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시티 프로젝트' 웹사이트에는 '지역에서 생산하고 세계적으로 연결된 도시들'이 오는 2054년까지 자체 생산한 것을 스스로 소비하는 것을 목표로 밝히고 있다.

‘팹시티(Fab City)’ 2054년까지 도시의 자급자족률을 50% 이상 끌어올리려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외부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다른 도시로 배출하는 대신 식량, 에너지 등 도시에서 필요한 자원을 자체 생산한다. 또 재활용을 통해 쓰레기 발생을 줄이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과 정보를 도시끼리 공유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환경친화적 제조 생태계 조성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에너지 생산 △블록체인 방식의 전자화폐를 이용한 지역 통화 활용 △식량 자급을 위한 도시 영속농업 △만들기를 통한 배움 중심의 미래를 위한 교육 △정부와 시민 영역의 민관 협력 등이 팹시티 프로젝트가 밝힌 기본 전략이다.

2014년 바르셀로나 시작, 다른 국가 동참하며 총 18개 도시 의기투합

서울이노베이션팹랩에는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으로 만들어보는 실험을 한다.

팹시티 프로젝트는 2011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Fab7 회의에서 스페인 카탈루냐 고등건축연구소(IAAC),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CBA 연구소, 팹랩 재단(Fab Foundation) 등의 협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4년 스페인에서 열린 Fab10 회의에서 바르셀로나시는 “향후 40년 안에 자급자족률 50% 이상을 달성”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다른 도시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 결과 보스턴(미국), 서머빌(미국), 케임브리지(미국), 심천(중국), 암스테르담(네덜란드), 툴루즈(프랑스), 파리(프랑스), 산티아고(칠레), 디트로이트(미국), 쿠리치바(브라질) 등 총 18개 도시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서울시가 동참을 선언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도시가 팹시티 프로젝트와 동행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불광동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를 ‘팹시티 지구’로 선정해 지난해 11월부터 각종 실험을 진행 중이다. 파크에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의 구혜빈 단장은 “팹시티는 시민들이 주도해서 직접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과 아이디어가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팹랩, 시민들 교육하고 아이디어 발전시켜 ‘도시 문제’ 해결하는 주체로

서울이노베이션팹랩에서 시민들이 제작한 기계로, 폐플라스틱 조각들을 넣고 누르면 화분이 나온다.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은 시민들에게 기술과 정보를 공유해 지역과 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누구나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실험 공간 ‘팹랩’에서 각종 디지털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2016년 문을 연 이후 2000명 이상의 교육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월 평균 500명 이상의 시민이 팹랩을 이용 중이다.

그동안 서울이노베이션팹랩에서 ‘도시 농업 자동화 로봇’ ‘로봇팔 이용한 친환경 건축 모듈 개발’ ‘전자폐기물 활용 수직정원 제작’ ‘폐플라스틱 활용 사출기 제작(Precious Plastic)’ ‘증강 현실 기술을 활용한 조난자 구조 태그’ ‘길고양이 아이오티(IoT) 급식소 공개 자료’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개발돼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식량, 에너지, 쓰레기, 안전, 건강 등 세부 분야를 정하고, 시민 발명가를 주축으로 하는 참여단을 모집해 팹랩 등 파크 입주단체의 주요 활동 및 콘텐츠와 연계할 계획이다. 파크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어 시 전역으로 확산해 팹시티로서의 역할을 보여준다는 목표다.

‘가장 작은 것부터 가장 큰 것까지’ 내세운 바르셀로나의 팹랩

스페인 바르셀로나 팹랩에서 개발한 태양열을 이용한 '팹랩 하우스'. (사진제공=바르셀로나 팹랩)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도시의 자급자족률을 높이고 있을까. 대표적인 도시가 팹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 팹랩은 세계 250개 팹랩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가장 작은 것(손바닥 크기의 컴퓨터)부터 가장 큰 것(태양열 팹 하우스)’까지 모든 것을 만든다고 소개된다.

특히 ‘스스로 만든다’ ‘현지 재료로 제작한다’ ‘에너지 효율을 최대로 높인다’는 콘셉트로 만든 ‘태양열 팹 하우스’가 유명하다. 소프트웨어로 햇빛을 받는 각도를 계산하고, 지붕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도록 설계됐다. 이외에도 설치한 장소의 온도, 습도, 기압 등을 측정하는 손바닥 크기의 자동 기록관측기를 개발해 여러 가정에 보급하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 분석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서울이노베이션팹랩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