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과학교육문화협동조합 생물, 화학 등을 전공한 여성 과학도들이 만들었다. 결혼·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이들은 (재)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WISET) 진행한 SC(Science Communicator, 과학 커뮤니케이터) 교육을 계기로 ‘과학교육’이라는 꿈을 실현하기로 의기투합했다. 2013년 8월이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이 만든 '1호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의 탄생 배경이다. 

온과학교육문화협동조합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 만든 '1호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조합원들의 특성을 살려 ‘과학’과 ‘교육’을 결합한 분야를 개척했다. 과학 융합 교재 및 교구 개발, 과학 키트를 활용한 초?중?고 3D프린팅 체험수업 등이 주 사업이다. 또한 조합원이 모두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해 각자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정기적인 회의 등은 소셜미디어 등 온·오프라인 채널로 소통한다. 

이곳의 가장 큰 차별성은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쉽고 재미있게’ 과학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한은주 온과학교육문화협동조합 이사장은 “과학기술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이해시키려 노력한다"며 "아이들 각자의 기질을 이해하고 연령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은 여성 조합원이기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온과학교육문화협동조합의 최종 목표는 ‘과학의 대중화’다. 공교육이 담아내기 어려운 새로운 과학 트랜드를 알기 쉽게 풀어 전달하는 과학교육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 한국법과학협동조합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문서 감정','현장 감식' 등을 수행한다. 현장 경험 10년 이상의 경찰, 감식 분야 전문가 등 전·현직 법과학 현장 수사 전문가 45명이 주축이 돼 2016년 10월 설립했다. 2017년 법률시장이 민간에 개방되어 민간 법과학 수사업체들이 과학수사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법과학협동조합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문서 감정','현장 감식' 등을 수행한다.

60여 명의 조합원이 활동하는 한국법과학협동조합이 주로 하는 일은 과학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것.  예로 살인 사건을 수사할 때 시신에서 생겨나는 검정 파리는 사망 시간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지만 국내에는 검정파리의 자세한 분류와 속성 정보가 부족하다. 이 정보는 경찰 집단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서화돼 있지 않고 조직 구성원의 전문지식과 경험으로만 알 수 있는 부분(암묵지 暗默知) 영역에 속한다. 이런 암묵지를 공유하고 세상에 도움을 준다. 최면 수사, 화재 감식, 문서 감정 등 조합원들의 서로 다른 전문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또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사건 자문 등도 함께하며 법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하고 있다.

 

과학기술+협동조합의 조합, 어떤 시너지를 낼까?

‘온과학교육문화협동조합’과 ‘한국법과학협동조합’은 모두 서울에서 활동하는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다.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은 이공계 인력이 설립?운영하며 과학기술 기반의 제품?서비스나 융합 연구개발, 과학교육과 문화 분야를 주로 다룬다. 

최근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자료출처: 2018 과학기술인협동조합 브로슈어)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은 2013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설립돼 올해 5년째를 맞아 현재 28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조합원 수는 3,782명에 이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 1단계 혁신성장 전략을 세울 당시만 해도 협동조합 수가 42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큰 증가세라 할 수 있다. 서울지역에도 현재 107개 협동조합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7년 12월 기준 출자금 및 분야별 설립 현황(출처: 2018 과학기술인협동조합 브로슈어)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 국내에서 이렇게 성장한 것에 대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과 협동조합의 조합이 창출해내는 저력과 가능성이 생각한 것보다 더 크다고 얘기한다.

“전체 조합원 가운데 박사 학위 소지자가 42%에 이를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8조원 규모 주문 연구산업 등 연구 산업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등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 등 과학기술 잠재 인력의 유연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서 사회경제 주체로서, 전문 기술법인으로서 과기협동조합 확산 효과는 기대할 만하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과학기술인협동조합 대상의 설립지원 교육 장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종우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은 “작은 규모로 손쉽게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 협업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 사람을 키우는 구조 등과 같은 협동조합이 가진 특징이 과학기술 분야와 결합되었을 때 개개인의 전문성을 결집시켜 사회적 기여 등 의미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점점 그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력단절 및 퇴직 여성과학기술인 등 잠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로 주목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의 50세 이상 연구개발(R&D) 인력의 비중이 2000년 6.5%에서 2016년 13.6%로 증가했다. 실제 국내 운영 중인 280개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중 과학기술인 개인 조합원 중 여성 조합원 비율이 21.9%에 달한다. 

