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많은 의료사협들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인천평화의료사회적협동조합
전국에서 많은 의료사협들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인천평화의료사회적협동조합

“어르신들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다가 생을 마감하는 부분까지 돕겠다는게 우리의 목표에요.”

황재홍 경남산청의료사협 사무국장은 “공동체적 의원을 설립하고 지역의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협동조합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하던 끝에 의료사협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노인 인구)에 진입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사회가 사회서비스 중 돌봄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더구나 현 정부에서 사회서비스를 통한 복지 확대와 사회적경제조직(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지역들이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가 의료사협(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의료사협은 지역주민들이 조합·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며, 건강증진 활동,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간단한 치료와 공동체적 활동을 통한 정서적 지원, 질병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의료사협은 설립 인원 500명, 출자금 1억원 등 설립조건이 까다로워 설립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이하 의료사협연합회)가 창업지원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의료사협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청, 부산, 완주, 대구, 순천 등 5개 지역이 의료사협 창업을 지원해 산청, 대구 지역이 의료사협으로 인가 받았고, 올해에는 강서, 광명, 상주, 양천, 강동, 제주 등 6개 지역이 예비창업팀으로 신청해 설립 준비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설립 인가 받고 의료기관 개원 준비…지역사회통합돌봄 현실화 

“산청군은 지리산 천왕봉이 있는 곳이에요. 인구는 3만5000명이 조금 안되고요. 어르신 비율이 30%를 넘어가는, 인구 감소지역에 해당 되죠.”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한 산청군은 2019년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한 원탁회의에서 지역에 필요한 것들을 논의했다. 그러다 현재 경남산청의료사협 이사장인 김명철 이사장이 그동안 한의사로 활동하면서 해왔던 봉사활동을 개인의 이름이 아닌, 공동체로 함께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의료사협 설립이 본격화 됐다. 지난해 11월 창립총회를 열고, 올해 4월 인가 받아 법인등록을 마무리 했다.

황재홍 사무국장은 “산청군에 성심원이라고 한센병 환자들의 집성촌이 있는데, 이사장님이 2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 오신 곳이기도 하다”며 “그곳에서 건물 하나를 빌려서 현재 리모델링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한의원을 우선 운영하다가 치과, 내과 등의 진료과도 함께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창립총회하고, 설립 인가를 받아서 올해 6월부터는 의료기관도 운영하고 있어요. 유방외과(유방갑상선과)인데, 우리 마을에서 자원봉사하는 의사 선생님이 본인이 운영하던 병원을 내 주셔서 인수 개원을 한거죠.”

대구에 소재한 위드의료사협은 보건예방활동을 하면서 질병에 노출되기 전 건강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정민철 위드의료사협 이사장은 “주치의 개념 등을 통해 의료인과 환자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공동체적으로 대응하고,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 보기보다 공동체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사협 첫발 뗀 예비창업팀 “지역 돌봄 자생력 갖출 것”

올해 각 지역에서 첫발을 뗀 의료사협 창업팀들은 “아직은 가시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없지만, 지역주민 중심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각 지역의 특성, 인구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상황을 고려해 의료사협 설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양익 강서의료사협 추진위원회 위원은 “강서구는 서울에서 노인 인구가 많은 지자체 중 하나다. 이들 중에는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도 많다. 이게 우리 지역에서 의료사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이 주인이 돼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의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의료사협은 단순하게 병원을 설립하는데만 목적이 있는게 아니다.  조진호 양천의료사협 추진위원회 위원은 ▲건강할 권리 ▲공동체 돌봄 ▲사회적 책임 ▲민주적 의사 결정을 핵심가치로 두고 의료사협을 설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호 위원은 “우리가 의료사협을 설립하고 병원을 만들면 나머지 역할은 기존에 지역에서 활동하던 기업(조직)들이 역할을 하고, 네트워크가 갖춰지면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조직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창 설립을 준비 중인 의료사협이 지역에서 잘 만들어져 자리잡을 경우, 공동체성에 기반해, 노인들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다가 생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최근 시행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방식의 돌봄이 실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순원 제주담을의료사협 추진위원회 위원은 “의료를 돌봄 수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잘 연계하고, 이를 지역자원과 연결하면 더 높은 공동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는 사회적경제의 문제의식이 돌봄으로 귀결되거나 관련돼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동물권, 장애인, 취약계층 등 온갖 것들이 돌봄 일 수 있는 거죠. 지역에 돌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하나 생기고 자생력을 갖추면, 전문 영역인 의료와 관련된 부분까지 같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 안아름 강동의료사협 추진위원회 위원/사회적협동조합 함께강동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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