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한마음F&C 문윤 대표는 2014년 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장례업’을 한다고 하면 보통 2가지 반응이 나온다. 하나는 ”어떻게 그런 일을 하세요?”, 또 다른 하나는 “꼭 필요한데 좋은 일을 하시네요.” 사람의 죽음을 다루는 장례는 사회에서 ‘금기’처럼 여겨지면서 꺼려지거나 피하고 싶은 일로 인식되는 탓이다.

장례업을 하는 사회적기업 한마음F&C(한마음에프엔씨)의 문윤 대표(37)는 최근 한 가지 새로운 반응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상조회사에 가입하라는 건가요?”라는 되물음이다. 몇 년 전부터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회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이들이 회원을 모집하는 각종 광고를 공격적으로 시작하면서다.

국내의 상조산업은 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 넘어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주로 집에서 장례를 치렀지만, 상조산업이 발전하면서 대학병원이나 단독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것이 일상화했다.

그러나 ‘고인을 위해 쓰는 물건을 무조건 비싸고 좋은 것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왜곡된 상황을 만들어냈다. 일부 장례식장에서 원가 20만원도 안 되는 수의(壽衣)를 수백만원에 팔거나 중국산 짝퉁을 국내산 명품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장례식장 이용료를 뻥튀기하기도 하고, 필요하지 않은 상품까지 유족에게 강매하는 등 각종 병폐가 생겨났다.

회원제 아닌 후불제, 영업비?광고비 없애 30% 이상 저렴한 비용 강점으로

문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 창출 때문"이라며 "전체 직원 20명 가운데 50%를 고령층, 경력단절여성,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으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장례를 둘러싼 잘못된 문화와 인식을 바꿔보고자 하는 목표로 지난 2014년 한마음F&C를 설립했다. 그는 “일반 회사가 아닌 ‘사회적기업’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면 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새로운 대안을 통해 장례문화를 정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기존 상조회사와 한마음F&C의 가장 큰 차이는 ‘회원제’가 아닌 ‘후불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미리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피해가 생기지 않고, 장례가 끝난 뒤 사용한 상품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문 대표는 “회원을 모집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영업비나 광고비가 없어 다른 업체보다 비용이 30% 이상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사실 장례업계에는 곧 지각변동이 예고돼 있다. 2016년 1월 국회가 상조회사의 난립을 막기 위해 최소 3억원이던 자본금을 15억원으로 늘려 우량업체만 남도록 법을 개정하면서다. 자본금을 단기간 증액하는 것이 불가능한 업계 사정을 감안해 3년의 유예기간을 뒀는데, 내년 1월까지 15억원을 갖추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 국내에만 160여 곳의 상조회사가 있는데, 앞으로 100곳 이상이 통폐합돼 50~60곳 정도만 남는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상조업체 100곳 통폐합 전망…사회적기업 제품 사용해 ‘가심비’ 높인다

한마음F&C는 전국 19개 의전 본부를 두고 있으며, 해당 지역 장례지도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일반 상조 건수는 1달에 약 150건이며, 장례용품 배송 등을 합치면 550건 정도다.

해당 법은 회원들에게 회비를 걷는 업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회원을 모집하지 않는 한마음F&C는 처음부터 대상이 아니다. 문 대표는 “워낙 많은 상조회사가 난립해 정리가 필요한 부분은 분명 있지만, 일부 대형업체만 남게 되는 것은 우려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물론 업계에 큰 변화가 예고되면서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사회적기업으로 여타 업체와 서비스를 차별화하면서 한마음F&C만의 경쟁력을 내세울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수의, 일회용품, 화환 등을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을 사용한다”며 “요즘 비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가심비(價心比)’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는데, 좋은 품질에 의미까지 담긴 물품을 사용하면 분명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상조회사는 유명 모델이나 브랜드를 앞세우니까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요. 한마음F&C는 아무래도 업력이 짧다 보니 저희만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수밖에 없죠. 저희가 사회적기업으로 정식 인증을 받은 지 1년이 됐는데, 사회적경제 분야의 규모화를 이끌고 싶습니다.”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용자 확장, 소규모?취약계층 장례 서비스 시행 예정

문윤 대표는 "사회 흐름에 따라 장례 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소규모 장례 서비스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기업, 공공기관 등과 계약을 맺어 임직원 및 가족의 장례에 주력하고 있는 한마음F&C는 개인 이용자 수 증대를 과제로 정했다. 앞으로는 경조사를 간소하게 치르려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소규모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례식장을 임대 운영해 장애인도 물리적?심리적으로 어렵지 않게 조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가는 것이 목표다.

수익 일부를 독거노인, 무연고 사망자 등 취약계층의 장례를 위해 쓰며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기도 한다. 지난 5월부터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공영 장례 프로그램 ‘그리다’의 운영 업체로 발탁됐는데, 돈이 없거나 가족이 없어 생의 마지막을 쓸쓸하게 보내는 이들이 존엄성을 갖추고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공영 장례 서비스를 다른 지자체로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문 대표는 “장례문화를 당장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건 과한 욕심일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한마음F&C가 업계에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장례업 11년차의 30대 베테랑…‘죽음’ 무겁게 생각하는 인식 바꾸고파 

문 대표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장례식보다는 고인을 진정으로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제 30대 중반 나이의 문 대표가 장례업을 하는 게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다. 사실 그는 창업 전 7년간 상조회사에서 일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한마음F&C를 차려 이 분야에서만 10년 이상 종사한 중참이다. 군대에 다녀와 학교에 복학한 2007년부터 아버지가 동료들과 함께 차린 상조회사에서 근무했다. 당시 가족 구성원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일에 점점 관심을 느끼고, 이 분야에 비전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상조회사에서 일하면서 직접 겪은 업계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마음F&C를 시작했다. 퇴직한 아버지가 반대로 아들을 도와 회사의 일원으로 일하며 장례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다. 문 대표는 “장례라는 게 전통을 따라야 하는 점, 상조회사를 통해 변화된 점도 있지만 사회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조언을 듣고 상의도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례업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죽음 자체를 어렵고 어둡게 생각해 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장례식도 결혼식처럼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나의 죽음에 대해 조금은 덜 무겁게 여기고 장례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된다면, 어느 순간 우리 사회의 장례문화도 바뀌어 있지 않을까요?”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 이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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