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는 거의 들어본 적 없어요. 그냥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있는걸보니까 막연하게 ‘좋은건가?’라는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사회적경제를 처음 들었을 때 '사회에 환원하는 건가', '경제적 이윤 보다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따로 있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청년’들에게 관심이 사회적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도 많은 청년들이 유입되고 있다. 사회적경제계는 10년뒤, 20년뒤 사회적경제를 이끌어갈 현재의 청년 세대에 관심이 높다. 더 많은 청년세대들이 유입돼야 생태계가 확대되고, 지속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경제는 더 많은 청년들을 유입하고, 이들이 오랫동안 머무를수 있게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불러 모아 ‘청년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토론회와 포럼을 열고,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자리도 여러번 마련됐다.
하지만 정작 20대 대학생들에게 아직 사회적경제는 익숙하지 않다. 사회 전반에 '사회적가치'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청년들에게 사회적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청년들은 사회적경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들이 본 사회적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이로운넷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9기, 10기 청년기자단으로 활동한 고선영(23세), 손민지(24세), 이채미(23세), 황도은(22세) 등 4명의 청년들과 함께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방담회를 열었다.
기자단으로 활동하기 전에는 ‘사회적경제’라는 말 조차 들어본 적 없었고,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이들은 청년기자로 활동하면서 여러 사회적경제기업을 만났고, 사회적경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들은 "지금은 사회적경제기업(조직)의 가치와 목표에 공감한다"며 “더 많은 청년들이 사회적경제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 = 박미리 이로운넷 선임 기자
참여 = 고선영(23세), 손민지(24세), 이채미(23세), 황도은(22세)
사회자 =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주변의 다른 친구들 보다는 사회적경제를 접할 기회가 많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본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경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손민지(이하 민지) = 가장 놀랐던게 막연하게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굉장히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는 거였어요. 기업(조직)마다 그들만의 가치를 창출하고, 거기에 더해서 이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저는 청년기자로 인터뷰를 하면서 따뜻함과 인정을 많이 느꼈어요. 갈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는데, 사회적경제영역에 있는 분들은 함께 성장하고, 긍정적으로 사회를 발전시키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실은 그 어떤 제도보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지역사회를 가장 많이 발전 시킬 수 있는 활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요.
고선영(이하 선영) = 막연하게 사회적경제를 접했을때는 ‘그래서 도대체 사회적경제가 뭔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직접 현장에 나가서 이야기해보니 이윤을 내는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이윤추구와 가치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있으시더라고요. 다른 기업을 볼 때는 ‘상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사회적경제 영역에 계시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 해보니 ‘상생한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기자단을 하기 전까지 정말 몰랐어요. 단순히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될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면 우리 사회의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사회적경제는 민간에서 하는게 의미가 있더라고요.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해 주는게 아니라 사회적경제기업에서 하는 거죠. 그러니까 혜택을 받는 분들도 스스로 ‘내가 노인이지만 이렇게 성장할 수 있구나’, ‘이렇게 내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얻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채미(이하 채미) =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요즘 사회가 너무 개인주의가 강하잖아요. ‘평등’을 지향하긴 하지만 ‘형식적인 평등’이고요. 그런데 협동조합을 보면 협동하면서 다른 사람과 나의 관계를 고려하고, 상대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주고,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것 같더라고요. 협동조합이 커지면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더 활발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찾아보니 사회적경제기업이 경력단절여성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고용한 비율이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사회적경제가 더 많이 확대돼야 한다고 느꼈어요.
황도은(이하 도은) = 사회적경제영역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말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사회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예를들면 커뮤니티활동 같은 것들이요. 제가 만난 사회적경제기업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물어보면 ‘재미’라고 답하세요. “재미있어야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니까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요. 실제로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참신하고 재미있는 활동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서 이런 것들이 조금 더 확대되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모든 사람들과 연관된 일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사회적경제가 저와는 상관없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모든 사람은 소비자고, 소비자들이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거죠. 예를 들면 식당이나 카페가 지역 농가와 협약해 못난이 농작물을 활용한 메뉴를 만들어 판매하는것 처럼요. 이렇게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들로 선택지도 조금씩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자 = 취업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이니 물어볼게요.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하면 일 할건가요?
도은 = 저는 경제적인 부담감 때문에 평생 업(業)으로는 못하더라도 한번은 경험해 보고 싶어요. 개인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누군가를 도우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다보면 만족감이 높을 것 같아요. 제가 관광을 전공하다 보니까 공정관광에도 관심이 있어요. 요즘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위한 관광이 중요시되는 추세이기도 하니, 약자들을 위한 관광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적경제기업의 일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민지 = 기업의 목표나 비전이 제 가치관과 맞다면 안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오직 돈만 벌기 위해서 일하다 보면 삶에 보람이나 의미가 없고, 더 쉽게 지치고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미션이 있잖아요. 그러면 좀 더 길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사회적경제기업을 본업으로 운영하면서 끌고가는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법학을 전공하고 있어서, 전공을 살려서 변호사 일을 하게 되면 저의 재능으로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내가 직접 사회적경제기업을 끌고 가기에는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에요.
선영 = 이게 우리가 작은 규모의 조직만 만나서 생긴 두려움일까요?
민지 = 맞아요. 제 경험으로 생긴 가치관일 거예요.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만난 사회적경제기업은 다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공동체라는게 일반적인 기업보다는 인간관계가 중요하잖아요. 제가 만난 기업도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이 많으시더라고요. 더구나 제 성향이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이런 제 성향도 많이 영향을 미치는것 같아요.
