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짝 놀랐어요. 생각보다 너무 잘 그려서요.” 친환경 약초를 재배해 판매하는 이풀약초협동조합은 올 5월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프로젝트로 연결된 예술가와 함께 진행한 ‘아트워크샵’에서 직업훈련에 참여중인 발달장애인 직원들과 약초 그림을 그리다가 깜짝 놀랐다.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그린 그림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실력을 자랑했다. 그 그림은 이후 이풀약초협동조합의 굿즈 상품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이플약초협동조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해는 약초 일러스트로 제품패키지 및 소개카드를 제작할 수 있었다.
 

# 금천구에 위치한 한신세탁소는 25년이 넘은 점포다. 지하상가의 허름한 간판에 세월의 흐름이 한눈에 보일 정도다. 허름한 외관 때문에 젊은 손님을 잡기가 어려웠다. 최근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에 참여한 예술가의 도움으로 눈에 확 띄는 산뜻한 간판을 달게 되었다. 한신세탁소 측은 간판이 바뀐 후 주변이 환해져 가게 분위기도 밝아지고 젊은 손님도 늘었다고 말했다.

 

 

120여개 점포 예술가 디자인 작업 통해 아트마케팅 효과

모두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이 바꾼 변화들이다.

지난 3년 간 134개 점포들이 간판, 입간판, 외관디자인, 메뉴판, 조명 밝기 등의 디자인 개선작업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빵빵싸롱'은 골목 안쪽에 있다는 점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선을 끌수 있는 외관 개선에 힘썼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유기농빵을 판매하는 작은 점포 ‘빵빵싸롱’ 이현주 대표는 “가게가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게 늘 고민이었다”며 “전담예술가 사업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유기농빵 사용을 강조해 외관 개선부터 내부 인테리어 변화까지 이뤄내 약 67%의 절감효과를 보았다”고 평가했다.

소셜벤처 ‘리얼씨리얼’은 연남동 작은 점포에서 건강씨리얼을 제조한다. 지난해 전담예술가를 통해 외관을 바꾼 후 점포 외관이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소개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리얼씨리얼측은 대표와 꼭 닮은 모습의 캐리커처가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끌고 노란 바탕색과 격자무늬가 가게의 외관에 개성을 불어넣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 프로젝트에 점포주가 낸 비용은 페인트 가격 단돈 10만원이었다.
 

'리얼씨리얼' 아트마케팅 사례는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80여명 예술가들 일 경험 쌓는 기회

작은 점포를 위한 아트마케팅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청년 예술가들이다. 서울시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예술가들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뉴딜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시작됐다.

소상공인과 예술가들을 연결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은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가 담당하고 있다. 에이컴퍼니는 아트 큐레이팅 및 컨설팅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신진 작가와 신진 콜렉터를 연결하는 '브리즈 아트페어' 등 미술작가들의 경제적 제도적 창작환경 마련과 청년 예술가의 진로 모색, 신진예술가의 일 경험과 사회 참여를 돕는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업을 기획한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는 “소상공인들은 같은 제품을 팔아도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데, 매장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마저 점점 높아지고, 추가 투자는 부담스럽다”며 “미대를 졸업하고도 작품 활동만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어려운 젊은 예술가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 동네의 작은 가게를 위해 재능과 아이디어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96명의 예술가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 경험의 기회를 얻었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이 사업에는 지금까지 96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면서 일 경험 기회를 얻었다. 특히 지난해 참여한 청년 예술가들의 71%가 자기 삶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최현주 청년 예술가는 “수입이 일정치 않고 사회경험이 부족한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작업과 일을 경험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며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한 공간에서 같이 작업하고 소통할 기회가 생겨 재미도 있었다”도 말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서울시 뉴딜일자리 우수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송아영 디렉터는 "예술가들은 이 사업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상업적 공간에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얻게 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83일까지 하반기 참여 점포 30개 모집

에이컴퍼니는 하반기에도 ‘우리가게 전담예술가’에 참여할 소상공인 점포 30개를 다음달 3일까지 모집한다. 근로자 5인 미만의 소상공인 점포로 소비자자 방문해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매장형 점포면 참여가능하다. 선정된 점포에게는 청년예술가와 1:1 매칭을 통해 12월까지 공간개선, 디스플레이 디자인, 상품개발, 제품 및 인쇄물 디자인, 브랜딩 및 마케팅, 작품 설치 및 전시 등 점포 개선을 위한 아트마케팅을 작업을 지원한다. 단, 완성된 예술작품 및 디자인을 실제 적용하는 재료비나 제작비는 점포주가 부담해야 한다.
 

점포 개선 비용 절감 효과, 예술가와의 협업 기회도 제공되는 이 사업은 하반기에도 점포 모집에 나섰다.

송 디렉터는 “소상공인들은 최소한의 실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고, 다른 지원사업과의 중복 지원도 가능해 기대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지난해 참여한 점포의 89%가 결과물에 대해 만족도를 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송 디렉터는 “점포 개선 비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예술가와의 협력, 네트워크 기회가 마련되는 이번 지원에 많은 소상공인들이 참여해 점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에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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