연구개발·산학연·생활밀착 기술개발...다양한 유형의 해외 과학기술인협동조합

해외는 이미 우리보다 앞서 다양한 형태의 과학기술협동조합들의 활동들이 이어져 왔다.
스페인 몬드라곤의 '이켈란 공업응용기술협동조합'은 현재 260여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발전해, 2010년에는 약 2,000만 유로의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일본의 '히가시오사카 우주개발협동조합'은 중소부품업체인 (주)히가시오사카의 주도로 정밀부품업체들과 협동조합을 구성해 소형 인공위성의 상업화를 목표로 인공위성 정밀부품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결과 미국 보잉사로부터 인증서를 받아 지역산업경제 활성화를 이뤄냈다. 이 모델은 산-학-연 협력으로 기술산업의 생산성을 강화하고 가치 창출을 이룬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덴마크 ‘미델그룬덴 발전협동조합은 코펜하겐 주민 8,500명이 출자해 설립한 조합이다. 윈드팜(wind farm, 풍력 발전 지역) 20기 설치 후 1년에 7,000만원 소득이 발생했고, 20기 중 10기는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나머지는 코펜하겐 시 전력담당 부서에서 전단했다. 풍력발전으로 친환경적 전기를 생산하고 코펜하겐 시의 약 4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 성과를 냈다. 

 

2020년까지 1천개 조합 육성 나선 정부...진화하는 과학기술인협동조합

빠른 성장세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과학기술 잠재 인력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생활에 과학기술을 밀접하게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육성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그 수는 전체 협동조합(11,637개, ‘17.12 기준)의 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규모의 영세성, 인지도 부족, 미흡한 사업 활성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재형 에너지트리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설립돼 2년 만에 안정화 단계에 오르기는 애로사항이 많다”며 “3년차부터는 경제적 지원이 아니더라도 정부과제 선정에 가점을 주는 등의 혜택을 주어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인협동조합 2단계 혁신성장전략을 발표하는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 의사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3년 발표한 1단계 전략에 이어 5년 만에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제2단계 혁신성장전략(2018~2022)’을 지난 7월 발표했다.

과학기술인협동조합 발전 단계(안) (자료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융합 및 잠재 인력의 전문성 활용 등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의 강점을 살려 과학기술 신산업의 주체로 육성함으로써 2022년까지 과기협동조합 1,000개 육성, 조합 일자리 1만개 창출이 혁신전략의 핵심 내용이다. 더불어 연구산업, 과학문화산업 등 과학기술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ㆍ전문화를 꾀하고자 8대 추진 과제도 함께 수립했다. 

<과학기술인협동조합 8대 추진 과제>① 대학?대기업 등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육성② 연 10여개 우수사례 발굴?표창 등을 통해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의 성공스토리 확산 ③ 연구산업, 과학문화산업, 연구 안전관리 산업 등 과학기술 서비스 시장 활성화④ 출연(연) 연구원 겸직 제한 완화 등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보완하여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의 비즈니스 시장 형성 및 전문화 토대 마련⑤ 아이디어 발굴에서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창업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협동조합 사업모델(BM) 개발?확산 ⑥ 출연(연), 대학과 그 구성원의 협동조합 결성을 적극 유인?지원 ⑦ 과학기술인협동조합 현장 교육, 대상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해 예비 조합원에 대한 교육·홍보 강화
⑧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의 창업을 지원하는 협동조합 등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의 운영을 통해 협동조합 확산 생태계 조성

☞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제2단계 혁신성장전략(2018~2022) 자세한 내용 보기

무엇보다 과학기술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고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는 점이 지금의 과제를 극복할 가장 큰 힘이 될 듯하다.

“우리 분야 R&D는 중소기업이 맡기에는 전문성과 기술력이 부족하지만 협동조합 형태라면 가능합니다. 단기 성과나 매출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는 장기 모델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협업 마인드와 각자 자신의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협동조합으로 협력하는 것이 큰 장점인 듯해요.” -기술융합협동조합

“일반기업에서는 상하 관계, 사업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로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협력을 우선시합니다. 서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쉽게 창업할 수 있었죠.” -위즈온협동조합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에서 활용되는 적정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런 활동들이 대학원생에게 지역사회 공헌과 기술개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지역의 인력양성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 LED융합협동조합

 

 

사진제공.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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