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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소비습관을 파악하고 그를 토대로 예?결산을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출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님에도 대부분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더라고요.”

지난 4일 서울시 동작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협동조합 ‘푸른살림’의 박미정 이사장을 만났다. 그녀는 경제 살림을 건강하게 하자는 뜻에서 생활경제교육?상담을 하는 협동조합을 2014년에 만들었다. 단체나 회사로 나가서 실시하는 교육은 그 숫자를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교육을 신청하고 있다. 상담자는 연평균 60여 명으로, 많을 때는 100명 이상이다.

금융컨설턴트 출신의 박 이사장은 현재의 만족도를 높이는 돈 관리 방식을 고민해왔다. 돈이 되는 금융상품에 무조건 가입하거나 저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입과 지출을 균형 있게 관리하도록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금융상품을 산다고 해서 내 상황이 나아지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잘못된 기대를 바로잡고 싶었어요. 금융상품에 대한 미련이나 기대 없이 나에게 주어진 돈 관리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돈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박 이사장은 가계부를 쓰기로 했다. “항목별로 가계부를 썼어요. 지인을 만날 때는 얼마 쓰고, 가족들한테는 어떻게 쓰고, 강아지한테는 돈이 얼마나 나가고.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가계부를 쓴지 8~9년 됐죠.” 가계부를 꾸준히 쓰자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가계부에 관심을 갖고 자기도 써보고 싶다는 반응이 자연스레 나왔다. 이를 계기로 협동조합 창업까지 이어졌다.

푸른살림은 가계부를 바탕으로 한 경제 교육을 주로 한다. 신청하면 한 단계 더 깊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총 7명의 상담사가 상담을 진행하는데, 사회초년생에서 신혼부부, 정년 퇴직자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별로 골고루 상담을 받고 있다.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로는 저희가 코칭해준 것보다 가계부를 훨씬 잘 썼던 신혼부부에요. 연간 결산도 저희에게 잘 보내주고, 상담받은 뒤로 돈에 대해 꾸준히 의논했다고 하더라고요. 대화하면서 오해의 소지도 줄이고, 내 집 마련에 초점을 맞춰 돈 관리를 잘해서 기특했어요.”
 

박미정 이사장이 직접 작성한 '적정소비노트'

박 이사장은 교육을 통해 돈 관리의 중요성만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은 뒤에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장부를 개발해서 보급하기로 했다. 푸른살림에 상담을 신청하면 자신의 소비습성을 파악할 수 있는 틀을 준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 보는 표에요. 써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반응이 지출 내역을 숨기려 하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거부하는 모습들을 보여요. 수입과 지출이 맞는지 보게 하는데 대부분 안 맞아요. 감정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혼자 쓰게 하면 잘 못 하니까 저희가 나눠주죠.”

이렇게 가계부를 써본 뒤에는 생활경제모임인 M밸런스클럽에 참여할 수 있다. 가계부 모임을 통해 경제교육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가계부를 꾸준히 쓸 수 있다. “바람직한 경제관념이나 가치관을 백날 얘기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어요.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도 좋은데, 배운 것과 자신의 실제 상황을 대비해보지 않으면 교육이 아무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모임을 하면서 직접 가계부를 쓰고 결산을 해보는 거죠.” 모임에 와서는 자신의 소비 내역을 공유한다. “본인은 책 읽는 삶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결산에서는 식비 지출이 많다면 자신의 삶이 왜 불만족스러운지를 알게 돼요. 원하는 삶과 실제가 다르다는 건데,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실제를 좀 더 인정해줘야 할지 등을 토론해요.”
 

생활경제모임인 M밸런스클럽 모임을 하는 모습

박 이사장은 예전부터 국민연금공단과 제휴를 원했다. 노후 설계를 직접 하는데 여러 실무문제를 느껴서다. 공단을 통하면 누구나 노후 설계를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주어진 조건에서 예?결산 개념을 몸에 익히고 살면, 돈이 많아야만 행복할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지 않을까요? 우리는 버는 내에서 행복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중시하는 습관적인 예?결산 관리가 기업의 이윤 창출 수단이 아닌 공공성을 갖고 전파될 수 있도록 틀을 잡고 싶어요.”

아울러 그녀는 큰 규모의 살림에도 개입해 사람들에게 조언해주는 것을 꿈꾼다. “개인 살림, 가정의 살림, 지역의 살림, 나아가 나라의 살림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기회가 되면 큰 규모의 살림에도 개입해 삶의 질을 높이는 예산을 짜봐야죠.”

<푸른살림 박미정 이사장의 돈 관리 조언>

▷자신의 소비 습성을 파악하라.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파악하자. 어디에 돈이 나가면 아까운지 알아야한다.
▷파악했으면 예산을 설립하라.
▷결산을 해봐라. 예산에 맞게 돈을 썼는지 비교해본다.
▷무조건 저축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버는 돈이 적은데 미래를 위해 다 저축할 필요 없다. 현재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괜한 미래 불안으로 현재의 나를 제한하는 것을 이겨내야 한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문제는 나를 짓누르는 불안 때문이다.

글. 유예림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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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하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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