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선릉과 정릉에서는 K문화유산길 시니어 여행기자단 실습 투어가 진행됐다.
6일 서울 선릉과 정릉에서는 K문화유산길 시니어 여행기자단 실습 투어가 진행됐다.

“늘 지나다니는 길이었는데 여긴 처음 와 봐요.”

“그건 약과예요. 얼마 전에 오셨던 분은 60년 만에 창경궁이랑 낙산공원을 처음 가보신다더라고.”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를 나와 5분쯤 걸으니 선릉과 정릉(선정릉) 입구가 보인다. 햇빛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다. 조정화 서울문화관광마케팅협회 대표는 “오늘 프로그램에는 22명이 참여한다”며 휴대용 청취기를 건넸다.

6일 진행된 K 문화유산길 시니어 여행기자단 실습(이하 시니어 여행기자단) 투어 현장. 시니어 여행기자단은 인생의 후반을 시작한 시니어들이 서울의 문화유산을 여행하며 SNS에 알리는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문화관광마케팅협회와 제이에이치씨투어가 주최·주관해 진행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2018년~2019년 진행되다가 코로나19로 잠시 멈췄고, 올해 재개됐다. 올해 프로그램 신청자는 150명 정도. 그중 선발된 90명의 시니어들을 여행기자단으로 양성하고 있다.

이번 투어를 동행하면서 전달받은 휴대용 청취기와 입장권
이번 투어를 동행하면서 전달받은 휴대용 청취기와 입장권

“이번 여행이 공정여행과 어떤 관계가 있냐고요?”

최근 관광객, 지역 주민, 관광 사업체, 자연환경 간 관계에서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지속 가능한 방식의 공정여행(공정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공정여행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주민들과 상생하는 방식의 여행이다. 환경오염, 지역소멸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조정화 대표는 이날의 여행을 ‘공정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우리는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으며 여행한다. 실습이 끝나면 여행하는 곳의 쓰레기를 줍는 등 자원봉사도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 곳곳에 있는 문화유산을 여행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점심 식사도 전통시장 상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공정여행이 지향하는 방향인 환경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우선시 하며 여행을 즐긴다는 것이다.

“우리의 여행은 공정여행이 추구하는 목표와 전부 연관되어 있어요. 공정여행 브랜드로 ‘궁능성시길’도 만들었는데, '궁능성시길'은 궁궐, 왕릉, 성곽, 전통시장을 연계해 만든 걷기 여행 코스예요.”

조정화 대표가 본격적으로 입장하기 전 선릉과 정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정화 대표가 본격적으로 입장하기 전 선릉과 정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문화 존중하는 공정한 여행…만족도↑

이날 실습 투어는 서울 선릉과 정릉→봉은사→코엑스→석촌호수→삼전도비→새마을 시장(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각 장소로 이동하는 거리만 약 7.5km 정도.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 까지 더하면 약 10km 정도는 걷는 셈이다. 여행 장소에 도착하면 가이드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사진을 찍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정화 대표는 “시니어들이 정말 열심히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IT 회사에서 일하다 퇴직했다는 참여자 유선용 씨 역시 이런 방식의 여행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걷기 여행을 하면서 운동도 하고, 문화유산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내용도 알게 되고,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점심 식사도 유명한 맛집이나 프랜차이즈보다 전통시장에서 해결하는데, 사람 냄새나고 소상공인들 매출도 올려줄 수 있어서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뒤 중소기업을 창업해 운영중이라는 정동철 씨는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문화해설사를 공부했다. 이날 투어에서는 봉은사 해설을 맡아 진행했다. 정 씨는 “개인적으로는 역사를 좀 더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러면 오히려 싫증 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면서 “처음에 오는 사람들이 문화에 대해 첫 발자국을 떼고,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함께 걸으면서 여행하는게 좋다”며 웃었다.

이날 투어에는 22명이 참여했다./출처=이로운넷
이날 투어에는 22명이 참여했다./출처=이로운넷

여행하며 경험한 내용을 SNS로 확산

현재 시니어 여행기자단은 온라인 교육이 끝난 상태다. 5월에 실습을 마무리한 뒤에는 자원봉사 활동과 블로그·유튜브 등 SNS를 활용해 문화유산을 소개할 예정이다. 조정화 대표는 “교육은 국내 문화유산 소개와 SNS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 주요 내용이다”라고 했다.

유선용 씨는 “참여자들 중에는 SNS를 안 해 본 분들도 많은데, 이번 기회에 안 해본 것들을 해보고, 내가 SNS에 올린 내용을 지인에게 보내기도 하면 재미있다. 젊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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