사회자 = 도은 씨가 말한 경제적 부담감이라는건 급여가 작은걸 말하는 거예요?
도은 = 네. 아무리 돈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고 해도 돈을 벌어야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과연 이 일을 평생 동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한번은 경험은 해보고 싶어요.(웃음)
민지 =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일하는걸 망설이는 이유가 경제적인게 크잖아요. 그런데 만약 사회적경제기업이 매출이 높고 굉장히 잘 운영 된다? 거기에 비전과 목표, 지향하는 가치가 뚜렷하다? 그럼 너무 좋겠죠.
채미 = 저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20년동안 살았어요(웃음). 그래서 '내가 정말 불만 없이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요. 취재하면서 들어보니 업무량은 많고, 급여는 적은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하더라고요. 큰 마음 없이는 일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가족 중 누군가가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일한다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는 돈을 많이 벌거야’라고 한다면 일반 기업을 가는게 나을테니까요.
사회자 = 청년들에게 ‘사회적경제가 나와 가까운 일’이라는 걸 인식시켜 주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선영 = 보통 사람들은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을 때 관심을 갖잖아요. 그러니까 청년들이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야에는 대외활동이 굉장히 많은데 사회적경제영역에는 거의 없어서 대학생들이 더 생소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사회적경제를 더 많이 접하고 알게되면 좀 더 긍정적인 인식도 생길 것 같고,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민지 = '사회적경제는 특별한게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하면 되지 않을까요? 사회적경제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고, 나와는 상관없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기업이 있어요. 우리가 자주가는 와플가게 중에도 협동조합이 운영 하는곳이 있는 것 처럼요.
청년들과 가까워지려면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쉽게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상품이나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라면 청년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분위기를 공간에 접목하는 거죠. 요즘 세대는 내가 알고 있는 곳이 가치 있는 일을 한다면 돈은 후 순위가 되거든요. ‘나도 같이하고싶어’ 라는 생각을 먼저하는 것 같아요. 가격과 상관없이요. 가치에 공감하니까요.
사회자 = 그렇다면 예를 들어, 오늘 간 예쁜 카페가 알고보니 사회적경제기업이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 더 관심이 가나요?
민지 = 네 그럼요. 오히려 "그곳이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친구들에게 더 많이 알릴 것 같은데요(웃음). 순서를 바꿔서 사회적경제기업이 운영하는 곳인데 제품이나 공간이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고 해도 일부러 찾아갈 것 같아요.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우리 기업은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가치와 비전은 이렇다”는 말을 먼저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우리 회사 제품이 이렇게 예쁘고, 우리가게 분위기 좋다”는 걸 전면에 내세우면 더 쉽게 다가갈 거예요. 기업의 가치를 먼저 이야기하면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크게 관심을 안가질 거예요. 당연히 가치가 의미있고 좋다는 건 알지만요.
사회자 =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는, 또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회적경제기업에 청년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선영 = 취업할 때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기업 보다는 한번쯤은 겪어봤고, 들어본 기업에 가고 싶어해요. 비슷한 연봉이면 더 그렇고요.
그런데 제 친구들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전혀 모른다고 할 것 같아요. 취업을 못했거나, 이직을 많이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하면 “대기업에 취직 못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애초에 학교를 활용하면 좋을것 같아요. 고등학교에 다닐때도 사회적경제를 배워본적 있겠지만, 그렇게 뇌리에 박힐 정도로 임팩트있는 경험은 없었고요.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제가 협동조합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알게된 거지 학교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해 알려준 적이 없었거든요. 채용설명회 같은걸 해서 청년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어요.
채미 = 맞아요. 학교에서 종종 채용설명회를 한다고 문자가 와요. 그런데 보면 대기업 위주로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학생들이 한번쯤은 듣고 경험해봐야 관심도 가질 수 있는데 너무 동떨어져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민지 = 청년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기업에서는 청년세대의 문화, 그들의 트렌드 같은걸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취재한 협동조합 중 한 곳에서도 “홍보가 어렵다”, “손님이 안온다”고 하시는데 사실 보면 홍보업체에 맡겨버리거나 “청년들이 인스타그램을 많이 한다던데 우리도 올려보자”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지 말고 직접 청년들의 SNS를 보면서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면 제품이나 서비스, 공간 등에도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와 같은 청년들에게는 ‘사회적경제가 어렵고 대단한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싶어요. 우리도 포함되어서 함께할 수 있는 거죠.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고요.
도은 = 사회적경제기업에 청년이 유입되길 바라신다면 대표님들에게 “대학과 친해지세요”, “대학생과 친해지세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대학생, 청년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에 들어가야 계속 운영이 될 수 있으니까요.
요즘 학생들은 경력이나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에도 많이 참여해요. 가능하다면 인턴을 채용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학교마다 취·창업지원이 잘 되어 있으니 이 제도와 연계해서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공략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회자 = 채용설명회는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네요. 그런데 사회적경제기업이 워낙 작은 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기업에서는 설명회를 한다고 해도 아무도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도은 = 키워드를 잘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요즘 ‘비건’ 같은 이슈에는 청년들도 관심이 많거든요.
민지 = 작은 규모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연합해 채용설명회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요? 요즘 대학생들은 공백을 싫어해요. 지금 취업이 안된 상태더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덜 알려졌더라도 보통은 참여 하거든요. 제 친구들도 그렇고요. 그래서 채용설명회를 한다고 하면 규모와 관계없이 일단 가요. 궁금하니까요. 여러기업이 연합하면 접근성은 높아질 것 같아요. 아니 오히려 여러 기업이 함께 한다고 하면 가서 구경이라도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