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지, 김연상, 정승은, 선승애씨가 제공한 사진들./출처=발전대안 피다

“캄보디아 대학생들은 예로부터 농업은 가장 중요한 생계 활동이고 삶의 일부라고 했습니다. (중략)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국 농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메콩강은 캄보디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강입니다.”-2015, 캄보디아, 이승지

"어부의 삶. 어부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다른 주민들은 그 물고기를 구매해 함께 살아갑니다. 강은 지역 생태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소중한 자원입니다."-2018, 미얀마, 김연상

"뾰로통 토라진 손주녀석을 달래나 보려나. 할머니는 어서 들어와 밥 먹으라고 한마디 말을 건넸습니다."-2010, 라오스, 선승애

“엄마, 개발 격차가 뭐야?”
“준호는 개발이 뭐라고 생각해?”
“아, 잘 모르겠지만, 음! 지금보다 나아지는 거?”
(중략)
“준호야, 강은 개발할 수 있는 거야?”
“그럼!”
“어떻게?”
“강은 계속 흐르게 하는 게 개발하는 거야. 그리고 강물이 더 푸르게 보이는거!”
저는 다시 한 번 생각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강은 흘러야 하고 강을 위한 더 나은 선택 역시 잘 흐르도록 하는 것에서 해야하는 것이 맞지. 저는 왜 그토록 단순하면서도 진리 같은 이야기를 미처 꺼내지 못했던 걸까요?-2021, 대한민국, 정승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는 활동들이 정말로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올까. 메콩강 유역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담긴 2392점의 사진은 개발은 결코 거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각기 다른 언어와 피부색을 지닌 6개국 107명의 시민참여자들이 모여 만든 사진전 ‘삶이 흐르는 강 MEKONG’이 2월 6일까지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진행된다. 사진전을 통해 우리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개발과 발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진전은 발전대안 피다(이하 피다)가 주최하고 임종진 달팽이사진골방 대표가 기획했다. 바보의나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KT&G 상상마당도 힘을 보탰다.

다양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인 메콩강의 시간을 다룬 사진들
다양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인 메콩강의 시간을 다룬 사진들

모든 문제는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

“한국도 개발로 문제를 겪는 일이 많아요. 지리산 지역에 댐 설립으로 갈등이 있는 것처럼요. 라오스의 문제는 라오스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전시를 통해서 이들의 이야기가 먼 나라의 일이 아닌 같은 문제를 함께 겪고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전시는 ▲풍경에 들다 ▲강에 스미다 ▲생을 살다 ▲내일을 품다 ▲안에 서다 ▲상처를 입다 ▲삶과 닿다 ▲그저 바라보다 8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챕터는 메콩강을 다양한 시간과 시각으로 바라본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전한다. 또 진주의 진양호와 영천강, 속초의 영랑호 사진을 통해 관람객들이 강을 매개로 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돕는다.

여섯 번째 챕터인 상처를 입다에서는 개발로 삶이 뒤바뀐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태국 문강에 지어진 팍문(Pak Mun) 댐 지역과 2018년 7월 23일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고 지역의 사진으로 온전한 개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라오스 남부 아타프(Attapeu) 주를 흐르는 메콩강 지류에 건설됐다. 이 댐은 한국 정부 최초의 대형 민관협력사업(PPP)의 일환으로 한국 기업이 건설 사업에 참여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에 합류해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고를 다룬 오학준 씨는 사진소개에서 “보조댐의 붕괴로 늦은 시간 발생한 홍수에 강 하류에 있던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가족과 집을 잃어버렸다”며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원조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해 따져 묻는 시간이 한 번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

빈틈, 채우기만 하면 놓치는 것 너무 많아

“개발과 발전은 차이가 있어요. 개발은 빈틈을 채워요. 하지만 거기가 왜 비어 있는지, 왜 비어 있을 수 밖에 없었는지는 살피지 않아요. 그저 채우기만 할 뿐입니다. 개발은 정치·사회·경제·문화를 총제적으로 다뤄야 해요. 그것을 진행하는 과정이 바로 발전입니다.”-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

