아니라 청소년, 대학생 대상 답사도 가능하죠.

앞서서 양구랑 고성, 두 곳을 이야기했잖아요. 내국인 대상 양구 펀치볼 피스 트레킹, 남고성 경계 여행과 외국인 대상 East Of The DMZ(DMZ의 동쪽) 3개 프로그램을 대표 상품으로 하고 있어요.

투어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아요. 사실 투어 프로그램이 아니면 찾기 힘든 곳이거든요. 고성의 이승만ㆍ이기붕ㆍ김일성 별장, 매력적인 화진포 응봉, 우리나라 최북단 통일 전망대, 양구에는 을지 전망대, DMZ 펀치볼 둘레길 같은 장소들이요. 투어 가이드 시 해당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평화여행의 방식으로 풀어내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반응이에요. 뿌듯하고, 저희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도 얻어요. 요새는 인문학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지적 탐구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도 많잖아요. 역사 여행 쪽으로 결이 맞는 분들한테는 정말 딱 좋은 여행 프로그램이에요.

Q. 여행의 관점(평화여행)과 방식(자전거 여행)을 택한 본격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강원피스투어의 원래 시작은 외국인 대상 영어 가이드 투어였어요. 사업 초기 코로나19로 진행이 불가했지만, 그 다음 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2021산ㆍ학ㆍ연ㆍ관 협력 지역관광 혁신사업 : 이을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시범사업으로 (주한)외국인 대상 동해안-DMZ평화여행을 진행하게 됐어요. 올해도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2년 연속 같은 사업에 선정되었고요.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양구 펀치볼 둘레길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양구 펀치볼 둘레길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서울권에는 외국인 대상 영어 가이드 DMZ 프로그램이 있어요. 몇 군데 장소에서 모객을 하고 특정 장소에서 출발해, 파주 임진각-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같은 곳을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입니다. 서울이랑 접근성이 좋다는 점과 모객이 용이하다는 점, JSA가 갖는 상징성 등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저희는 강원도를 1호로 외국인 대상 DMZ상설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강원도에는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JSA 대신 산 중의 초소같이 진짜 살아있는, 리얼한 DMZ가 있잖아요. '난 조금 다른 걸 보고 싶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동쪽의 DMZ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동쪽의 DMZ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초기에는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어느 정도 딱 짜이면 수익 구조도 나오고 수요도 늘어날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장: 자전거 여행은 일면 트레킹하고 비슷해요. 천천히 길 위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요. 자연 풍광은 물론이고 골목, 골목 숨겨진 길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정취까지 즐길 수 있고요. 다만 자전거는 걷기와 비교해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상당하다는 차이가 있어요. 사람은 보통 한 시간에 십 리(4㎞)를 걷고, 종일 걸으면 팔십 리(32㎞)를 걸을 수 있는데, 자전거는 실력이 없는 초짜도 하루에 50~60㎞를 갈 수 있으니 운신의 폭이 훨씬 넓죠. 걷기의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은 보완하면서도 천천히 다양한 걸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는 훌륭한 여행 수단이 돼요. 힘들게 오르막길을 올랐다가 내리막길을 쌩~ 하고 내려올 때 액티비티성이 또 재미죠.

강원도에서 자전거 여행을 더 재밌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안전성’이에요. 안전성은 길벗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실제 자전거와 자동차 사고 시 자전거 쪽에 60~70% 정도 유책 사유가 있다고 봐요. 양쪽 다 서로를 배려하지 못한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자전거 사용자가 잘못을 했거나 올바른 자전거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탓이 커요. 코로나19 동안 실내 스포츠 대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야외 스포츠, 야외 활동으로 자전거 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체감되는 데 반해 자전거 문화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가 커요. 전 세계 자전거 생산 1위국인 대만 자전거 해외탐방 시 자전거에 관대한 자동차 운전자, 그 자동차 운전자를 배려하는 자전거 이용자 간의 평화로운 자전거 문화에 감탄한 경험이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점차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이게 가장 종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굳이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보다 버려진 옛길을 활용하는 방식의 자전거길 개발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간혹 옛길을 이용할 때가 있는데, 움푹 패거나 풀들만 좀 정비되면 이만큼 좋은 자전거길이 없거든요. 새로 만들기보단 기존 도로를 정비하는 것만으로 안전하고 예쁜 자전거길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두 곳 기업의 협업 프로젝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이: 21년, 외국인 대상 동해안-DMZ 평화여행을 진행했을 때였어요. 두 차례 정도 팸투어로 프로그램을 보완한 후 참가비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1박 2일 프로그램 시 속초 영랑호를 자전거로 한 바퀴 둘러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전거 투어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전문성을 갖춘 길벗 쪽에 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결과도 대만족이었어요. 영랑호 주변 날씨도, 코스도 완벽하고 라이딩 자체도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East of the DMZ, 강원피스투어-길벗 협업 사례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East of the DMZ, 강원피스투어-길벗 협업 사례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장: 길벗에게도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내국인 대상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고, 무산됐던 자전거 기획 프로그램도 운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거든요. 20여 명 정도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했는데, 제가 현장에서 느끼기에도 반응이 무척 좋았고 길벗 자체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이: 향후에 청소년 캠프나 썸머캠프 등 2박 3일, 3박 4일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규모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루는 꼭 길벗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일과를 넣으려고 해요. 자전거를 타는 유쾌한 경험에 더해 캠프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경제와 공정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도록이요. 함께 좋은 시너지를 낸 경험도 있어서 의지도 비전도 충만한 상황이에요.

