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의 상징으로 불리던 성미산마을의 사랑방이자, 마을기업의 대표 모델로 손꼽히던 작은나무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을 카페 ‘작은나무’가 지난달 16일 다시 문을 열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직격탄을 맞아 문을 닫은 지 1년 만이다.

무더위가 한창인 9일 새로 문을 연 작은나무 카페를 찾았다. 대로변에 있던 카페는 골목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에 들어서니 새 건물 냄새가 살짝 풍기는 카페 벽에는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야’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최수진 작은나무 매니저는 주변 정리로 분주했다. 최 매니저는 2011년부터 작은나무 운영에 관여해왔고,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전환 후 이사장으로 5년을 활동했다. 작은나무협동조합은 현재 법적으로 휴업 상태지만, 최 전 이사장은 여전히 카페 작은나무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다른 곳(마을기업 등 마을공동체 및 사회적경제 영역)에도 곧 다가올 일이죠.”

자리에 앉자마자 최 매니저가 던진 말이다. 작은나무는 개발 붐이 일던 2012년부터 건물주와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2014년 6월 건물주가 바뀌고, 새 건물주로터 임대 만료일인 7월에 나가달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작은나무 지키기’ 모임이 결성되고 기자회견, 항의방문, 변호사 상담, 서명운동 등을 하며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서울시임대차조정위원회에서 중재에 나서고 2015년 12월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작은 나무는 결국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지난해 7월이다.

다행히 작은나무는 그 공간은 아니지만 서울시의 유휴공간을 주민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마을활력소’ 사업에 선정되면서 인근의 다른 공간에 새롭게 둥지를 틀 수 있게 되었다.  작은나무 사건이 발생한지 5년 만에 얻은 소중한 공간이지만 최 매니저는 기쁘지 만은 않다고 얘기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온 몸으로 맞으며 대응했던 그에게 그간의 작은나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수진 작은나무 매니저(작은나무협동조합 전 이사장)

마을 카페 ‘작은나무’가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달 개관파티도 했다고 들었다.

서울시 협력으로 작은나무가 ‘마포 마을활력소(서울시가 운영하는 거점형 공동체 공간으로, 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공유공간을 지역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형식)’ 사업에 선정되면서 문을 닫았던 작은나무를 그 공간에 다시 열 수 있었다. 지난달 개관파티를 열고 ‘작은나무 지키기’에 함께했던 분들과 축하 자리를 가졌다.

오랜 기간 많은 분들이 고생한 만큼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4년 넘게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을 요구하고 서울시와 오랜 기간 협상하면서 완전한 문제 해결을 바랬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최근 ‘궁중족발’ 사건 등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마음이 더 착잡하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생겨도 민간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 보는 이유는.

서울시와 논의한지 4년 만에 마을활력소가 만들어지고, 다행히 작은나무도 다시 문을 열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게 최선의 대책은 아니지 않나. 임대차보호법도 임차인이 최대 5년까지 계약갱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마을활력소 위탁 기관은 3년이다. 작은나무는 현재 세입자다. 3년 후 또 어떤 상황이 닥칠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세운 대책이 결국 최소한의 대책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런 선례가 없기에 우리가 좋은 모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나무 카페는 주민들의 출자로 만들어졌다. 공간 이전 전, 출자자들의 명단이 나무명패로 만들어져 카페 공간에 부착되어 있었다.

작은나무는 마을기업인 작은나무협동조합에서 운영을 해왔다. 현재 운영 구조는.

그동안 작은나무 카페는 마을기업인 작은나무협동조합이 운영해왔다. 지금은 작은나무협동조합이 휴업 상태다. 작년 작은나무가 문을 닫으면서 폐업 처리를 하고 해산 절차를 밟으려했는데, 그 과정이 간단치 않아서 일단 휴업했다. 현재 작은나무는 마포 마을활력소 내 주민커뮤니티가 카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작은나무협동조합은 우수 마을기업으로 주목 받았다. 운영하는 동안 고민은 없었나.

