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운영한다.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벌되 여기에 사회적 가치 추구까지 하는 사회적기업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권장한다는 의미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인증을 받으면 정부의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인증 요건은 나름 까다롭다. 이런 이유로 몇 가지 요소를 덜 갖췄을 경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하고, 3년 내 자격을 갖추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가능한 사업을 추구하는 예비사회적기업들을 만나본다.

 

“소외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 마을센터 2층 공유사무실에 자리 잡은 포토브릿지 정상훈 대표의 일성이다.

‘포토브릿지’는 사진을 매개로 대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교육 대상은 상처받고 자긍심이 낮은 저소득층 자녀. 교육내용은 2가지가 축이다. 하나는 사진교육프로그램으로 4~8주 간 주1회 8시간 강의와 촬영을 진행한다. 사진 촬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자존감 회복과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또 하나는 사진실천프로그램이다. 역시 4~16주 간 주1회 8시간 강의와 실습으로 구성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진촬영과 홍보물을 제작해 마을과 공동체의 소식을 알리는 실전이다. 학생들이 사회의 이슈를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고민할 기회이기도 하다.

“금천구에 있는 은행나무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을 직접 취재하고 알리는 활동부터 온라인으로 마을기업과 마을카페를 알리는 작업을 성미산학교 아이들과 함께 했어요. 다른 지역의 다른 환경의 또래 친구들과 작업하면서 아이들은 함께 사는 삶을 배우는 기회를 얻는 셈이죠.”

 

 

이달에는 사진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별도로‘ y포토그래퍼’라는 프로그램을 토대로 교육한다. 사진 전업 작가나 기업에 아이들의 취업을 매칭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사진 수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카메라를 사야죠. 5대를 구입했습니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직접 사기에는 고가라 육성기업 시절에 마련했습니다. 나머지 필요한 카메라는 1일 1만원에 대여를 받아서 사용합니다.”

수업은 주로 젊은 강사들이 하고 정 대표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강사진은 총 6명으로, 따로 공모해 뽑은 이들이 아니라 개인 인연으로 뜻을 함께한 이들이다. “서울시 공헌사진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알게 된 분들이죠.” 전임은 3명, 봉사 형식으로 2명 그리고 프리랜서 1명이 교육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수료생은 50명이다.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연령으로 저소득층 자녀, 한부모 자녀, 장애인 등을 우선해 모집한다.

Q. 사회적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27년 동안 일반기업(sk브로드밴드·신세계백화점·삼성SDS)에서 홍보 업무를 했다. 흔히 말하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면서 무언가 사회에 의미가 있고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소외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 학교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가르치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봉사활동 정도가 아닌 아예 기업 형태로 하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해택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2016년 1년 정도 육성기업 형태로 일하고,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Q. 청소년과 소통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 같다.

A. 실제 교육은 젊은 강사들이 맡으니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애들을 교육 시켜 프로 전문가 수준의 사진이 나오겠느냐’는 생각이나 ‘4년제 대학 사진과 졸업자도 아닌데 그것이 되겠어’ 하는 반문들이 있더라. 또 사진을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바꾸는 게 가능하냐는 주변 선입견이 힘들게 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예술은 그냥 교육으로 끝나야지, 그것들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하기도 해 힘이 빠지기도 했다.

Q. 수료생이 벌써 50명을 넘었다. 주변 인식도 변하고 성과도 생겼을 텐데.

A. 결과물을 갖고 설득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몇 주간 아이들이 만든 작품이다, 여기에 나와 있는 글과 사진 모두 아이들이 만든 것이다”라는 말에 주변 인식이 바뀌었다. 사실 카메라도 잡을 줄도 몰랐던 아이들이다. 자기 생각도 한 번도 글로 써본 적이 없던 아이들도 있다. 이 정도 짧은 기간의 교육에서도 이런 변화를 보였다. 조금 더 긴 안목을 갖고 장기 프로그램으로 교육한다면 아이들은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Q.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A. 여학생 2명은 각각 사진과 영상으로 특성화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짧게 배웠는데도 자기 미래의 일로 도전하니 고맙다. 자동차 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A학생 한 명이 있었는데, 안타깝지만 생계 문제를 해결해야 해서 외국계 자동차 정비회사에 들어갔다. 아직 A군 말고는 다 학생이다. 최고령이 이제 20살이다.(웃음)

 

 

 

 

Q. 무료 교육인데 수익모델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A. 지금까지는 현상 유지 수준이었다. 다른 단체 대상으로 유료 강의하고 받은 수수료를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수익모델을 가동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시민단체든 홍보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겠나. 교육받는 취약 청소년들을 기업이나 단체 촬영과 연결할 계획이다.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필요한 사진을 구할 수 있고, 교육받은 아이들은 직접 현장에 나가 촬영할 기회를 얻는다. 창업이나 또는 취업을 위한 현장 실습 기회가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셈이다. 사진의 질은 강사가 있기 때문에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카탈로그 제작이나 인쇄물을 만드는 부대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과 청소년 모두에게 도움을 주면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Q. 포토브릿지의 꿈,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A. 사진 영상 미디어 부분의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다. 단기프로그램이 아니라 2~3년 과정으로 충분하게 훈련하고 교육하는 대안학교다. 졸업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고 싶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미 사례가 있다. 기업이 저소득층자녀들에게 사진교육을 하고 실리콘밸리 다른 기업들이 이 학생들에게 광고라든지 브로셔 작업이라든지 일거리를 주는 형식으로 도움준다. 일종의 기업 사회 후원 활동을 겸하는 것이다. 양쪽 모두 윈윈(win -win) 하는 구조다. 5년 안에 꿈을 이루고 싶다.

Q.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사업하면서 정책 관련 제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가.

A. 정부 지원금은 거의가 사업비에 집중돼 있다. 인건비나 법인 운영비를 지원하는 정책 자금은 없다. 많은 사회적기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려면 짧으면 1~2년, 길면 4~5년 걸리는데 그 전까지 생존하기 쉽지 않다. 사람도 채용해야 하고 월급도 줘야한다. 사무 공간도 필요하다. 이런 회사 운용에도 정부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직접 지원이 안 되면 10년 장기 저리 지원책 등 방법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정부가 인턴을 채용해 우리 같은 출발 기업에 파견해주는 건 어떨까. 청년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까지 올라서기 위한 초기, 그 시기에 정부 지원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김명수 이로운넷 시니어 기자
사진제공. 포토브릿지

 

 

 

◆ 예비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은 갖추고 있으나 수익구조 등 일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이전 단계다.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과 부처형 예비사회적기업 2가지 종류가 있다. 지역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부처형은 중앙부처장이 지정한다. 지정 기간은 3년이며, 지정 요건은 ▲조직형태 ▲사회적 목적 실현 여부 ▲유급 근로자를 고용해 영업활동 수행 여부 ▲배분 가능한 이윤을 사회적 목적으로 사용 여부 등 네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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