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광주판>은 지역의 소식과 의견이 전국에 알려질 수 있도록 광주판만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광주에서 사회혁신을 위해 활동하는 리더들이 독자 여러분께 목소리를 직접 전합니다. 첫번째 순서로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윤희철 센터장이 ‘지속가능발전 이야기’를 월 1회씩 총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① 지속성이 아닌 지탱가능성
② 왜 선진국은 지속가능발전을 생각하는가?
③ 왜 유엔은 SDGs를 만들었는가?
④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시행된다
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은 협치와 시민참여 - 숙의공론장
⑥ 지속가능발전은 융합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⑦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성평등
⑧ 지속가능한 도시란? 모두를 담는 그릇 - 포용도시
⑨ 지속가능발전과 탈성장
⑩ 지속불가능성과 기후위기

지속가능발전! 너무 자주 쓰는 표현이다. 국내에서 트랜드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 단어를 들으면 곧바로 ‘식상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주요 포털에서 검색하면 수십만 개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지만, 진부하고 별볼일  없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는 이 용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1987년 유엔 환경개발위원회가 보고서로 채택한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이 용어의 공식적인 정의가 처음 등장했다.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정의는 이때 나타난다.

브룬트란트 위원회의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1987)
브룬트란트 위원회의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1987)

이 용어가 처음 환경 영역에서 주로 사용됐다면, 점차 경제, 사회 영역으로 확산되었고, 이제는 모든 영역에서 사용한다. 특히 2015년 유엔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고 더 큰 변화가 시작됐다. 그런데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은 ‘모호하다’는 평이 많았다. 정확하게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유엔이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고, 17개 목표, 169개 세부목표를 설정하고, 우리 인류가 지속가능 하려면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지향점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상당히 사라졌다. 국제사회의 모든 크고 작은 회의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언급하고 실제 달성을 위한 방안을 의제로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발전을 본래의 의미로 생각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수익성이 있는, 안정적인, 친환경적인,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좋은 등의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국제사회와 다른 우리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필자는 용어가 가져온 혼란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다른 무엇보다 ‘지속’이란 표현에 문제가 있다.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sustainable’에서 ‘sustain’은 영어사전에 ‘지지’ 또는 ‘지탱’의 의미로 해석한다. ‘지속’ 또는 ‘계속’의 의미는 뒷부분에 나온다.

처음 이 용어를 번역해 왔던 우리나라 번역자들은 ‘지탱가능성’이라고 번역했다. 원어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자는 취지였다. 2000년 전후로 이 용어를 소개한 책들을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한자 문화권인 중국, 일본이 ‘지속가능발전(持續可能發展)’이라고 번역하면서 용어가 통일됐다. 이후 지속가능발전의 법제도와 정책에서 모든 용어는 ‘지속가능발전’으로 사용되고 있다.

용어가 어찌하든 의미에 맞게 잘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도 이 용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정치인, 연예인들, 이른바 공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본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탱’의 의미가 사라지고 ‘지속’의 의미만 남았을 때, 이 의미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사회적 책임을 의미한다. 즉, 기업 경영은 소비자, 노동자, 지역사회, 주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요즘 등장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은 사회적 책임을 더욱 크게 부여한다. 

하지만 경영인이 지속가능경영을 제시하면서 지속이란 단어만 집중하면, 기업의 성장만 집착하게 되고 ‘영리추구’만을 내세우게 된다. 혹시 기업 경영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기업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잘못된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이 용어를 다시 ‘지탱가능성’으로 바꿔야 할까? 사실상 어렵다. 우리 사회가 이미 이 용어를 모든 영역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용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속가능발전을 일상의 삶에서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큰 범주에서 거국적인 ‘지속가능발전’을 이야기했다면, 이제 우리 삶 속에서 그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마을공동체를 본다면,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마을의 방향을 고민하고 보다 나은 행복한 삶을 꿈꾸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수원 율천마을 SDGs 2030
수원 율천마을 SDGs 2030

수원 율천동 주민들이 지속가능발전을 고민하면서 마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만들었다. 요즘 마을 공동체에서 주로 하는 마을 의제를 만든 것이다. 보통 마을총회를 열어 마을의제를 만들면, 크게 5~10개 의제가 선정된다. 대부분 마을 의제는 불법 주정차 문제 해소, 골목길 쓰레기 문제 해결, 도로와 인도의 불편한 문제 개선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마을 문제가 올라온다.

그런데 율천동은 ‘율천마을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만들면서, 5대 목표를 선정했다. 세부 활동도 페트병 100% 재활용을 위한 주민활동, 율천마을 깃대종 선정 및 종의 확산, 도시농업 장려를 위한 옥상텃밭 조성과 같은 활동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마을단위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 ▲저소득 및 다자녀가능 어린이와 청소년 지원, ▲주민에 의한 율천마을 인재양성, ▲위기가정 지원과 같은 기존 마을 의제에 담기지 못한 포용적인 사회의제가 담겨 있다.

이처럼 일상에서 지속가능성을 적용하면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과거 기반시설 부족이나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장기적이면서도 종합적인 관점의 공동체 방향을 설정하고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우리 삶의 작은 변화와 생각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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