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나 씨(40세)는 이혼 후 18살, 4살 두 아이를 양육하며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에 살았다. 전쟁 이후 18살의 큰아들은 징집돼 복무중이고, 4살 어린 아들의 안전이 걱정돼 피난소로 오게 됐다. 이리나 씨는 전쟁이 끝나도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지 않고, 징집된 아들과 함께 서쪽 지역으로 이주할 생각이다. 전쟁을 경험한 다른 나라의 상황을 보면 남은 무기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치안이 상실돼 종전 이후에도 사람들이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리나 씨(44세)는 남편과 사별한 뒤 농장을 운영하며 4명의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마리나 씨는 아이들과 함께 서쪽 국가로 피난을 가려고 시도했었지만, 아직 여권 발급 이력이 없는 아이들은 난민 인정을 받아야지만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난민으로 해외에 넘어가게 되면 종전 이후 아이들이 우크라이나로 돌아왔을 때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어 넘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피난을 온 몰도바에서 최대한 버티다가 종전되면 다시 우크라이나로 다시 넘어가 농장을 운영하며 살 생각이다.

출처=고두환 (제)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 페이스북
출처=고두환 (제)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 페이스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난민 문제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몰도바로 유입된 난민 수는 약 50만명. (재)피스윈즈코리아가 운영하는 피난소에서만 2000세대, 약 1만명 정도의 사람에게 물자 보급, 의료서비스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콜라이우로 진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몰도바 피난소를 찾은 난민이 급증해 지난주에만 피스윈즈코리아가 운영하는 피난소에 400세대가 등록했다. 고두환 (재)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는 “현재 상황에서 몰도바는 더 이상 난민을 수용하기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두환 이사는 두 달 전에 비해 전쟁에 대한 몰도바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두 달 전만 해도 몰도바가 침공 당할 거라고 생각 했던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와서 사람들과 대화하며 느낀 건 몰도바 국민들이 '몰도바가 침공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는 23일 온라인 줌을 통해 몰도바 긴급 지원 현장 상황을 브리핑 했다. 지난 3월 이후 약 두 달만에 진행된 브리핑에는 고두환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와 이동환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지원 코디네이터가 참여했다.

출처=고두환 (제)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 페이스북
출처=고두환 (제)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 페이스북

“심각한건 몰도바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고두환 이사는 현지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몰도바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지원해 주는것들은 그동안 몰도바 국민들은 한번도 지원받지 못한 것이 많기 때문. 이로 인해 중간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나 공무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이사는 “예를 들어 요즘 몰도바 날씨가 굉장히 덥다. 피난소 환경이 좁은 공간에 통풍이 잘 안되는 환경이라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의 시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몰도바 대부분의 가정집에는 냉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피난소에 선풍기나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상대적 박탈감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작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갈등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 몰도바에 살고 있는 서민과 난민들이 갈등을 줄이고 함께 버티며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몰도바 취약계층과 우크라이나 난민을 동시에 지원하고 사회갈등을 줄일 수 있는지가 가장 핵심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

“미콜라이우 함락되면 몰도바도 무너진다”

“몰도바가 현재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은 미콜라이우 지역의 함락 전후다. 미콜라이우가 함락되면 몰도바 사회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콜라이우는 함락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로 진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물자 공급도 쉽지 않다. 국경을 오가는 것은 물론, 물자의 반입 반출도 어려워졌다. 고 대표는 "처음으로 브로커를 통하게 됐고, 이제는 브로커를 통해야 국경을 넘을 수 있게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물가도 오르고 있다. 고 이사에 따르면 몰도바는 개전 이후 연료비가 두 배 가량 올랐고 매달 15%씩 물가가 오르고 있다. 더구나 몰도바는 서비스업이 산업군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농업이나 제조업의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민생경제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이동환 코디네이터는 “어떻게 보면 가장 가난한 친척이 방과 음식을 내어주는 상황이 3~4개월 지속되고 있다. 무를 수 없고 같이 가야 한다. 자원봉사자도 끊기고 공무원도 지쳐서 힘들어 한다”며 “피스윈즈코리아는 몰도바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충분한 기반을 닦고 있다. 몰도바 인들의 실상을 직접 보고 교감해서 전쟁이(빨리 끝나야 겠지만) 끝나지 않더라도 계속 상황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재)피스윈즈코리아 영상 화면 캡쳐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