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는 부드러운 권유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뜻한다. 이와 비슷한 발음인 ‘너찌’도 부드러운 권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브랜드이다. 건강도 지키고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도 지원하는 한국복지나눔의 박태성 대표를 만났다.  

박태성 대표는 인천 검단신도시에 위치한 한국복지나눔 센터에서 복지바리스타를 양성하고 너찌몰 관리를 담당한다. 듣기에도 생소한 복지바리스타는, 카페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존중받고 행복한지에 대한 박대표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카페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장애인은 단순히 근로 시간만 채우는 경우도 많다. 또, 짧으면 반년만에 일터에서 돌아오는 장애인들을 보며 박 대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관심이 생겼다. 박대표는 10년 넘게 장애인 관련 활동을 해왔다. 2014년부터는 장애인 복지법과 특수교육법 개정에 힘쓰는 등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장애인 자립은 쉽지 않았고, 가까운 곳에서 이들을 돕기 위해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게 되었다. 

한국복지나눔 박태성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복지나눔 박태성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너찌몰을 창업하다 

박대표는 지원을 기다리는 대신, 장애인을 위한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한 비용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라는 단어와 연결이 된 제품과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 품질이 좋지 않거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편견을 박대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장애인 가족은 매일 도움만 요청하고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인식이 싫었던 박대표, 한국복지나눔의 브랜드는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어 밤낮으로 고민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너찌 견과바. 견과류의 왕 마카다미아를 비롯한 13가지 견과류를 사용했고, 무설탕, 무첨가물로 국내산 쌀조청과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으로만 단맛을 내는 등 재료에도 신경을 썼다. 장애인이라 하면 건강하지 못하고 아프다는 잘못된 시선에서 벗어나 사회에 건강을 주고 싶어서  견과바를 대표상품으로 내세웠다. 

너찌를 판매한 금액은 모두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너찌몰은 2021년 장애인의날인 4월 20일 시작했다. 지난 11월에는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에 입점제의를 받고, 11번가의 십일절에도 참가했다. 박 대표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장애인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무역회사를 운영했던 박대표는 무역 관련 업무를 지냈던 과거의 경험을 살려 너찌몰의 견과바를 해외에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가게와 행복나래, GS리테일과 함께 홈쇼핑을 통한 판매도 결정됐다.

한국복지나눔에서 판매하는 너찌바 한 박스의 구성 /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3기
한국복지나눔에서 판매하는 너찌바 한 박스의 구성 /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3기
한국복지나눔에서 판매하는 너찌바와 커피 /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3기
한국복지나눔에서 판매하는 너찌바와 커피 /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3기

 복지바리스타라는 새로운 직업

복지바리스타란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아니다. 비장애인들에게 커피내리는 방법을 교육시킬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박 대표가 장애인들을 교육시키며 느낀 점은 장애인들에게 강의교습법에 대한 부분을 잘 가르치면, 그들이 비장애인을 가르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장애인 복지바리스타의 장점은, 첫 습득은 느려도 배운 것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이 뛰어나 타인에게는 완벽하게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복지 바리스타가 장애인 인식개선에 있어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복지바리스타 양성에 힘쓰고 있다. 아직 비장애인을 직접 교육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는 없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수강자는 많다. 박 대표는 이들이 비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복지바리스타 강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복지나눔 사무실 겸 강의실 /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3기
복지바리스타 강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복지나눔 사무실 겸 강의실 /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3기

우리가 먼저 손 내밀면

박 대표는 과거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하며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명절과 가정의 달에 이웃 주민에게 돌린 떡이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이라 하면 숨기기에 급급한 사람들도 있지만, 박대표는 그럴수록 먼저 내세우는 것이 큰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비장애인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면 말도 걸어주고, 이름도 물어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도 받고,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시끄럽다는 민원도 그 이후로 많이 없어졌다. 장애인 아이들과 벼룩시장을 개최했을 때 주민들이 오가며 인사해주는 모습 또한 고마웠다.

박 대표가 이 사업을 하는 이유도 같다. 먼저 나를 보여주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방법이다. 만약 그 장애인과 가족을 숨기면 아이와 가족의 미래는 온전히 그 가족만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고통을 사회와 소통하면 충분히 나눌 수 있다. 장애인과 가족의 큰 도전과 용기를 끌어내는 역할,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안하고 있으니 제가 그냥 한거예요”라고 박 대표는 이야기한다.

천천히 커가는 중증장애인 아이들

박 대표는 중증장애인을 아프거나 도움만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커가는 사람’ 이라고 표현한다. 법과 제도를 만들어 비장애인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은 일부 기업들이 단순히 장애인 고용수를 늘려 실적을 높이는 등 장애인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루종일 보호자가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을 교육하여 작은 일이라도 참여를 유도하여 사회활동을 시키고, 24시간 지켜봐야 했던 보호자가 사회생활을 하고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면 훨씬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세상은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좋은 방향으로 흐른다.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박 대표는 어느 날 중증장애인인 셋째딸을 만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잘못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힘듦을 오롯이 혼자 견디지 않도록 장애인과 그 가정을 사회로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 주변 이웃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없을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