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1862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 부채. 부동산값 상승과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에서도 청년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이 윤창현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20대 다중채무자는 36만6369만명으로, 2019년 대비 21% 증가했다. 다중채무자란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사람을 의미한다.

또,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개인회생을 신청한 20대 청년들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제2금융권 부채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400명, 78%), 처음 빚을 진 이유로는 ‘생계비 마련 목적’이 가장 많았다(221명, 43%). 정은정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팀장은 “부채 문제가 있는 청년 중에는 생계비 마련 때문에 제2금융권 대출을 받는 경우가 잦으며, 부모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립이 어려운 상태로 사회에 나오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청년 부채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있는 돈을 불려주는' 정책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청년들의 자산 축적을 돕는다는 취지로 청년 자산형성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갚을 돈이 급급한 일부 청년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정책의 공백을 채우려는 민간의 시도가 눈에 띈다. 부채청년들이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거나, 청년 층에 적용하기 알맞은 신용평가 방식을 개발해 대출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고, 임대보증금 부담을 덜어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 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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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저금리 바꿔주는 부채 지원사업

사회적금융기관 ‘사단법인 함께사는세상(사회연대은행)’은 청년 부채 문제에 주목해 10년 전부터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함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총 3853명의 학생들에게 ‘착한대학생대출’을 진행했다. 고금리 학자금 대출로 고통받던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저금리(2%) 상품으로 대출을 전환해주고, 신규 학자금을 대출하는 사업이다.

또, 지난해부터는 '청년부채 α 프로젝트'를 통해 연 15% 이상 고금리 대출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출만 하는 게 아니라, 두 기관은 이들을 대상으로 신용·재무교육 등을 해주고 고용 사업과도 연계하는 등 건전한 재정 상황을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보증금 삭제’·’대안신용평가’ 등 새로운 사업모델 탄생도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핀테크 소셜벤처 ‘크레파스솔루션’은 청년들이 처음부터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지 않게 돕는다. ‘대안신용평가’라는 방법을 통해서다. 대안신용평가는 금융정보를 기준으로 신용을 평가하는 전통적 신용평가와 달리, 기존과 다른 정보를 충분히 활용해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SNS 사용빈도, 시간대별 배터리 충전율, 요일별 통화건수, 캘린더 관련 기록 등을 기반으로 개인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성향을 찾아낸다.

이를 인정받아 크레파스솔루션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신용평가업 인가를 받았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억울하게’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청년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월세 독립을 시작한 청년들에게 부채의 주요 원인이 되는 임대보증금을 없애주는 기업도 있다. 월세를 보증해주는 플랫폼 ‘무방’을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 ‘케이알지그룹’이다. 계약한 방의 1개월 치 월세만 수수료로 내면 된다. 김기성 케이알지그룹 대표는 “청년들이 자립하기 위한 대학가 평균 월세 보증금이 1000만원인데, 서울시 청년 1인 가구 10명 중 4명이 이 비용이 없어 중·고금리 대출에 노출되거나 최저 주거환경에서 생활 중”이라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무방은 지금까지 임차인들에게 총 210억원어치의 임대보증금을 삭제해줬다.

무방은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타사와 달리 신용점수 조회를 하지 않는다. 자체 심사시스템을 통해 임차인의 월세지불 능력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임차인은 연말 정산, 세금 컨설팅 같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2020년에는 대안신용평가 기술을 접목한 청년주거 연관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크레파스솔루션과 ‘청년 주거안심서비스’ 협약을 맺기도 했다.

청년정책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소셜벤처 '도도한콜라보'의 원규희 대표는 "기본 자산이 넉넉하지 않아 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게는 높아지는 금리만큼 채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부채 관리 및 상환 능력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크레파스나 무방 같은 서비스는 꼭 필요한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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