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기준 소셜벤처로 판별된 기업은 2031개사로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한 2019년 998개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이뤄진 소셜벤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낸 보도자료의 일부분이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개정된 후, 소셜벤처의 정의와 지원사업에 대한 근거가 마련되고 나서 처음 진행한 실태조사의 결과다.

그런데 <이로운넷> 취재 결과, 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 다른 사회적경제기업과는 다르게 소셜벤처는 기업명을 대부분 비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중기부가 소셜벤처기업 지원 등을 위해 구축한 종합정보망 ‘소셜벤처스퀘어’에는 중기부가 발표한 2031개 소셜벤처 중 565개의 기업명만 확인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소셜벤처 종합정보망 '소셜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은 2021년 판별된 소셜벤처 전체 숫자의 30%도 안 된다. / 출처=소셜벤처스퀘어 홈페이지 캡처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소셜벤처 종합정보망 '소셜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은 2021년 판별된 소셜벤처 전체 숫자의 30%도 안 된다. / 출처=소셜벤처스퀘어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판별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소위 '소셜 디스카운트'가 두려운 소셜벤처들과 그럼에도 실적을 올리고 싶은 중기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소셜벤처 외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온라인에서 기업명과 연락처까지 공개하고 있다.

정부 "판별 과정서 기업명 공개 동의 못 받았다"

현재 중기부는 소셜벤처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처럼 매년 부처 주도로 ‘인증’이나 ‘지정’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판별을 요청하면 그때그때 심의를 거쳐 판별 통지서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만든 ‘소셜벤처기업 판별기준’에 적힌 사회성 점수와 혁신성장성 점수가 각각 70점을 넘기면 소셜벤처로 판별받는다. 판별을 원하는 기업들은 온라인상에서 자가진단을 거쳐 판별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신청 절차를 거쳐 결과를 받으면 된다.

'2031개'라는 숫자는 지난해 중기부가 소셜벤처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2021년 소셜벤처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중기부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민간 등이 추천한 7184개사를 모집단으로 조사했고, 온라인·이메일·전화 조사 방식 등을 통해 그중 2031개사를 소셜벤처로 최종 판별했다.

소셜벤처스퀘어의 ‘소셜벤처 현황’ 페이지에서는 판별된 소셜벤처가 전국 어느 지역에 분포돼있는지는 소개하고 있지만, 명단은 그중 일부인 565개만 공개한다. 기자가 현황 파악을 위해 중기부에 나머지 1466개사의 이름을 문의한 결과 “판별을 진행할 때 외부 공개에 대한 동의를 따로 받고 있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셜벤처스퀘어에서 확인 가능한 기업들은 지난해 실태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정보 공개에 동의한 곳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태조사에 '직접' 응답한 기업은 1435개이므로, 870개 기업이 정보공개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거다.

정부 혜택은 받고 싶고, '소셜 디스카운트'는 두렵고

판별을 받으면 중기부나 기술보증기금에서 소셜벤처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보증기금에서 제공하는 ‘소셜벤처 임팩트 보증’의 대상기업은 소셜벤처기업 판별기준을 충족한 기업이다. 그 밖에도 예비창업패키지 소셜벤처 분야, 소셜임팩트펀드 등에 참여하려면 소셜벤처 판별 통지서가 있어야 한다. 소셜벤처로 인정받고 정부의 혜택을 받을 기회를 얻지만 기업의 기본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 많은 것이다.

소셜벤처 외에 사회적경제기업들은 기업명과 연락처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에서,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서, 자활기업은 한국자활복지개발원 홈페이지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소셜벤처의 상황은 여타 사회적경제기업들과 다르다.

소셜벤처가 아닌 다른 사회적경제기업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A씨는 "개인정보 수준의 세부적인 자료는 다 공개할 수 없겠지만, 업체명이나 업종 정도를 공개하는 건 문제가 안될 텐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소셜벤처 전문가 B씨는 “실적 확대를 위해 소셜벤처 개수를 늘리고 싶은 중기부와 소셜벤처 지원 사업에 신청할 자격은 필요하지만 (이름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정권 노을 CSO는 "ESG 확대가 국제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모두 챙긴다는 개념에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이유에서 기업명 공개를 꺼릴 수 있지만, 소셜벤처 철학에 공감하는 기업들이라면 공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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