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착한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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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협동조합의 역사는 대부분 어느 조직이 언제 생겼고, 그것이 어떻게 부문이 되고 제도가 되었는가 하는 그런 밋밋한 화법의 글이었다. 사건이 아니었고 우리가 사건을 조사할 때 그러하듯 탐구하며 주변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뉴스보도처럼 남의 일일 뿐 나와 관계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12p

협동조합은 300여 년의 시간을 견디며 역사를 만들어 왔다. 덕분에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협동조합의 정의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모델의 협동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은 곧 노동과 노동자의 역사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협동조합은 숫자와 성과의 모습을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협동조합의 역사는 협동조합을 주관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를 준다. 

저자는 우리가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또는 한 번쯤은 들어봤던 협동조합의 태동을 소개한다. 동시에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든다. 초기의 협동조합 설립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무슨 생각과 뜻으로 단체를 조직했을까? 왜 로치데일 공정개척자회는 노동자협동조합이 아니라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시작했을까? 사회주의자들이 정치적인 뜻을 가지고 모인 협동조합이 보여준 성공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협동조합의 도구화는 어디까지고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협동조합의 역사는 노예의 삶이 아니라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 자유를 추구한 사람들의 역사이며, 그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공동으로 결사한 사람들이 이룬 운명공동체의 역사이며, 필요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고양되고자 열망한 해방의 역사다”-p15

누군가가 꿈꾼 이상에서 시작해 현실로 펼쳐지는 사례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협동조합을 꿈꿀 수 있는 동력을 준다. 미성년 노동자들의 집회에 10톤의 빵을 보낸 보뤠트 협동조합, 100여 년간 이어진 노동자가족공동체인 파밀리스테르의 기틀을 만든 장-밥티스트 고댕 등 협동조합의 역사는 혁신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우리 시대의 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될 것이다. 

처음 만나는 협동조합의 역사 = 김신양 지음/ 착한책가게 펴냄/ 284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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