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섬유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했어요. 일자리 안정성의 가치와 노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활동한 시기였죠. 지금은 사용자 입장에 서서 그 가치를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대통령 표창을 2번이나 받다니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8일 경주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유공자 정부포상 전수식에서 사회적경제 부문 대통령표창을 받은 정향자 주식회사 희망자원 대표. 그는 1970년대 섬유공장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정 대표는 빈곤·실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는 점, 그리고 그 사회적기업이 연 매출 11억원을 달성하는 등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 등을 인정 받아 수상했다. 2008년 사회적기업·자활기업 인증을 받은 희망자원은 1세대 사회적기업으로, 분리배출된 쓰레기에서 플라스틱을 뽑아 압축한 후 원료로 다시 판매하는 사업모델로 성장했다.
정 대표는 사단법인 노동·실업광주센터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며 김대중 정부 당시에도 대통령상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 노동‧실업광주센터는 1998년 IMF외환위기 당시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제난국극복 시민대책운동본부를 결성해 광주지역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 활동의 결과로 탄생한 조직으로, 이후 실업자 지원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한 역사가 있다.
IMF 시절 실업운동에서 시작해 연 매출 11억원 규모 중소기업으로
희망자원은 2003년 폐지 줍는 리어카 사업을 하는 자활사업단에서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IMF 외환위기로 실직한 사람들의 자활을 위해 무료간병인, 음식물재활용, 집수리도우미, 청소, 폐자원재활용 등 5대 사업을 전국표준화자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었고, 희망자원의 사업은 폐자원재활용에 포함됐다.
21명 규모 자활사업단을 운영하던 정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를 키워 직원들을 정식 고용하는 회사로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고, 지금 사업모델에 정착했다. 희망자원은 최근까지 지자체 재활용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했으며, 나주에 공장까지 차렸다.
직원이 제일 많을 때는 36명까지 있었지만, 4년 전 중국에서 폐기물 수입 금지 정책을 펼치는 등 재활용업계가 어려워지면서 고용 인원을 줄였다. 버려진 소형 가전을 수거해서 분해하고, 재료별로 파는 작업으로의 사업전환 작업을 거쳤다고. 그는 “그동안 올려놨던 매출액을 갖고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한 결과, 올해 기준 연 14억 원 정도의 매출을 찍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희망자원과 함께 하고 있는 직원은 14명. 이들 중에는 20년 넘게 함께 일해온 이도 있고, 일흔이 넘는 사람도 있다. 정 대표는 “폐자원재활용 사업은 3D업종 중 3D업종으로 여겨져 경영난과 인력난 등 위기와 마주치기도 했지만,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극복해가며 지속가능하게 사업을 일구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직원 자부심 높여
기초생활 수급자와 저소득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며 자활과 자립을 지원해온 정 대표. 그는 그들이 도움을 받은 기억만 남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동안 수시로 회사 이름으로 지역 장학재단 등에 나눔을 실천했다. 그는 “직원들이 업무에 대한 대가로 정당한 급여를 받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진 것으로 나눔을 행할 때 느끼는 자부심도 크다”며 “기부 경험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오염 문제가 지금만큼 이슈화되기 전부터도 자원순환경제 활동을 해왔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대안으로 재활용 사업에 관심이 커지면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재활용 분야에서 실질적인 역할의 중요성을 증명했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지역 내에서 재활용 관련 단체와 협업해 일회용컵 보증금 사업에 뛰어들 준비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재활용업 공장에 있으면 파리떼도 꼬이고 모기떼도 꼬이고. 작업 환경이 쾌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건 우리 회사만의 매력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늘 '일하는 동안에는 제가 여러분들의 우산도 되어 드리고 바람막이도 되어 드리고, 눈 오면 따뜻하게도 해 드리고 같이 이렇게 보듬고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금은 단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어요. 그런 진심이 통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일자리 창출과 환경문제 해결에 동행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