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상황이 계속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몫이된다. 청년들도 기후위기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는 “기후변화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부터,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까지 든다”고 했다. 이는 통계로도 알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전 세계 18세~25세 사이의 청년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가 직면한 23가지 사안 중 기후변화(41%)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상황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위해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UN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했다. <이로운넷>은 한국에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있는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를 소개한다.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을 내 놓을 때 기후위기와 관련된 공약을 거의 내놓지 않았어요. 쉽게 말하면 기후 위기를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대통령 후보자 중 누가 잘할지 못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거죠.”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후보자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우리가 물어본다는 생각으로 질의서를 보냈다”며 제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별 인터뷰를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5~6년 정도 후에는 지구온도는 산업화 대비 1.5도가 올라가게 된다. 바꿔 말하면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까 차기 대통령이 임기를 채울 동안 온실가스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윤 활동가는 “대통령이 정책을 만들 때 정치인들인이나, 소수의 엘리트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반영한다. 정작 해당 정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배제되는 구조가 깨졌으면 좋겠다"며 "기후 위기 정책에 좋은 말만 있는게 아니라, 실제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만드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와의 일문일답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출처=청소년기후행동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출처=청소년기후행동

Q. 최근 진행하는 ‘모두의 기후 정치 캠페인’은 무엇인가?

‘모두의 기후 정치 캠페인’은 지난해 6월 18일 시작한 캠페인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후보자가 없는 대선 캠프를 꾸리고, ‘기후정책 크루’라고 하는 시민을 모집해서 활동한다. 기존 대선 캠프에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일을 하지만, 모두의 기후 정치 캠프는 '기후위기'라는 의제를 이번 대선에 끌어 올리기 위해 활동하는 캠프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도, 우리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후위기’라는 의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 대선을 기후대선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캠프를 꾸린 것이고,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기후대선을 원하는 시민들 중 크루 활동을 원하는 사람은 같이 활동하고 있다. 

캠페인의 대표적인 활동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오준호, 김재연, 김동연 등 7명의 대통령 후보들과 기후위기와 관련된 (서면)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약 1500명의 기후정책 크루들의 의견을 더해 질의서를 보냈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또 (정말 작지만)후보별로 내 놓은 기후위기 공약이나 행보 등을 정리해 아카이빙 해 놓고 있다. 답변과 후보별 기후위기 공약은 청소년기후행동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Q. 정부에서는 시행하는 환경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후위기 이슈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여러 정책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보면 실효성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예를 들면 해외 석탄 발전소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지금까지 하기로 한건 다 하고 앞으로 안하겠다고 했다. 결국 석탄 발전소가 줄어들거나 하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정부가 만든 탄소중립위원회에는 대기업 회장, 기업 관련 인사, 관련 전문가 등은 들어갔지만 정작 기후위기 정책을 통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 즉 노동자, 농민 등 당사자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실제로 해야 하는 이야기들을 반영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후위기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정책이 생기고, 말은 많이 했지만, 실상 바뀐건 전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난해 진행한 기후파업 활동 모습/출처=청소년기후행동
지난해 진행한 기후파업 활동 모습/출처=청소년기후행동

Q. 그레타 툰베리 주축의 기후행동에 나선 세계 청소년들의 연대모임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이하 FFF)’ 한국 지부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전까지는 소모임으로 활동하다가 FFF와 연대하기 시작하면서 결석 시위를 통한 캠페인 활동을 시작으로 한국 지부로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결석 시위’를 ‘기후 파업’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는데, 기후 파업을 할 때 전 세계 활동가들과 같은 날을 정해 활동하기도 한다. 각 나라별로 명절, 국경일 등 다르기 때문에 FFF 내에서 기후 파업 할 날짜를 투표해 가장 적당한 날을 뽑아 각 나라 상황에 맞춰 공동 행동을 벌인다. 공동의 날짜는 있지만 각 나라 상황에 맞춰서 활동한다.

Q. 기후위기 문제에 청년들이 더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위기 문제는 특별히 청년이나 청소년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기보다 모든 사람들이 전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내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것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기후위기 문제가 내 삶과 많이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후위기를 막지 못한다면 내 삶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실천은 한계가 있다. 나는 과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적 실천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는데, 내가 플라스틱을 안 쓰고 걸어다닌다고 해도 기후 위기는 해결되기 어려웠다. 현재의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건 시스템의 문제이기에 현재의 정치나 정책에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치적인 변화였고, 그래서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진행한 노들섬 시위 모습./출처=청소년기후행동
지난해 10월 진행한 노들섬 시위 모습./출처=청소년기후행동

Q. 기후위기에 직면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번 대통령 선거를 생각하면 겁이 나기도 한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후보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진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만한 공약은 나오지 않고 네거티브만 나오고 있다.

지금 대선판은 기존 기득권들의 손바닥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후보들은 사람들과 악수하거나 시장에 가서 음식을 먹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시민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런걸 보면 요즘 가망이 없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정말 많이 남지 않았다. 차기 대통령은 기후위기에 대응 해야하는 위치에 처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시민들이 같이 힘을 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같이 결집했으면 좋겠다.여기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시위나 사회운동을 하자는 거창한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어떤 의제가 연결됐는지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공약을 살펴보는 일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큰 만큼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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