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대신 대형서점으로 가는 시민들이 늘어나던 차에 코로나19가 온 거죠. 사람들 발길 정말 뚝 끊기더라구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공공기관 우선구매 마저 없었으면 버티기 어려웠을 겁니다”

2015년 강동구청은 사람이아름다운동네서점 협동조합(이하 동네서점 협동조합)과 ‘강동구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한 도서 우선구매 협약’을 맺었다. 쇠퇴하는 작은 서점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이 협약 덕분에 동네서점 협동조합은 강동구청과 강동구 소재 공공도서관, 산하 기관 등에 매년 도서를 납품하고 있다. 2015년 첫 해에 약 2억 4000만원으로 시작한 계약규모는 작년에 약 14억 9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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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입장에서는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독서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그마저도 온라인 대형서점으로 이동한 탓에 동네서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김 이사장은 “설립 당시(2015년) 12곳의 서점이 참여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9개로 줄었어요”라며 그간의 힘든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맞으니까 정말 힘들더라구요. 만약 공공기관 우선구매 아니었으면 더 많은 서점들이 떨어져나갔을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예방주사(우선구매)를 맞은 덕에 몸이 아프긴 했어도 큰 병(폐업)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  

기업성장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 하기도

공공기관 우선구매는 예방주사를 넘어 성장 호르몬이 되기도 한다. 공공기관의 입맛에 한번 들면 지속적으로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 방역⋅소독업을 영위하는 사회적기업 가온아이피엠은 2016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맺은 물탱크 청소 용역 계약을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오고 있다. 김성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시설운영팀 차장은 가온아이피엠의 일처리 방식에 만족을 표했다. 김 차장은 “깨끗하게 하고 뒷정리도 잘 한다”며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거래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가온아이피엠 전체 매출 규모로 보면 공공기관 우선구매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김 차장은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건당 2000만원을 넘을 수 없는데다 이것도 1년에 4번을 초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5년 설립한 이래 우수한 업무실력을 인정받은 가온아이피엠은 국내 유수 대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유치해 2019년에는 약 9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2020년에는 코로나 특수까지 겹쳐 약 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방역소독 중인 가온아이피엠/출처=가온아이피엠
방역소독 중인 가온아이피엠/출처=가온아이피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온아이피엠 측은 공공기관 우선구매 제도가 사업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에 기여한다고 인정한다. 가온아이피엠 관계자는 “방역⋅소독 사업은 매출이 일정하지 않다. 여름에는 많아졌다가 겨울에는 줄어들어 계절적 요인을 탄다. 기간을 늘려봤자 대부분 1년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1년 뒤에는 계약이 다 끊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우선구매가 갖는 장점은 단순히 액수와 규모가 아니라 매출을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맞춰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구매액⋅구매율 모두 증가한 사회적기업 공공기관 우선구매

공공기관 우선구매 제도는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를 지렛대 삼아 민간시장의 판로개척에 활용할 목적으로 제도화한 정책이다. 즉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해줘 생산능력을 갖추도록 하고 향후 민간시장으로의 진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는 근거규정에 따라 종류가 여러 가지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근거하면 ‘사회적기업 공공기관 우선구매’가 되고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하면 ‘사회적협동조합 공공기관 우선구매’가 된다. 이 밖에도 개별 법령이나 조례, 지침 등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기업(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우선구매 정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도별 사회적기업 제품구매실적/출처=고용노동부
연도별 사회적기업 제품구매실적/출처=고용노동부

때로는 예방주사로, 때로는 성장주사로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함께 해온 공공기관(국가기관.지자체.공기업 등 861개) 우선구매 실적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며 사회적경제의 성장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2013년 2632억원을 기록한 사회적기업 우선구매 실적은 2021년 1조 8171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구매율(기관 전체 구매액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비율) 역시 2013년 0.68%에서 시작해 2015년 1.55%, 2017년 2.04%를 기록한 이래 2020년 2.85%를 기록하며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2.77%를 기록했지만, 이는 코로나 19로 백신 구매액(3.2조원)이 증가한게 반영된 결과로, 이를 제외할 경우 실질 구매율은 2.92%로 여전히 증가한 셈이다.

공공기관 유형별 구매실적/출처=고용노동부
공공기관 유형별 구매실적/출처=고용노동부

유형별 구매실적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657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공기업(4635억원)과 준정부기관(2115억원), 교육청(2042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는 서울특별시가 구매액(3926억원)과 구매율(9.25%)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는 강원도 원주시와 경기도 성남시가 각각 구매액(2460억원)과 구매율(65.68%)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우선구매 실적(20년 기준)은 2656억원(구매율 0.47%)으로 전년(1616억원)대비 64.36% 상승했고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실적(21년 기준)은 7044억원(구매율 0.99%)로 전년(7024억) 대비 20억 증가했다. 

단순 기업 육성 지원정책을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하는 수단이어야

구체적인 수치와 지표만큼 객관적이고 명확한 성과가 없기에 정부나 지자체 모두 양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업 육성 및 성장 마중물 차원에서만 우선구매를 다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관계기관에서는 그 자체로 개별 기업을 육성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명 사회책임조달이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사회책임조달을 장려하고 있다.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사회적 책임의 장려를 규정하고 있다. 조달청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장려하기 위해 조달절차에서 환경, 인권, 노동, 고용,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등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공기관 우선구매도 사회책임조달의 일환이다.

실제로 공공기관 우선구매를 통해 사회적가치가 증가한 사례들이 발견된다. 나운환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교수가 2021년 발표한 <중증장애인의 고용확대를 위한 생산품우선구매제도 지정기준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우선구매액이 증가한만큼 사회적 가치도 양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320억원이던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액이 2020년 7024억원으로 5배 증가하는 사이에 장애인 근로자는 2008년 1912명에서 2020년 14584명으로 8배, 중증장애인 근로자 수도 2008년 1723 명에서 2020년 6배 증가하여 12726명으로 늘어났다. 장애인고용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증가한 객관적 데이터다.  

동네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해 지역의 문화생태계 유지에 기여하기도 한다. 강동구청 문화예술과 김주영 주무관은 동네서점 협동조합을 지원한 이유에 대해 지역의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지역주민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과 저변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주무관은 ”우선구매제도가 협동조합을 지원해 지역의 문화생태계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네서점 협동조합 김동석 이사장은 “대형 온라인 서점과 지역의 오프라인 서점을 같이 가야 한다”며 "(실제로) 같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이사장은 “온라인에서는 실상 목차 정도 수준의 내용 밖에 못 보지 않나? 하지만 책은 서점에서 여러 권 읽어보고 사지 않나? 그게 하나의 문화였다. 책을 직접 읽어보고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 동네서점만큼 유용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신작도서를 동네서점에서 빌려 볼 수 있는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가 시행중인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동네서점과 연계한 문화생태계 유지가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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