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훗날 역사책에 기록될 비극을 끊임없이 몰아오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유엔난민기구가 국경을 넘어 해외로 피난을 간 우크라이나 국민이 105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하며 전쟁의 장기화를 실감케 했다. 이들은 폴란드, 몰도바,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 주변국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전쟁 중인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피난민의 대부분이 노약자, 여성, 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8일, 이로운넷은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두환 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를 만나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이 처한 현실을 듣고 우리나라 차원에서 모색해볼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용빈 의원: 가정의학과 의사 출신으로, 이주노동자나 난민 등 외국 출신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살피는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에서는 '고려인마을 주치의'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전쟁이 발발하고 우크라이나 출신 무국적 고려인들을 위한 군 전용기 투입을 정부에 촉구하고, 무국적 고려인도 재외동포로 인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고두환 상임이사: 지난 4월과 7월 초 몰도바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피난민 상황을 확인했다. 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는 전 세계 33개 국가 및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협력 NGO로,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현지와 몰도바에서 ▲임시 피난소와 난민 진료소 운영 ▲반려동물 및 동반가족 지원▲국경을 통한 우크라이나 물자 보급(정신병원, 보육원 등 취약계층 우선 지원) 등 다방면으로 피난민을 지원 중이다.

18일 이용빈 의원실에서 이용빈 의원과 고두환 상임이사는 우크라이나의 현황을 공유하고 방안을 모색했다. 이용빈 의원은 지난 4월 폴란드에, 고두환 상임이사는 3월과 7월 몰도바에 다녀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직접 만났다./사진=진재성 기자
18일 이용빈 의원실에서 이용빈 의원(왼쪽)과 고두환 상임이사는 우크라이나의 현황을 공유하고 방안을 모색했다. 이용빈 의원은 지난 4월 폴란드에, 고두환 상임이사는 3월과 7월 몰도바에 다녀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직접 만났다./사진=진재성 기자

Q.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상황을 알려달라.

고두환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이하 고): 국내외 피난민이 2000만명에 육박한다. 난민기구에서 발표한 1000만명이라는 숫자는 국경을 넘은 피난민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내부 피난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서 과거 6.25 전쟁 당시 1·4 후퇴 때 부산 피난민이 발생한 것처럼, 우크라이나에서도 국외로 넘어가지는 않고 국내에서 떠도는 피난민이 있다.

피난처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로 복귀하는 일도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18~60세 남성을 대상으로 총동원령을 내렸기 때문에, 피난민은 대부분 아이와 여성, 노약자다. 이들이 서유럽 국가로 피난을 갔는데 언어와 문화가 맞지 않아 다시 돌아가는 사례가 최근에 정말 많았다.

Q. 난민을 수용한 국가들의 상황도 궁금하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하 이): 지난 4월 폴란드에 직접 방문했다. 폴란드 난민촌을 방문하고, 피난민을 돕는 NGO 관계자와 고려인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폴란드는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나라다. 당시 전쟁이 터진지 약 두 달 만에 250만여명이 폴란드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하는 폴란드인들의 태도가 존경스러웠다. 특히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특별법을 시행해 폴란드인과 동등하게 사회보장을 받도록 하고 있었다.

: 몰도바나 조지아 등 주변 약소국도 피난민을 받고 있다. 지난 3월과 7월 초 직접 몰도바를 방문해 피난민 상황을 확인했다. 몰도바는 실거주자 약 200만명의 작은 국가다. 그런데 지금 약 55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보다 난민 입국 과정이 쉽고, 우크라이나와 언어와 문화가 어느 정도 통한다는 특징 때문이다.

다만 현재 1인당 GDP가 3300달러밖에 안 되는 실정에다 유가와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심하게 치솟고 있고, 러시아의 추가적인 침공 위협도 있어 민생 경제가 파탄이 날 지경이다.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진재성 기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진재성 기자

Q. 우리나라도 국제적 연대와 인도적 지원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나. 난민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 곧 겨울이 다가와서 방한 문제가 대두될 거다. 연료가 대부분 러시아에서 넘어오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국들의 연료 공급을 대부분 끊은 상황에서 전쟁이 더 길어지면 정말 얼어 죽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의료 지원도 절실하다. 전면전이 아니다 보니 전쟁으로 인한 외상보다는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같은 만성질환이 문제다. 처방전이 없어서 약을 받지 못하거나 하는 문제다. 보통 전쟁 현장에 오는 의사들은 대부분 외상을 치료하는 의료 인력인데 이번 전쟁은 성격이 좀 달라서 안 맞는 부분도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나, 아이들의 경우 몽유병 같은 정신적인 문제도 생긴다. 게다가 주요 지역 공공병원이 대부분 파괴됐고, 의료 장비까지 노후했다.