국제개발협력은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됐다. 2006년 국제개발협력 개선 종합대책 보고서 발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가입, 2010년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제정 등을 겪으며 성장했다. 발전대안 피다 역시 국제개발협력의 성장과 함께 했다. 2006년 '시민의 눈으로 ODA를 감시하자'는 슬로건으로 발전대안 피다의 전신인 ODA Watch가 설립됐다. 한 대표는 “ODA Watch는 감시하는 것이 주요한 역할로 사업과 정책의 수립과 이후 효과적인 수행 상황과 개선점 등을 살폈다”며 “당시 청년들이 ODA에 참여하며 관심을 보일 때였고 이에 대해 교육하거나 정보를 주는 곳이 없어서 국제개발을 공부하고 비판·성찰적으로 바라보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많이 모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UN이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발표하는 등 세계적인 추세로 성장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ODA를 개발로만 보고 욕심과 이익을 채우기 위해 사용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느낀 ODA Watch는 발전대안 피다라는 새 이름으로 2016년부터 좀 더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개발에서 발전으로, 사람이 꽃피는 발전’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했다. 

피다는 시민과 시민사회가 대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토론이나 전시 등 활동 범위를 넓혔다. 한 대표는 “개발은 시키는 것이 아니고 개발도상국이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들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나 기술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국제개발협력의 역할”이라며 개발이 지향해야하는 방향성을 설명했다. 

주민들이 기아, 전쟁, 가난, 질병에 시달리는 빈곤포르노 영상을 보고 난 소감들./출처=발전대안 피다, 시민현장감시단: 시민, 르완다 개발현장에 가다! 자료집
주민들이 기아, 전쟁, 가난, 질병에 시달리는 빈곤포르노 영상을 보고 난 소감들./출처=발전대안 피다, 시민현장감시단: 시민, 르완다 개발현장에 가다! 자료집

ODA 사업 이후, 주민들은 잘 살고 있을까?

“국제개발협력 예산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2022년 예산은 4조를 넘어요. ODA는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통상·안보정책과는 달라요. 빈곤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합니다. 국제개발의 이름으로 경제상업적 이익을 노골적으로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해요.”

피다의 대표적인 활동은 2009년부터 진행한 시민현장감시단이다. 라오스, 방글라데시, 네팔, 캄보디아, 르완다 등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현장을 시민들과 함께 방문했다. 2016년 시민들과 함께 르완다에 방문해 사업 종료 후 2년이 지난 양계, 양잠, 양어 사업장을 살폈다. 사후 평가서는 정책 및 계획의 적절성을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을 살피자 양계 시설은 통풍이 되지 않아 폐사율이 높았고, 양어 사업도 사료를 수급할 수 있는 경로가 없어 가축의 분뇨로 물고기를 기르고 있었다. 외에도 전기설치 미비, 사용이 어려운 장비 제공 등 사업진행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또한 현지 주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기부플러스알파운동’도 진행한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빈곤포르노로 기아, 질병, 가난 등의 이미지가 덧씌워지기 쉽다. 이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영상을 시청하고 아동결연 방식에 대한 의견을 주민들에게 직접 듣고 보완 사항을 살폈다. 그는 “귀국 후 국회의 축산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업의 추가 지원과 사후보완을 이끌어 냈다”며 “프로젝트의 초반 기획부터 관리까지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던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외에도 피다는 정책 제안, 사업 감시 및 투명성 제고 등 시민들이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미르재단의 개입이 드러나며 논란이 된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미얀마 K타운(컨벤션센터) 건설 등의 ODA 사업에 성명발표를 진행하고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담당기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ODA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국제원조투명성기구(IATI) 가입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2015년 한국의 가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한국은 IATI 가입으로 세계 공통기준에 따라 코이카 홈페이지에 원조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1, 2월에는 피다의 시각이 담긴 대선 공약을 후보들에게 제시할 계획입니다. 이후에는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이하 코피드) 등 시민사회와 함께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또 청년을 비롯한 ODA 활동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플랫폼도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잘 정리해서 피다를 지지하고 또 함께 해줄 회원을 확대해 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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