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연합회가 법인이 아닌 개인 대상으로도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는 연합회의 회원인 조합만 공제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포럼은 민병덕,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회적경제연대포럼,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 포럼이 열렸다.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 포럼이 열렸다.

‘공제’는 보험과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보험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모은 자본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주주를 위한 영리를 추구하고, 공제는 조합원이 갹출한 출자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비영리성을 띤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현행법상 농협은행, 수협은행 등 상호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협동조합 은행과 달리, 협동조합기본법(이하 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진 일반 협동조합은 공제사업을 못 한다. 기본법 제45조에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 금융 및 보험업에는 공제가 포함돼있다.

대신 이런 협동조합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연합회’라면 할 수 있다. 다만 그 대상이 연합회의 회원인 협동조합으로 한정된다. 조합원 개인은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게 업계에서 느끼는 문제점이다. 정순문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는 “다른 협동조합법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개별 조합원을 공제 사업 대상에서 배제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협동조합연합회 등의 공제사업이 자조적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을 하려면 조합원도 공제사업을 이용할 수 있게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들은 이날 소액대출과 상호부조 사업에 걸린 제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소액대출 사업은 조합원이 급히 자금이 필요하게 됐을 때 출자금을 활용해 신용대출을 해주는 사업이고, 상호부조 사업은 결혼·이혼·사망·출산·상해 등을 겪은 조합원에게 일정 금액의 상호부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현행법상 일반 협동조합이 아닌 사회적협동조합만 소액대출과 상호부조 사업을 할 수 있고, 그마저도 출자금 총액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패널들은 이 한도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상호부조 사업이 ▲조합원이 출자금과 별도로 낸 회비로 마련된 적립금으로 수행되고 ▲이 적립금은 현행법상 따로 회계 처리해야 하며 ▲조합 전체 사업량의 6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제가 이미 있다고 부연했다. 또, 영리법인인 일반 협동조합든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든 본질적으로 구성원의 상호협력에 기반해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사업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일반 협동조합도 상호부조 사업을 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현행 관리·감독 기준의 발전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금융 감독기관들은 보험회사 위주의 보험업 감독 규정만 있을 뿐, 구성원 간 상호성 민주성에 의해 운영되는 소규모 공제에 대한 개념이나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규정은 부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 발달로 공제사업 등의 필요가 줄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사회보장의 울타리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공제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재부 측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홍섭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은 “농협은행이나 수협은행 등은 그 자체가 금융기관이다. 근데 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은 금융과 보험을 하겠다고 출발한 게 아니라서 섣불리 금융 및 보험업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관련업은 소비자 보호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 대한 관리나 지도 감독이 얼마나 준비돼있는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레 접근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 점 양해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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