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 박물관 마을에 위치한 1970년대 건물 '서대문 여관' 전경.

광화문역에서 서대문역으로 가는 길, 강북삼성병원과 서울역사박물관 사이 골목으로 한 걸음만 들여놓으면 과거로 ‘타임 슬립’이 일어난다. 100년에 걸쳐 지어진 각양각색의 건물이 모여 서울의 옛 정취를 그대로 머금고 있는 이곳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

1920년대 일제강점기 지어진 일본식 주택부터 1930년대 유한양행 사옥, 1970년대 서대문여관, 1980년대 양옥 등 근현대 건축물 40여 개 동이 모여 마을 자체가 역사를 품은 하나의 박물관이 됐다.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조성에 나섰고, 지난 17일부터 전시 ‘돈의문이 열려있다’를 시작했다.

21일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돈의문이 열려있다’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4월 마을 공간에 입주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작가들과 외부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의기투합해 돈의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전시, 강연, 공연, 워크숍, 영화상영회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시민들과 소통한다.

아카이브 전시에 참여하는 김한용 작가 촬영한 1960년대 서울의 항공 사진.

주요 프로그램인 ‘파트1’은 서울도시건축센터 1~2층에서 열리는 아카이브 전시로 꾸려진다. 사진, 책 등 실제 기록물과 돈의문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현대미술 작업 등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실제와 상상, 역사와 현재, 기록과 작품을 병치해 돈의문의 장소성, 역사성, 현재성을 돌아본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1층에서는 1950년대 이후 한국 근현대사의 풍경을 카메라로 담은 김한용, 김찬, 이경모 작가의 미공개 사진이 전시된다. 음식, 의복, 놀이, 노점, 일상, 도시풍경, 개발 등 키워드로 구분해 총 200여 점이 공개된다. 2층에서는 건축가, 영상작가, 사진작가, 공예가 등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건축물을 조명한 작품들이 자리했다. 한국의 독립과 민주화에 기여한 영국 선교사 스코필드 박사의 생애를 재구성한 작가 복코의 사진과 영상이 대표적이다. 

총괄기획을 맡은 한금현 감독은 “일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과 달리 도서관에 자료를 보는 것처럼 공간을 꾸렸다”며 “여기에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더해져 돈의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전경. 전시 및 연계 프로그램 '돈의문이 열려있다'는 내달 9일까지 이어진다.

‘파트2’는 전시, 영화 상영, 워크숍, 강연, 공연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위주로 구성했다. 현재의 창작자들이 각자가 맡은 장르와 분야에서 ‘돈의문’이라는 키워드에 어떻게 접근해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서울에서 없어져 가는 풍경과 잃어버린 모습을 한국화의 정취로 담아낸 ‘돈의문: 한국화로 읽다’, 과거와 현재,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처의 치유 등을 주제로 펼쳐지는 현대무용 ‘시간 안의 상처’ 등이 마련됐다. 한국화 작업을 맡은 작가 김선두는 “시간이 흐르면서 장소 안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에 집중했다”면서 “시간의 겹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그림으로 잇고 싶다”고 밝혔다.

‘돈의문이 열려있다’는 내달 9일까지 무료로 관람 및 체험할 수 있다. 모든 일정 및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dmvillage.info)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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