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나 Z세대가 기부하는 금액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가치소비 금액은 늘고 있어요. ‘경험’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경험 중 최고의 경험은 ‘내돈내산’인데요, 100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사도 자랑이지만, ‘60만원짜리 가방인데, 친환경이라 연예인이 들었어’라고도 자랑할 수 있거든요. 또 다른 가치를 그 안에 투영할 수 있다는 거죠.”

지난 2월 9일 SOVAC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SOVAC IR ROOM' 현장에는 젊은 세대의 지속가능한 소비를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소셜벤처들이 소개됐다. 이날 참가한 소셜벤처는 Z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그라인더’, 신진작가와 MZ세대 컬렉터를 이어주는 아트옥션 앱을 운영하는 ‘플리옥션’ 등이다. 투자자로는 △남우진 HGI 상무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진윤정 소프트뱅크벤처스 상무이사가 출연했다.

가치소비자 위한 온라인 편의점 ‘라이프라이크’

김수연 그라인더 대표./출처=SOVAC
김수연 그라인더 대표./출처=SOVAC

김수연 그라인더 대표는 지속가능성이 트렌드가 돼가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지속가능성 편의점’을 표방한 앱 ‘라이프라이크(Lifelike)’를 내놨다. 라이프라이크에서 소비자들은 친환경, 비건, 제로웨이스트 등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 식품, 간편식, 잡화, 화장품 등을 주로 판매한다.

김 대표는 “기성 커머스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전문성이나 이해가 부족하고, 아직은 이 시장에 소규모 생산자가 많기 때문에 시장 접근성이나 마케팅 면에 한계가 있다”며 “향후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가 지속가능성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제품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있고, 3~5년 안에는 오히려 저렴해지는 순간도 올 것이며, 그 때 ‘넥스트 쿠팡’이나 ‘넥스트 마켓컬리’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프라이크의 차별성으로 “상품 성분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구축돼있으며, 포장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활용해 배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과 브랜드 소개, 리뷰 모두 비디오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입점사는 25개, 월 이용자 수는 5000명이다.

신진 미술가-구매자 연결하는 경매 플랫폼 ‘플리옥션’

이연주 플리옥션 대표./출처=SOVAC
이연주 플리옥션 대표./출처=SOVAC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창업한 사례도 소개됐다. ‘플리옥션(Flea:Auction)’은 신진 작가의 예술 작품이나 공예품 등을 실시간 경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이연주 플리옥션 대표는 케이옥션에서 옥션 기획을 담당하고, 대림미술관과 아트선재센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 대표는 “구매자가 경매 회사를 통해 작품을 사면, 낙찰금의 약 18%를 수수료로 더해서 사야 하므로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 그래서 잘 팔리는 작가의 작품만 유통채널에서 유통되고, 신진 작가는 판로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기존 예술품 유통 채널의 불합리한 거래 구조를 언급했다. 그는 “지금 예술품 경매 시장은 상위 5%의 아티스트와 상위 5% 소비자만 연결되는 상황”이라며 “나머지 95%끼리 연결해  예술산업을 10조원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구하는 3가지 요소는 ‘쉽게’, ‘저렴하게’, ‘누구나’다. 1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낮은 추정가의 작품을 제공한다. 이 대표는 주요 소비자층에 대해 “전통적인 갤러리나 옥션사에서 겨냥하는 부유한 VIP 수집가가 아니다”라며 “미술품을 구매하지 않았던, 미술품을 몰랐던 고객들”이라고 설명했다. 마켓 입성이 필요한 신진작가와 젊은 수집가를 연결하겠다는 거다.

플리옥션은 구매자 수수료를 0%로 정해 진입장벽을 낮췄고, 소비자와 작가를 잇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구매 이전에 소통할 수 있게 했으며, 한 번 구매한 작품은 언제든 되팔 수 있게 해 ‘아트테크(아트+재테크)’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플리옥션이 그동안 낸 성과에 대해 “현재 국내외 신진 작가 250명이 참여하고 있고, 월 평균 100여점의 작품을 수급 중이며, 앱 출시 후 8개월 동안 가입자의 83%가 실제 입찰에 참여한 기록이 있다. 이중 두 점 이상 산 사람은 48%인데, 한 달에 130만원 수준의 금액을 지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리옥션은 낙찰가에서 20%의 수수료를 차감하고 나머지를 작가에게 지급한다. 2건의 시드투자를 완료했고, 프리 시리즈A 투자 유치를 기다리는 중이다.

임팩트 투자자가 말하는 IR 비법

SOVAC IR ROOM 투자자들의 멘토링 현장./출처=SOVAC
SOVAC IR ROOM 투자자들의 멘토링 현장./출처=SOVAC

시즌 2를 맞이한 IR ROOM은 시즌 1과는 차별화된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존에는 기업 IR(Investor Relations, 기업 설명) 후 투자자들이 사업 모델에 대한 조언만 해줬다면, 새로운 시즌에서 투자자들은 IR을 할 때 구체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을 덧붙였다.

남우진 상무는 라이프라이크에 소싱 과정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 그는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는 제품이라도, 정서적 만족감 외에 사용상의 이점이 분명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대나무 칫솔은 플라스틱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친환경적 가치도 있지만, 이를 닦으면서 미세 플라스틱을 먹을 위험을 없애준다는 명확한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현명 대표는 임팩트 워싱을 경계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느 정도까지의 사회적 가치를 설정하는 게 주요 소비자층을 확보하는데 최적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IR 자체에 대해 진윤정 상무이사는 김 대표에게 “내가 누군지, 나는 어떤 문제를 풀 수 있을지, 5~10년 후 시장의 크기는 얼마나 커질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라이프라이크가 만드는 비디오를 직접 시연하거나 성장 지표를 보여주는 등 시각적인 표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상무는 “투자자로서 제일 걱정되는 현상은 소비자들이 라이프라이크에서 찾은 제품을 다른 포털 사이트를 통해 최저가로 검색해 구매하는 일”이라며, 라이프라이크만의 UI(유저 인터페이스)가 가진 차별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준비하는 플리옥션에 대해 도 대표는 지금 당장은 못하더라도 앞으로 개발팀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 상무는 시장에 더 많은 일반 소비자가 유입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추천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