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디지털화가 맞물리면서 키오스크 등 기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와 디지털화가 맞물리면서 키오스크 등 기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은행 ATM 기기로 돈을 입금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기차표를 예매한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온 지 오래다. 최근 3년 코로나19로 비대면‧무인시스템으로 전환속도가 빨라지면서 생활 속 더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하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는 세대, 특히 노인층이 많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만큼이나 인구 고령화도 빠른 한국에서 디지털 격차가 심각해지는 이유다. 제주도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Route330 ICT는 22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불평등에 대응하는 디지털 포용’을 주제로 온‧오프라인 강연을 개최했다. 지역주민, 대학생, 예비창업자,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디지털 격차를 줄여 디지털 포용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카이스트에 고령사회 기술복지 정책실험실을 설립한 사회복지학‧노년학 분야 전문가 최문정 교수가 이날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겪는 한국사회에서 ‘100세 시대’가 이미 현실로 다가왔음을 먼저 언급했다. 

Route330 ICT는 22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불평등에 대응하는 디지털 포용’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문정 카이스트 교수가 장수혁명과 디지털혁명에 대해 이야기했다./출처=Route330 ICT 강연 화면 갈무리
Route330 ICT는 22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불평등에 대응하는 디지털 포용’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문정 카이스트 교수가 장수혁명과 디지털혁명에 대해 이야기했다./출처=Route330 ICT 강연 화면 갈무리

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현재 20세는 셋 중 한 명, 30세는 넷 중 한 명, 40세는 다섯 중 한 명, 50세는 일곱 중 한 명이 100세를 넘겨 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장수혁명’이 도래하고 생애주기가 변화하면서 65세 이후 30년간이 노년기로 묶인다. 노년기가 길어지다 보니 △전기 65세~75세 △중기 75세~84세 △85세 이상 등 3개로 나누기도 한다. 

더욱이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장 빠르게 발전한 나라로, 디지털혁명과 장수혁명이 겹치면서 ICT에 접근‧역량‧활용에 있어서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스마트 기기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못해 일상 속 불편함을 초래하는 문제부터 폭염이나 폭우, 감염병 등 재난 정보를 제때 받지 못했을 때 목숨을 잃게 되는 큰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1년 통계청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 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100% 기준)의 75.4%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도 고령층은 69.1%로 일반국민과 격차가 30% 이상이나 벌어지는데, 이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속도는 가장 더디다. 최 교수는 “디지털은 언어와 비슷해서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디지털 환경이 당연한 원주민과 배우고 익혀야 익숙해지는 이민자와 같아 격차가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최문정 카이스트 교수(오른쪽 맨 위)는 디지털 포용을 실현할 방법으로 지난 1월 발의된 '디지털 포용법'을 소개했다./출처=Route330 ICT 강연 화면 갈무리
최문정 카이스트 교수(오른쪽 맨 위)는 디지털 포용을 실현할 방법으로 지난 1월 발의된 '디지털 포용법'을 소개했다./출처=Route330 ICT 강연 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디지털 격차를 줄여 다양한 세대와 취약계층을 끌어안는 디지털 포용을 실현할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사회정의는 자원의 재분배 문제이므로, 디지털 포용 역시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 포용법’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고 관련 서비스를 육성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국회의 법제화나 정부의 실행도 중요하지만 모든 일을 국가가 할 수 없고,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빈틈을 시민사회에서 메꿔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돼도 이를 사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을 위해 최소한의 대면 서비스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면서 “법제화가 중요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기술은 태생적으로 편리함을 원하는 부자를 위해 만들어지는데, 처음 개발할 때부터 약자를 위한 포용성을 고민한다면 더욱 지속가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강연을 주최한 Route330 ICT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스타트업이 가진 ICT 유망기술과 제주도 주요 산업 테마를 결합해 지역 내 환경 및 도민에게 기여하고 일자리와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환경, 창업 등 다양한 주제로 교육, 워크숍, 행사를 개최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Route330 ICT는 매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환경, 창업 등 다양한 주제로 교육, 워크숍, 행사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출처=Route330 ICT
Route330 ICT는 매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환경, 창업 등 다양한 주제로 교육, 워크숍, 행사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출처=Route330 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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