왼쪽부터 장성면 주식회사 길벗 기획팀장, 이기찬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이사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왼쪽부터 장성면 주식회사 길벗 기획팀장, 이기찬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 이사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여행길에 사회적경제가 함께하는 사례도 있나요?

장: 길벗의 프로그램 중 강원도 인제에서 진행했던 여행에 대해 굉장히 반응이 좋았어요. 인제도 DMZ, 평화와 관련된 박물관과 장소들이 있어서 함께 이야기 나눌 게 풍성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좋았다고 말씀하는 건 여행객을 맞이해준 냇강마을(협동조합 냇강두레농업)의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사람의 손길이 많이 묻지 않은 자연이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태백에 대해서도 비슷한 평을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이 찾는 태백에서 힐링드림협동조합과 함께 자전거 상급자를 대상으로 한 챌린지를 진행했었는데, 일정 중 힐링드림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효소찜질과 통리게스트하우스를 참가자들에게 체험과 숙소로 제공하는 협업이었어요. 효소찜질은 라이더로 지친 심신에 휴식을 주기에 안성맞춤이었고, 태백에서 보기 드문 게스트하우스도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힐링드림협동조합에서 옛 탄광산업을 연계한 ‘블랙산타’ 콘텐츠의 일환으로 광부들의 도시락을 재현한 ‘블랙산타 도시락’을 일정 중 선보여 흥미를 돋우기도 했어요.

주식회사 길벗_태백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주식회사 길벗_태백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자전거 콘텐츠 하나만 갖고는 좀 부족할 수 있어요. 때문에 사회적경제 기업과의 협업으로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는 작업을 계속해보려고 하고요. 강원도 길 따라 곳곳에 사회저경제 기업들 많잖아요. 실제로 활동적인 콘텐츠를 결합하고 싶어 하는 곳들도 많아서 길벗의 프로그램과 같이하는 좋은 융합 콘텐츠 여행들을 여럿 만들어 보고싶어요.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농업회사법인 까미노사이더리 협업사례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농업회사법인 까미노사이더리 협업사례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 펀치볼 트레킹 등 양구에서 일정을 보낼 경우 꼭 식사나 요가 같은 프로그램을 까미노(농업회사법인 까미노사이더리㈜)와 함께하고 있어요. 까미노는 양구 친환경 파지 사과를 활용한 상품을 제조하는 곳인데, 양구 천문대 앞에서 카페 공간을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까미노가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몇 차례 협업을 함께 하면서 미리 일정을 맞추면 참가자들을 위해 근사한 식사를 마련해 주기도 하고, 카페 앞 너른 마당을 활용해 요가 수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즐겁게 협업하고 있고, 앞으로도 쭉 함께하고 싶어요.

Q. 강원피스투어의 '평화여행'이 기존의 안보여행과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이: 같은 장소를 두고도 바라보는 시각을 ‘안보’에 두느냐, ‘평화’에 두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여행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6.25전쟁 때 격전지였던 철원 백마고지를 안보여행으로 방문하면 얼마나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는지, 우리 쪽이 훨씬 적은 사상자를 내면서 어떻게 승기를 잡아 중부 전선을 위로 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 해설해 줘요. 표지판마다 ‘멸공’, ‘반공’이 적혀 있고, 북한군을 저격할 수 있는 사격 놀이가 설치된 장소도 있어요. 안보여행은 전쟁의 승리를 이야기하며 정서적으로 고취시키는 것을 중시한다면 평화여행은 전혀 다른 관점을 이야기해요.

