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를 받는데 우리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모른 채 질문하는데 황당했어요.”

며칠 전 한 행사장에서 만난 예비사회적기업 대표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는 최근 한 지자체에서 진행한 공공사업 심사에서 떨어졌다. 심사 결과를 떠나 그가 안타까워 한 것은 심사 과정이었다. “사회혁신이나 공공성을 외치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사회적’인 측면보다는 수익성만 따진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문제는 우리 사업을 제대로 설명하고 제 생각을 전달할 새가 없었다는 거예요." 그는 "심사위원들이 질문만 하고 정작 제 답변은 듣지도 않고 중간에 잘라버렸다”며 답답해했다.

이런 얘기를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회적경제계에 10여년 몸담으면서 주변에서 숱하게 들어온 말들이다. 심사 결과를 떠나 심사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들이다. 심사 받는 주체들이 뭔가 부탁하러 온 사람인양 취급받는 분위기도 그렇고, 충분히 기업을 이해하기에 짧은 심사 시간과 강압적인 심사 분위기에 눌려 정작 준비해간 말은 하지도 못한다는 얘기다. ‘심사위원’이라는 직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사위원 후보군이 넓지 않은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심사를 준비하는 이들도, 심사위원들도 어려움이 있다. 심사위원으로 자주 활동하는 모 컨설턴트는 너무 바쁜 나머지 기관에서 미리 보내 준 심사 자료도 읽어볼 새 없이 심사에 들어가야 할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기관이 제시한 심사시간에 맞추려면 모든 답변을 세세하게 들을 수 없다는 어려움도 얘기한다. 심사를 준비하는 이들이라고 할 말이 없지는 않다. 분야에 대한 이해와 심사 경험을 모두 지닌 전문가 폭이 넓지 않고, 그나마 섭외하려는 전문가들의 시간을 맞추는 일도 쉽지 않다. 심사해야할 기업은 많은데 턱없이 부족한 시간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사업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한 심사를 허술하게 하는 게 양해되지는 않는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정부, 지자체, 대기업들이 나서면서 몇 년 전부터 지원 사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지원할 기업을 선정하는 심사 자리가 많아지고, 심사위원도 더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하는 ‘심사’라는 행위가 어느새 형식화, 관성화 되지는 않았는지, ‘심사’가 혹여나 또 다른 갑-을 관계를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심사를 바라보는 관점, 그 출발점부터 잘못되지는 않은지 공공, 중간지원기관, 사회적경제 종사자 모두가 한번 생각해볼 때다.

심사 과정 자체가 ‘심사 받는 이와 심사위원 쌍방의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떨어졌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자리였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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