우수 마을기업이었지만 운영상 어려움은 많았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지 못해 매출이 계속 줄고 있었다.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카페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수익창출도 하고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한계를 많이 느꼈다. 작은나무협동조합을 정리하더라도 그런 마을기업의 한계들을 사회에 알리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마을기업의 한계라 했는데,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그동안 우수사례라 해서 많은 지역에서, 또는 마을기업을 하겠다는 고민으로 찾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훌륭한 개인이나 조직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작은나무 지키기’를 하며 주민대책위도 만들고, 서울시장도 만나면서 우리 일을 세상에 많이 알렸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작은나무가 겪은 일은 다른 곳(마을기업 등 마을공동체 및 사회적경제 영역)에도 닥칠 일이다. 마을기업 등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건을 보며 대처방안을 미리 찾기 바란다. 초기에 자산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우리 사례로 인식하고, 또 우리가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기 전 작은나무 카페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기업을 고민하거나 운영 중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서울에서 ‘마을기업=카페’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카페를 운영하는 곳들이 많다. 우리를 찾아오는 많은 분들에게도 얘기했지만 카페가 핵심은 아니다. 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공간에 담고 싶은 이야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주민을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작은나무는 누구 한명이 잘해서가 아니라 위기마다 주민들이 ‘내 가게’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카페가 어려우니 재정사업을 위해 ‘우리는 와인파티를 하겠다’, ‘우리는 장터를 열겠다’ 등 자기 가게라 생각하고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다. 작은나무를 운영하며 운영진의 색깔을 가능한 강조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무채색의 공간을 주민들의 이야기로 채워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용하는 주민들 스스로가 그 공간에 어떻게 내 이야기를 채울 것인가, 문턱이 없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마을기업도 엄연히 기업이다. 노동법도 지켜야 하고, 고용도 해야하는데 동네 일이니 자원봉사, 재능기부만으로 유지하려 하면 아예 시작을 말아야 한다. 다들 알겠지만 만드는 건 쉽다. 하지만 한번 문을 닫았다 다시 여는 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설립도 해산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나무 카페가 문을 닫기 1년 전 카페에서 이별파티를 하는 주민들.

그럼에도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 지금까지 왔다. 내부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장작 10년이다. 만들고 버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주민들이 후원하고 어려울 때마다 추가 출자하고, 후원주점을 여는 등 정말 주민의 힘으로 지탱해왔다. 서울시와 협상을 하면서는 잠시 이별을 하기 전 두달은 온전히 자원봉사로 버텼다 . 여러 고비를 넘기며 마을기업 운영은 주민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성미산마을은 다행히 그런 동력이 있었다고 본다.

작은나무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주민의 힘으로 해결한(근원적은 아니어도) 상징성을 가진 곳이다. 과제가 많을 듯한데 앞으로의 계획은.

두 가지 점에서 성미산마을의 작은나무는 의미가 있다. 하나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마을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을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또 하나는 마을을 떠난 사람들에게도 고향 같은 공간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공간이 젠트리피케이션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거점 공간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민자산화로 연결되는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게 앞으로의 과제다. 지금은 서울시 위탁으로 공간을 마련했지만. 이것이 이후 민관이 함께 협력해 시민자산화를 이룬 성공사례가 되면 좋겠다. 제도 상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좋은 모델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니 이를 거울삼아 앞으로 잘 개선해 갔으면 한다. 우리 사례가 잘 논의되고 정착되면 매뉴얼화 되어 이후 조례 등 제도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시민자산화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작은나무의 10년 후, 미래가 궁금하다. 상상해본다면.

언젠가 주민들과 워크숍을 했다. ‘작은나무가 마지막쯤에는 마을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까’라는 논의였는데, 청소년·청년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는 통로가 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작은나무를 포함해 마을활력소가 그런 공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성산동뿐 아니라 연남동, 망원동에도 청년들이 많은데 공간을 기반으로 이런 청년들이 연결되고 마을이 지속되면 좋겠다. 3년 간 작은나무, 마을활력소의 숙제다.

지난 7월에 자리를 옮기고 진행된 작은나무 개관파티

 

 

사진제공. 작은나무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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