1951년 7월 정전회담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되는 시점의 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삼기로 정한 뒤 지금의 휴전선으로 고착되기까지 2년 1개월간의 고지전에서 무수한 생명, 특히 젊은 청년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이야기해요. 간혹 ‘무의미’ 했다고 표현하면 반기를 드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는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의 남북한 관계와 평화로운 교류 협력에 대해 이야기해요. 통일보다는 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평화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요새 양구 사과 진짜 맛있거든요? 기후변화에 따라서 재배지도가 점차 위로 올라가면서 생긴 현상이에요. 20년 후 재배지도 예측을 보면 북한 원산이 사과 재배 최적지로 확인돼요. 근데 우린 수입 못하잖아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에 관한 이야기, 가까운 나라와의 교역으로 줄이는 탄소발자국, 기후변화에 따른 생활사의 변화 등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할 것들을 모을 수 있어요.

강원피스투어는 평화여행을 통해서 북한을 없는 존재처럼 여기거나 민족 정서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인접 국가로서 잘 지낼 수 있는 방안이나 소통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식회사 길벗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주식회사 길벗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코로나19 이후, 여행업계에도 변화가 있나요?

장: 코로나19가 여행 방식의 변화들을 보다 빨리 불러왔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이전에도 단체 패키지여행은 축소되고 있었고 소규모 여행이나 일정 중 자유로움을 더 많이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었거든요. 저희도 지난해 제주도 투어를 진행하면서 첫 지점과 끝 지점만 정하고 나머지 일정은 자유일정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여행을 할 수 있게끔 한 거예요. 자전거 여행은 특히 단체로 하는 경향이 강한데, 저희로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 셈이에요.

요즘의 여행업계에서 하는 말이 있어요.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를 잘해야 한다고요. 개인의 취향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여행 방식의 변화는 여행 분야에 새로 유입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고,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 맞아요. 업계 전문가들도 ‘매스투어리즘(Mass Tourism, 대중관광)은 끝났다’고 이야기해요. 단체 여행도 40명에서 20명 정도로 인원 기준이 낮아졌고요. 강원피스투어는 속성 자체가 단체 여행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존 매스투어리즘과는 다른 방식의 특화된 콘텐츠를 선보여야 해요. 자율성에 있어서도 개인 또는 단체 여행 일정 중 반나절이나 하루를 저희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상설화하려는 시도도 진행해 볼 참이에요.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_펀치볼 둘레길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_펀치볼 둘레길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멍 때리는 거 좋아하거든요. 새로운 장소에 가서 1시간, 2시간 앉아 있으래도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어요. 쉼이라는 게 육체적인 쉼도 있지만 정신적인 쉼도 있잖아요. 일상이 너무 힘들다고 하면 여행을 통해서 여유도 확보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활기를 얻을 수도 있을 거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여행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가 ‘관계’ 같아요. 친구, 연인, 가족 심지어 혼자 하는 여행에서도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고 여겨요. 가까운 사람들끼리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 여행이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도 관계의 모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장: 여행 좋아하는 캠퍼이긴 한데, 즉흥여행파라 정작 제 여행을 할 땐 계획을 세우진 않아요. 여행사 대표인데 조금 우습죠, 하하하. 계획 없이 떠나거나 사람 냄새나는 여행 좋아해요. 많이들 찾는 강원 영동 쪽 말고 강원 영서 내륙을 여행하는 방법 중에 장날 찾아가는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요. 태백, 영월, 평창 같은 내륙 지방 오일장에 가면 강원도 사투리도 들리고, 딱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취가 있어요. 여행에서 우연치 않게 얻어걸리는 것들에 대한 즐거움이 있죠. 교육으로 출발한 만큼 길벗이 자주 쓰는 말이 있어요. ‘여행을 통한 배움’이라고요. 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 풍광, 과정 심지어 실패까지 모두 배움이에요.

거리두기는 멈췄지만 스스로의 안전을 챙기면서 사람들이 다시금 여행의 기쁨을 누리길 바라요. 새로운 여행 방식을 제안하는 강원피스투어와 길벗 같은 여행 길동무도 만나보길 권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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