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스타트업 참가자들/출처=다음세대재단
비영리스타트업 참가자들/출처=다음세대재단

“드림스폰은 2012년에 시작해 10년의 경험과 21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학사업 관련 기술개발에도 집중합니다. 장학금을 만들고, 적합한 장학생을 찾는 것이 바로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안성규 드림스폰 대표

비영리에도 전략과 전문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호의에 기대는 기부나 후원 요청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제대로 설명한다. 후원기업이나 기부자에게 역으로 필요한 것을 적극 제안하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는 다음세대재단(대표 방대욱)이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진행하는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 성과공유회 ‘비영리스타트업 스테이지-α’에서도 두드러졌다.

다음세대재단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와 함께 하는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은 3기를 맞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 간 7개 팀을 지원했다. 팀당 인건비로 최대 70% 사용이 가능한 3000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했고, 기존 참가팀과 네트워킹과 개별멘토링을 총 64회(7팀), 외부연사초청교육을 7회 진행했다.

재단 장은재 매니저는 “(새롭게 등장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기존에 해결방식이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를 비영리스타트업이라고 정의한다”며 “재단은 이들의 성장과정을 밀착지원하고 있다”고 사업을 설명했다.  

성과공유회는 성과발표와 프로젝트 팀을 소개하는 전시로 구성됐다. 첫째 날에는 3기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에 참여한 7개 팀의 발표를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면면을 살펴보면, ▲지속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제안하는 '다시입다연구소' ▲적재적소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1인 1장학금 문화를 만드는 '드림스폰' ▲안전하고 자유로운 디지털 환경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디지털안전연구소 인터랩' ▲소아암 환아와 가족을 위한 소아암종합정보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가스퀘어' ▲교육으로 청소년의 자기다운 진로 결정을 돕는 '온다스쿨' ▲아동·청소년에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만드는 '프로젝트플래닛' ▲폐기물을 놀잇감으로 활용해 어린이 주도적인 놀이 환경을 확산하는 ‘자원(ZAONE)’ 등 문제의식과 해결책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라인업이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정유진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신수경 온다스쿨 대표, 이건명 슈가스퀘어 공동대표, 박지원 프로젝트플래닛 대표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신수경 온다스쿨 대표, 이건명 슈가스퀘어 공동대표, 박지원 프로젝트플래닛 대표

비영리도 보다 ‘전문적’이고 ‘전략적’으로

비영리스타트업 스테이지-α는 통상적인 성과공유회에 기업설명회(IR) 기능도 더했다. ‘좋은일’을 내세우는데 집중하기 보다 비영리스타트업으로 보여줄 수 있는 비영리 만의 비즈니스 전략과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알렸다. 발표를 진행한 7개팀은 ‘지원 아래 어떤 성과를 산출해냈는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원을 통해 어떻게 성장했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다수의 기업 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어필했다.

소아암종합정보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가스퀘어의 이건명 공동대표는 환아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정서 지원 프로그램, 부모님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지원 큐레이션 지원,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개선 분야로 비즈니스를 나눠 소개했다. 폐기물을 어린이의 놀이 소재로 전환하고 창의적인 놀이 문화를 확산하는 ZAONE의 이수영 대표 역시 기업 사내 행사, B2C활용 방안, 지역사회 공헌 등 상황별로 참여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직업과 고용중심의 진로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는 온다스쿨의 신수경 대표는 사업 모델 설명 후 “청소년을 만나는 다양한 루트와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싶다”며 필요한 부분을 역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비영리조직은 사회적 사건이 발생한 걸 계기로 활동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만난 비영리스타트업 구성원들은 기존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비영리스타트업으로 진입했다.

예를 들어, 슈가스퀘어의 공동대표인 박지영 변호사는 피아니스트이자 소아암을 완치한 당사자다. 이건명 공동대표 역시 해금 연주자로 활동하며 춘천교육대학교 음악대학원과 국제예술대학교 강사로 활동했다. 최민오 디지털안전연구소 인터랩 대표이사는 국제단체인 인터뉴스(Internews) 사이버보안 선임 컨설턴트 등을 거쳤다. ZAONE은 대안적 교육 환경을 위한 주식회사를 약 6년 정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영리스타트업 전환을 준비중이다.

행사에 참여한 강혁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사무국장은 “비영리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유형의 파트너”라며 “대부분의 비영리스타트업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방식보다 시민의 참여를 이끄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사업들이 많아 참여형 사회공헌 사업을 (함께) 기획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락가 지하층에 마련된 ZA ONE 팀의 전시공간에서 성과공유회 참가자들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
동락가 지하층에 마련된 ZA ONE 팀의 전시공간에서 성과공유회 참가자들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

3일 간 진행된 성과공유회...실무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곳곳에

비영리스타트업 스테이지-α가 사업을 마무리하는 성격의 단순 성과공유회 역할 이상을 한 것은 실무진들의 섬세한 준비 덕분이다. 사업에 함께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와 동락가 공간을 지원하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을 비롯해 브라이언임팩트, 벨레다코리아, 사단법인 온율,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아름다운가게, 아모레퍼시픽재단, 아산나눔재단, 인스타그램코리아,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카카오임팩트, 포스코건설 등 다양한 외부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과 참여팀은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간단한 자기소개 코너를 통해 서로 네트워킹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수영 ZAONE 대표는 "사업의 방향성을 다듬기 위해 기업마다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모이는 자리가 생기니 한 번에 (기업들의) ESG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알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우리 조직의 사업을 어떻게 확장하면 좋을지 펼쳐놓고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비영리스타트업 스테이지-α는 다음세대재단과 비영리스타트업들이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락가에서 진행됐다. 재단은 성과공유회 기간 동안 동락가의 1층 사무공간 일부를 제외하고 지상2층과 지하층을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3기 참가팀이 직접 활동을 소개하고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획했다. 넓은 지하공간을 활용해 ZAONE 팀의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전시공간으로 활용된 동락가
전시공간으로 활용된 동락가

보통의 성과공유회가 참가단체 전체가 참여하는 일회성 행사로 마무리 되는 것과는 다르게 3일간 성과공유회를 풍성하게 진행한 것도 눈에 띈다. 전시를 기본으로 첫날에는 전 참가자들이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둘째 날에는 세부 주제에 관심 있는 이해관계자를 사전초청해 환경과 교육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사전예약으로 관람객을 모집해 전시를 진행한다. 지난 2기 성과공유회에서도 사업에 참여했던 6개 단체의 특성에 맞춰 6번의 성과공유회를 진행한 바 있다. 각 팀의 모델과 알맞은 타겟에 따라 오프라인, 인스타그램, 클럽하우스 등의 툴도 다양했다.

재단의 강나리 가치연결팀장은 “비영리스타트업 스테이지-α를 비롯해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참여하는 팀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구성원 및 참여팀과 더 나은 방법을 위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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