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BOOK촌] 역사서술은 어떻게 변해왔을까...그 '역사'의 '역사'를 가이드받다
[이로운 BOOK촌] 역사서술은 어떻게 변해왔을까...그 '역사'의 '역사'를 가이드받다
  • 모성훈 기획실장
  • 승인 2018.07.26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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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식의 풀어쓰기 힘 "이야기이자 문학인 역사…즐거운 공감과 소통을"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가 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교보문고 7월 2주간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는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고, 하태완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가 그 뒤를 이었다- 뉴스1 2018. 7. 20

 

“역사가 무엇인지 또 하나의 대답을 제시해 보려는 의도는 없다.”

유시민은 책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못 거창해질 수도 맥락과 가닥을 잃고 헤맬 수도 있는 소재 앞에 작가는 명징하게 논의의 제한을 두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장르에 빗대 이 책이 사학이 아닌 ‘문학’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히스토리오그라피’(사학사, 史學史)에 분류될 성격이지만, 기술 방식은 ‘르포르타주’ 형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름난 왕궁과 유적과 절경 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잠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인증사진을 찍는 패키지여행과 비슷하다.”

작가는 아예 ‘역사의 역사’의 활용법으로 진지하고 깊이 있는 독서나 학습을 준비하기 위한 몸 풀기 가이드로 사용하면 좋다는 겸손한 자평을 덧붙였다.

다만, 그는 프롤로그에서 “높은 수준의 지적 긴장을 요구하는 주제를 되도록 피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나를 부추겨 이 책을 쓰게 만든...(하략)” 이라며, 자신이 이 책을 쉽고 가볍게만 다루지는 못했음도 밝힌다.

역사, 인간 인식의 불완전함을 논하다

책의 골격을 보니 ‘패키지여행의 가이드’라는 작가의 권유는 지나친 겸손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오히려 외관상 역사 읽기에 필요한 교과서를 제시할 수준이다. 시쳇말로 유시민’s Pick 정도?

책에는 16인의 역사가가 쓴 역사서 18권이 소개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시작으로 사마천, 이븐할둔, 랑케, 마르크스, 후쿠야마,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 E.H 카, 슈펭클러, 토인비, 헌팅턴, 다이아몬드, 하라리 등 2500년 전의 역사가가 저술한 책부터 얼마 전 우리나라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당대의 문제적 역사학자의 주장까지 망라한다.

이 역사가와 역사서를 시간상으로 배열하되 총 9개장으로 재구성했다. 각 장마다 1~3인의 역사가와 그의 저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전적으로 일관되지는 않지만, 당대 역사가의 입장에 ‘감정 이입’- 작가는 독자들에게도 흥미진진한 독서법으로 이 방법을 권한다-해 그들이 당대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며 저술했는지 보여준다. 더불어 특정 역사인식을 매개로 해당 장과 다른 장을 연결했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독자들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렇게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책의 개별 장은 독립돼 있다. 관심사에 따라 손에 잡히는 아무장이나 읽어나가도 무방하다는 의미고,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건너뛰어도 괜찮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대표적인 역사가들과 역사서를 소재로 채택했다는 점도 읽는 이들의 부담을 덜게 한다.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인식의 허점이나 부족한 점을 조망하고 채워나가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저자의 고민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작가의 시선을 쫓아가다보면 무엇보다 각 역사를 해석한 작가의 감각에 경탄하게 된다. 제3장 ‘이븐할둔, 최초의 인류사를 쓰다’에서는 단순히 이슬람의 시각에서 당대 역사를 푼 이븐할둔의 가치를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역사 서술의 새 지평을 연 노작으로 이븐할둔을 다룬다.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에서는 시대를 뒤흔들었던 20세기의 사조, 즉 변증법적 유물론을 후쿠야마의 역사종말론까지 연결하고, 급기야 유발 하라리(9장)를 통해 그 질문이 여전히 유효함을 얘기한다. 제8장 ‘문명의 역사, 슈펭클러 토인비 헌팅턴’에서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그 유명한 테제가 어떻게 박정희 시절을 관통하고 이용되었는지 설명한다. 이 장을 읽고 난 후에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낄 수 있었다.

역사가 던지는 질문 너 자신을 알라"에 충실했다는 유시민 따라가기

서사문학으로 접근했어도 역사서는 역사서이니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현재 도서 시장을 휩쓸고 있는 베스트셀러인 이유는 작가 ‘유시민’ 그 자체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또 책을 덮으면서 인간 유시민이 자연히 덧씌워 진 이유다.

유시민은 학생운동, 국회의원, 보건복지부장관, 국민참여당, 통합진보당의 창당 등을 역임 또는 주도했다. 그의 삶을 압축적으로 표현하자면, 공리적인 삶의 추구였다. 시대를 넘어서 다음 시대로 대중을 이끌려 했던 당대의 지도자를 자임해 왔던 이다. 그랬던 그가 ‘정치은퇴’를 선언하고 자신을 실패한 정치인이라 서슴없이 자조하고 ‘먹고 살기 위해’ 작가의 길을 가겠노라고 말했다. 그 후 그의 삶은 세간에서 칭하기를 ‘무한 변신’ ‘종횡무진’ 이었다. 방송의 지명도 있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강연 프로그램 강사로서 대중에게 놀라운 설득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격조있는 지식인의 품위를 뽐냈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로 불리며 그는 대중적이고도, 새로운 명성을 쌓고 있다.

한때 대중적 지지와 명성을 갈구해왔던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던 그는 이런 대중적 지지와 열광에 애써 손사래 치며, 자신을 여전히 ‘작가’라는 정체성으로 한정해 봐주기를 당부한다. 어쩌면 그는 아직 그 정치적 실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아직 정치인으로서 대중에게 자신에 대한 고백을 다하지 못한 것처럼도 보인다. 알려진 것 이상으로, 그에게 지난 정치인으로 살았던 삶은 책임지고 감당해야할 상처와 질곡이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책을 집필하면서 배우고 느낀,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길 원하는 유시민의 생각으로 넘겨짚을 뿐이다.

역사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알면, 시간이 지배하는 망각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 온갖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고 격려했다.” (320P)

역사의 역사 = 유시민 지음 돌베개펴냄 340/16,000

글. 모성훈 이로운넷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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