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젊었을 때, <선구자들>(1995)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책을 읽고 관심이 생겨 협동조합 일을 하게됐다는 분들을 요즘도 종종 만납니다. 오늘의 협동조합운동에 보탬이 됐구나 생각하면, 기분이 남다릅니다.”

윤형근 한살림연합 전무이사는 1990년대부터 약 30여 년간 협동조합운동, 교육운동, 문화운동을 펼쳐왔다. 특히 협동조합운동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활성화되도록 이끄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8일,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2022년 사회적경제 유공자 정부포상 수여식’에서 사회적경제 부문 포장을 받은 윤형근 전무는 “협동과 연대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뒷받침이 있었기에 수상할 수 있었다”며 “한살림 사람들과 사회적경제 운동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살림서 30년... “한국형 생협운동에 관심많았다”

윤형근 한살림연합 전무이사./출처=한살림연합
윤형근 한살림연합 전무이사./출처=한살림연합

윤 전무는 1990년 한살림모임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한살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는 한살림연합의 실무를 총괄하는 전무로 있다. 그는 “일찍이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협동하고 공생하는 ‘한국형 생활협동조합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살림은 도농상생형 직거래운동에 기반한 생협으로, 농사짓고 물품을 만드는 생산자와 이들의 마음이 담긴 물품을 이해하고 믿으며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했다. 농촌과 도시, 사람과 자연이 공존·공생하는 협동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역 한살림에서부터 사회적경제간 연대 이끌어

윤 전무는 한살림에서 다른 사회적경제조직들과의 협동과 연대를 이끌어온 것이 특징이다. 한살림성남용인 상무였던 시절 성남시협동조합협의회를 재건했고, 2011년과 2012년 성남시 ‘살림의경제 한마당’ 기획·진행에 주도적 역할을 해냈다. 또한 성남 주민신협과 공동으로 사업공간 등을 함께 마련해 협동조합 간 협동의 모델을 만들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물품 판로지원 36.5 코너를 한살림 매장에 설치하기도 했다. 열악했던 사회적기업 물품의 구매처를 마련해준 것은 물론, 생협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물품을 개발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는 한살림의 사회적경제기업 물품 취급 기준을 정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한살림은 생협으로서 자기 영역을 바닥부터 스스로 개척한 조직이라, 다른 조직과 운동이나 연대에 익숙치 않았다”며 “초기 성남지역 협동조합들과의 연대, 진흥원 36.5 사업 참여 등 경험이 쌓여 한살림에도 사회적경제조직과 협력하는 제도와 연대하는 틀이 만들어졌다. 한살림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등 사회문제 대응 주도.. 참여형 대응활동도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 확대 및 가치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한살림연합 전무가 된 그는 ‘기후위기’라는 사회문제에 주목했다. 

2021년 ‘기후위기 대응팀’을 신설하고, 매장과 사무공간 등 한 살림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한 해동안 ‘재사용병 회수운동’을 통해 재사용병 38만4592개를, 우유갑(51톤)과 멸균팩(2.5톤)을 회수해 재활용했고, 연간 209만개 공급상자를 재사용했다. 또한 163개 품목의 포장재를 개선해 플라스틱 20톤을 줄이고, 자원순환매장 56곳을 운영했다. 

이외에도 참여형 기후위기 대응 활동으로 생활 속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활동으로 ‘남음제로(남은 음식 제로) 캠페인’ 등을 진행해 6400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한살림 측은 “30년생 소나무 4094그루를 심은 효과를 거뒀다”고 추산한다.

활동가 의견 수렴해 사회적경제 정체성 보고서 출간 주도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30일, 한겨레두레 공간채비에서 임시총회를 가졌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지난 3월 30일, 한겨레두레 공간채비에서 임시총회를 가졌다.

윤 전무는 사회적경제 비전과 역할을 새로이 모색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윤리강령TF위원장을 맡아 ‘정체성 선언’ 작업을 이끌었다. 학습모임을 조직해 운영하고, 현장 활동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지난달 27일, ‘2022 사회적경제 정체성 보고서’를 출간했다. 사회적경제 활동가가 향후 활동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연대회의는 지난해, '사회적경제가 사회변화 전략을 제시할 때' 라는 과제를 설정했다. 보고서는 그 결과물”이라며 “사회문제 대안을 만들어가면서, 사회의 혁신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는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는 경제”
사회적경제 분야 포장을 받은 윤형근 전무에게 ‘사회적경제’는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단절된 관계를 잇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불평등, 기후위기, 지역소멸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대체로 관계의 단절에서 생겨난다”며 “사회적경제는 인간이 존엄하다는 믿음을 전제로, 인간과 자연·인간과 인간·인간과 경제 등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는 경제”라고 정의했다.

윤 전무는 젊은 세대가 사회적경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사회적경제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새로운 세대들과 사회적경제를 엮는데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사진=이장원 청년기자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사진=이장원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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