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준 국내 1인가구 수는 716만 5788가구로 전체 33.4%에 달한다. 3가구 중 1가구는 1인가구라는 것인데, 앞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1인가구의 비율이 급속도로 늘면서 사회 곳곳의 다양한 것들도 바뀌고 있는데, 주거 형태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1인가구 중에는 특히 20~30대인 청년층이 많으며, MZ세대 특징과 맞물려 새로운 주거 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은 혼자 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요즘 1인 생활자의 요구를 해결한 어느 건축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인 건축가 조성익은 혼자 있고 싶어 하면서도 타인과 어울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순된 심리를 파고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웃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모여 사는 집을 만들 수 있을까?’ ‘주방과 복도에서 자연스러운 스침을 의도한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등 고민을 녹여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책 표지 이미지./출처=웅진지식하우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책 표지 이미지./출처=웅진지식하우스

저자는 서울에서 1인가구를 위한 공유주택 건축 의뢰를 받고 2020년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숭인’을 설계하고 짓는다. 맹그로브 숭인은 이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 부문 대상을 수상했는데 “시대의 흐름와 청년들의 요구를 접목한 가치있는 시도”라는 호평을 받았다. 실제 맹그로브 숭인은 MZ세대 이용자에게도 지지를 받으며 ‘살고 싶은 집’으로 떠오른다.

책에 따르면 1인가구의 요구는 간단하면서도 꽤 복잡하다. “비용은 저렴하되 공간은 편안해야 하고, 방이 클 필요는 없지만 답답하면 곤란하고, 좋은 동네일 필요는 없지만 걸어서 5분 거리에 괜찮은 카페 하나는 있어야 한다” 등이다. 이 중에서 저자는 가장 중요한 요구로 “완벽하게 사생활이 보호됐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고립되기는 싫다”는 것을 꼽았다. 함께 사는 사람과 만남의 횟수를 늘리되, 시간을 짧게 하는 공간을 만들어 ‘짧지만 잦은 스침’을 유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거실 가구를 각자 원하는 방향을 보도록 배치했다. 일반적으로 거실 소파는 TV 쪽으로 향하게 놓지만, 맹그로브에서는 다방향으로 의자를 설치해 저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거주자들이 모여 있는 라운지를 지나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원하는 시간만큼만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싶은 1인 생활자들의 마음을 공간 곳곳에 녹여냈다.

대신 ‘짧지만 잦은 스침’이 일어나도록 복도의 폭을 늘리고, 물을 쓰는 시설을 한데 모은 ‘워터팟’을 통해 거주자들이 순환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다. 주방은 서서 요리하는 사람과 앉아서 식사하는 사람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조리기구가 있는 쪽 바닥을 30cm 낮추기도 했다. 이러한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를 더해 개인이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저자는 ‘공간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공간이 삶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실제 거주자들의 마음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주거와 공간에 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현재도 앞으로도 1인가구가 대세라지만 2~4인, 그 이상의 구성원을 가진 가구가 사는 집의 공간은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조성익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1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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