: 올 초 67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우크라이나와의 회복적 동행을 위한 의원모임'을 결성했다. 다만 이후 대선, 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정치 현안들과 맞물려 적극적인 활동이 어려웠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만큼 제도나 예산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면 국회에서도 여야가 함께 풀어가도록 노력하고, 더불어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자산이 있지 않나. 농업 자원부터 인력 자원까지. 게다가 상당히 수준 높은 과학 기술 선진국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해 가는 게 미래를 위해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고두환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사진=진재성 기자
고두환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사진=진재성 기자

Q. 현지에 나가있는 현장 활동가에 대한 지원은 충분한가.

: 이런 사태가 터지면 민간단체 전문가가 현장에 나가 활동할 수 있게끔 국가가 보장해주면서, 관련 분야의 젊은 인재를 키워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특별 허가 없이는 자국민의 출입도 금하고, 사업 지원을 해주는 과정에서는 인건비나 관리비 같은 건 별도로 책정할 수 없게 하니까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피스윈즈 사무소가 있는 일본·미국 같은 경우, 민간 차원의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사람과 조직을 육성하는 구조가 형성돼있다.

ODA(공적개발원조)를 할 수 있는 나라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러시아가 성공하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도 (국제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현장 활동을 강화시키는 게 전쟁의 확대를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폴란드에 갔을 때 난민지원 NGO 단체들과 간담회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민간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우크라이나에서 피란길에 오른 고려인도 많다고 들었다.

: 우크라이나에는 미등록 무국적자를 포함한 고려인 약 3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봄에 폴란드로 떠나면서 우크라이나 출신 무국적 고려인들의 안전을 고려해 정부에 군 전용기 투입을 촉구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민간 차원의 항공권 지원을 위한 모금 수준에 그쳤다.

이에 무국적 고려인도 재외동포로 인정하는 내용의 ‘고려인 등 무국적 재외동포 포용법’도 대표로 발의했다. 고려인은 본질적으로 한민족이고, 그런 점에서 고려인 난민이 발생했을 때는 쉽게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입법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입법에 속도가 잘 안 난다.

Q.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난민 수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긍정적인 여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 난민에 대한 국내 인식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위에는 북한이 있어 어찌 보면 섬 같은 나라다. 난민을 받아본 경험 자체가 거의 없어 그 개념이 낯설 수밖에 없다.

폴란드에서는 옛 대우자동차 공장을 피난민 수용 시설로 개조했는데, 시설 자체가 쾌적한 곳이다. 그곳에서 난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지원, 치과 진료, 유아교육 등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게 하는 인프라가 마련돼있더라. 우리나라보다 덜 여유로운 국가인데도 그런 모습을 보이니,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난민 수용은 결국 할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선진국이 돼가는 과정에서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외동포를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국가의 근간을 오히려 튼튼하게 만드는 발판이 되도록 지금부터 정책을 잘 준비해야 한다.

Q. 현장 전문가로서, 정책 입안자로서의 계획을 말해달라.

: 종전까지 우크라이나 난민을 돌보고, 주변에 경제적으로 열악하지만 지원 받을 길이 없는 몰도바를 함께 지원하는게 지금의 방향이다.

현재로써는 우리나라 사람은 우크라이나 내부에 들어가는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래서 피스윈즈 소속 다른 국가 스태프들이 활동 중이다. 특히 피스윈즈는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공공병원 체르니히우 제2시민병원을 복구하고 공동운영할 방안을 찾고 있다. 본국 내에 지원할 일이 많아지면, 내가 직접 특별방문비자를 신청해볼 계획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꾸려가려고 한다. 이는 종전하고도 10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 전쟁이 길어지고 있고, 곧 끝난다고 해도 전후 복구 문제 등이 대두될 텐데, 이에 관한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적극적이고 포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제 구호 관련 우리나라 역량이 발전할 수 있도록 국회의 공감대를 모으고,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방한이나 의료 관련 지원에 예산이나 제도 차원 개선이 필요하다면 뒷받침하겠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겠고, 몰도바나 폴란드 등 난민을 수용한 인접 국가가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겠다. 향후 외교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한 움직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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