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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과자, 착한 커피, 착한 소비. ‘착하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어학자 임지룡 교수는 <착하다의 의미 확장 양상과 의의> 논문에서 ‘착하다는 말이 사람에서 사물로 의미 확장이 일어났다’고 분석한다. 본래 착하다의 사전적 의미와 다른 해석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확장된 착함에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협동조합 ‘착한책가게 출판사(이하 착한책가게)’는 그 착함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우리가 출판한 책이 세상에 나와 사람들이 조금씩만 더 착하게 살아갈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이 착하다는 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책을 통해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문제점을 극복하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잘 살아보자는 의미죠. 도덕적 의미의 착함이라기보다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되면 좋겠죠.”

이성숙 이사를 비롯한 착한책가게의 조합원들은 다른 출판사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었다. 마음 맞는 동료 다섯 명이 함께 2016년 착한책가게를 설립하고 서울혁신파크 코워킹스페이스에 입주했다.
 

회의 중인 착한책가게 협동조합 조합원들

“조합원 개인적인 삶의 관심사가 사회적 경제 쪽에 있으니까 이 분야의 책을 우선 출판하기로 했죠. 더불어 협동의 중요성도 인식하면서요. 그렇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2016년에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했습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많으니까 협업하기 좋을 것 같았어요.”

착한책가게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책과 함께 대안적인 삶에 관련한 책, 교육 관련 책등 사회적경제 관련한 책을 주로 출판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관련 책이 많지 않아 관련 책을 많이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국내외 사례들과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거나 사회적 경제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 어떤 책이 필요한가, 자주 의논합니다. 우리 사회 동향 파악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 이사는 여타 출판사와 다른 점으로 단독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는 업무 방식을 꼽았다.

“사회적 경제 안에 있는 단체들, 기업들과 협업하고 협력해 출간하는 게 다른 출판사와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통상 출판 시장은 공동기획을 하더라도 책을 쓰는 사람(저자)과 책을 만드는 곳(출판사)으로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죠. 착한책가게는 출판 기획을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할만한 외부인들과 함께 합니다. 어떤 책을 낼 건지, 현시점에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요. 우리끼리 회의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에요. 사회적경제 분야에 필요한 책이니 이 분야 종사자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 건 당연하겠죠? 특히 사회적 경제 책은 출간 이후에도 각자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니 만드는 행위 자체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사는 비교적 업무 강도가 센 출판사의 업무환경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은 협력에 있다고 한다.

“지금은 총 5명의 조합원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책 한 권이 출간되면 ‘우리 정말 협동했어!’라며 웃곤 합니다. 출판 일 자체가 힘들긴 해도 함께 하는 게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기획부터 출판이 될 때까지 내 일, 네 일 나누지 않고 일하는데, 일과 삶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니까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이 어렵긴 한데 마음이 맞으면 재미있는 일이죠.”
 

착한책가게가 출판한 도서

착한책가게는 작년 협동과 연대의 힘을 말하는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를 출판했고, 서울혁신파크에서 책의 내용을 토대로 사회적경제 현장 전문가와 국내의 흐름과 이슈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는 협동조합’ 프로그램을 주관했다. 착한책가게 협동조합에서는 출판과 함께 북클럽과 북 콘서트 등 책을 갖고 사회적경제 이야기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북 콘서트와 포럼을 통해 책을 매개로 조금 더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거예요. 몇 명이든 서로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고민들과 그 해결책을 함께 얘기하는 거죠. 책이 책만으로 있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착한책가게는 <면허증 없는 그녀와, 신용카드 없는 그의 유럽 커뮤니티 탐방기> 책이 출간되는 대로 북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북클럽과 커뮤니티 등도 준비 중이다. 이 이사는 “일종의 ‘팬덤’을 만드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신간만 가지고 얘기 나누는 게 아니라 예전에 나온 책을 포함해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지속적인 모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면허증 없는 그녀와, 신용카드 없는 그의 유럽 커뮤니티 탐방기>의 홍보물

착한책가게는 도시재생 관련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책과 건강한 조직 문화와 협력의 문화를 말하는 조직문화 관련 에세이 형식의 책도 준비하고 있다.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착한 책을 협력을 통해 만들어가겠다’고 말하는 착한책가게. 이 이사에게 ‘협동’의 힘은 끈기다.

“협동은 끈기인 것 같아요. 협동은 좋은 단어지만 결코 쉽지 않죠. 의견 차이를 조율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벌어집니다. 왕도가 있나요. 그 과정을 끈기를 갖고 함께 헤쳐 나가는 것, 그게 협동인 것 같아요.”

이 이사가 꿈꾸는 착한책가게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조합원의 행복이다. 함께 일하는 조합원들이 만족하고 행복해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그리고 ‘사회적경제’하면, 이곳 착한책가게의 책이 생각날 수 있도록 하는 것.

“착한책가게의 미래는 우리가 내는 책이 많이 읽혀 함께 고민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 되고 그래서 사회도 변하는 모습에 일조하는 거죠. 추상적이지만 그런 목표로 착한 책을 만들겠습니다.”

글. 김소예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5기 청년기자
rlathdp1215@naver.com
 박재하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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