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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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여성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책 ‘아이는 얼마나 중요한가’는 미국에서 10여년에 걸쳐 수행된 연구과제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 연구자의 교수 임용, 승진, 임금 등 커리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미국에서 격년마다 시행되는 박사학위 소지자 조사(SURVEY OF DOCTORATE RECIPIENTS, SDR)와 캘리포니아대학교 9개 캠퍼스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10여년 동안 분석한 결과를 근간으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혼과 출산으로 대표되는 가족의 형태는 여성 연구자들의 커리어를 가로막는다. 특히 어린 자녀(0~5세)를 양육하는 여성 연구자는 커리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계에서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년트랙 교수직은 조교수에서 시작된다. 전 학문분야에 걸쳐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정년트랙 조교수직을 얻을 가능성이 7% 낮다. 특히 6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은 비슷한 상황의 남성에 비해 16% 낮다. 또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2년 후에는 정년트랙 남자 교수의 70%는 결혼하고 아이가 있었지만, 정년트랙 여자 교수는 44%만 결혼하고 아이가 있었다. 유일하게 성별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은퇴다. 

“여성 대학 총장의 63%가 결혼했는데, 이는 남성 대학 총장의 89%가 결혼한 것과 비교된다. 여성 총장의 24%는 이혼했거나 결혼을 한 적이 없었다. 남성 총장의 경우 7%에 불과했다. 여성 총장의 68%에게 자녀가 있는 반면, 자녀가 있는 남성 총장은 91%였다. (중략) 대학 총장직이 여성 총장의 결혼을 막거나 출산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이들이 대학 총장이 될 가능성을 높인 교수는 이들이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기 때문이다.” -226p

책은 "여성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른다고 해서 과연 평등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라는 질문에 다소 비관적이더라도 솔직하게 답변한다. 

나아가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학교를 가족 친화적인 일터로 만들기 위해 변화를 준비하는 대학의 모습도 보여준다. 저자는 "결론은 너무나 명확했다. 여성 박사학위자들이 정년트랙 교수가 되는 것을 가로막는 원인은 결혼과 출산으로 대표되는 가족구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학계를 보다 가족친화적인 일터로 만들만한 변화를 준비하고 앞장설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들도 공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변화는 '아이 낳기 좋은 때는 없다'는 명제를 '아이는 언제 낳아도 좋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아이는 얼마나 중요한가 = 시공사 발행/ 메리 앤 메이슨, 니컬러스 H. 울핑거, 마크 굴든 지음/ 안희경 옮김/ 380쪽/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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