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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골목 모습. 카페와 술집 사이로 작은 공장과 가게들이 보인다./사진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문래동 골목 모습. 카페와 술집 사이로 작은 공장과 가게들이 보인다./사진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이색적 풍경이 눈길을 끈다. 세련된 디자인을 뽐내는 카페 사이로 오래된 공장과 가게들이 있다. 낡은 골목 하나를 두고 다양한 시간들이 공존한다. 이곳에서 3년 전 협동조합 정수가 탄생했다. 목형, 기계, 금속 가공 등 서로 다른 분야의 14개 조합사들이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협동조합 정수가 제작한 7연장 로켓발사대 조립체가 발사 시험을 통과했고, 현재는 19연장 로켓 발사대를 개발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을 갖춘 장인들이 협동한 성과다. 30년 장인들의 협업을 통해 문래동 소공인의 뿌리를 지키는 것이 정수의 꿈이다. 문래동 ‘정수 메이커’ 공장에서 김의찬 이사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김의찬 협동조합 정수 이사장이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김의찬 협동조합 정수 이사장이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Q. 정수를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한 이유는?

술 한 잔 편히 먹을 수 있고, 끝까지 내 편인 사람과 협업하고 싶어서다. 정수가 탄생하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실력도 있으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 200~300명 정도 만났다. 이 과정에서 피자 한 조각도 나눠 먹을 수 있는 이사진을 구성했고, 콩 한 쪽도 나눠 먹을 수 있는 정수를 설립했다.

Q. 그동안 개발한 제품이 10여 종에 이른다.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각자 좋은 생각이 있다면, 회의를 열거나 조합사에 찾아간다. 조합원들의 업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필요한 조합사들이 협업할 수 있다. 이 분야는 이 분이 최고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각자가 맡은 분야에 책임을 진다. 이는 높은 질의 제품을 완성할 뿐 아니라 조합원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조합사가 처음 6개로 출발했는데, 이제는 14개로 늘었다.  

Q. 협동조합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거나 보람을 느낀 사례는?

조합사들과 함께 7연장 로켓 발사대 개발을 완료한 것이 자랑스럽다. 작은 규모의 민간업체에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로켓 발사대를 제작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험장에서 로켓 발사대의 70%만 발사해도 통과인데, 정수는 100% 성공시켰다. 높은 경력과 실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수 메이커’ 공장 앞에서 웃는 김의찬 이사장(왼쪽)과 조합사 대광주물 고덕용 대표./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정수 메이커’ 공장 앞에서 웃는 김의찬 이사장(왼쪽)과 조합사 대광주물 고덕용 대표./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Q. 올해 계획은?

우선 하반기까지 19발짜리 로켓 발사대를 개발하고자 한다. 그래서 코브라 헬기, 아파치 헬기에 7연장, 19연장 로켓 발사대를 탑재하는 것이 꿈이다. 로켓 발사대 400대 정도를 생산한다면, 조합사들에게 연말 보너스로 1000만원씩 주고 싶다. 

Q. 협동조합 정수의 장기 목표는?

우리 조합이 문래동 지킴이로서 영원했으면 좋겠다. 문래동 장인이 사라지면 그 기술도 사라진다. 정수가 파도처럼 문래동 전체로 퍼져 주변 장인들과 협업하기를 바란다. 문래동 제조 기술의 뿌리를 단단히 하기, 이것이 정수의 장기적인 목표다. 

Q. 협동조합 전체의 발전을 위해 정부나 서울시, 협동조합 지원센터에 바라는 점은?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 조합사가 함께 커피 마실 수 있는 공간,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 같다. 또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영원히 문래동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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