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제2회 콜로키움 ‘일과 미래, 노동자협동조합’이 개최됐다.

‘프리랜서(Freelance)’의 어원은 중세시대 특정 봉건 영주에 속하지 않고, 좋은 조건의 계약에 따라 자유롭게(Free) 싸움을 벌이는 창병(槍兵, Lance)에서 비롯됐다. 특정 소속 없이 일자리를 이곳저곳으로 옮기며 영리 행위를 하는 개인 사업자를 일컫는 말인데, 주로 고학력자와 고수익 업종, 고부가가치 업종에 한정해서 쓰였다.

최근 들어 프리랜서의 의미는 저임금, 불안정, 열악한 조건에 일하는 노동자로 확대됐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 고용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 대신 프로젝트에 따른 비용만 지급하면 되는 프리랜서의 고용을 늘리면서다. 그러나 청년, 여성, 노인 등 특정 사회집단에 속하는 이들이 불안정 고용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서울 을지로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2018 협동조합 기념 국제 컨퍼런스 겸 제2회 콜로키움 ‘일과 미래,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현재 프리랜서들이 처한 여러 문제점과 이를 협동조합으로 극복한 벨기에의 사례가 공유됐다.

 

벨기에 SMart, 다양한 업종 아우르며 조합원 1만7000명 활동하는 플랫폼

벨기에 프리랜서협동조합 ‘스마트(SMart)’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세비스티안 폴 혁신 담당이 한국을 찾았다.

해외에서는 협동조합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증가하는 프리랜서들의 고용의 질과 안정성 높이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벨기에의 ‘스마트(SMart)’가 대표적이다. 세비스티안 폴 SMart 혁신 담당이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해 단체의 현황 및 활동 내용을 소개했다.

SMart는 1998년 문화예술인을 위한 회사로 벨기에에서 시작해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 9개국으로 확산된 프리랜서협동조합이다. 현재는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IT, 교육 등 다양한 업종과 직종을 아우르는 대규모 플랫폼으로 성장해 벨기에에서만 1만 70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활동한다.

조합원들이 창작, 연구, 교육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대신 SMart에서는 △행정, 회계, 재무, 법무 등 계약 및 사업관리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 장비, 네트워크 등 인프라 제공 △지불보증기금, 사회보험 혜택 △비즈니스 관련 각종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프리랜서가 자신의 사업체를 별도로 설립?운영하지 않고도 협동조합을 통해 필요한 혜택을 받게 하는 방식이다.

세바스티안 폴은 “우리가 내는 수익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조합원을 위해 100% 재투자된다”고 강조했다.

SMart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하고, 1년이 지나면 출자금 30유로를 내게 된다. SMart가 조합원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면 총 매출의 6.5%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 중 2%가 ‘보증기금’으로 적립되며 조합원들의 미지급금, 보상금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사용한다.

세바스티안 폴은 “SMart 운영을 위한 연간 예산은 2300만 유로인데, 대략 300만 유로가 이익으로 남는다”며 “우리가 내는 수익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조합원을 위해 100% 재투자된다”고 말했다. SMart의 성공 비결로는 “프리랜서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벨기에 내 경쟁업체가 없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최근 SMart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프리랜서들의 공동 공간인 ‘크리에이티브 허브’를 조성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작업실, 사무실, 회의실 등 공간을 임대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할 예정이다. 세바스티안 폴은 “앞으로는 개인 프리랜서뿐만 아니라 법인, 회사 단위까지 조합원으로 포괄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고학력자?고수익 업종→저임금?불안정 노동자로…월 평균 수입 152만원 불과

낮은 보수, 높은 근로강도, 불리한 계약, 사회 안전망 결여 등에 시달리는 프리랜서의 사례를 다뤘다.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프리랜서 거래 및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내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1000명의 월 평균 수입은 152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도 서울시 생활임금(176만원)과 월평균 최저임금(157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월 평균 수입이 5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4.1%, 400만원 이상은 5.8%로 수입 양극화도 심화했다.

프리랜서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낮은 보수, 높은 근로강도, 불리한 계약, 사회 안전망 결여 등이 꼽힌다. 때로는 자영업자, 때로는 노동자처럼 인식돼 법?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기존 프리랜서에 대한 정의와 분류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리케이션 기반 대리운전 기사, 배달 종사자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가 등장하면서 프리랜서를 하나의 전형으로 묶을 수 없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조직 형태가 ‘협동조합’이다. 프리랜서협동조합은 △프로젝트 공동 수주 및 이행 집중을 통해 규모의 경제 추구 △계약서 작성, 이행, 납품, 대금결제 등 행정 처리 대행 △시장 정보 수집 및 프로젝트 제안서 작성 지원 △대금 결제 지연에 대한 우려 축소 △잉여금 활용한 공동 작업 공간 마련 및 공동 프로젝트 투자 등 면에서 장점이 있다.

신재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장지원실 팀장은 “국내에서는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프리랜서가 많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한 규모이거나 지속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이탈리아의 노동자기업 인수 사례도 공유돼 엔조 페치니 정치학 박사가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사경센터 측은 “불안정 고용, 소득격차 심화 등 사회 변화 속에 좋은 일자리 모델과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외 우수 사례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이탈리아의 노동자기업 인수 사례도 함께 공유됐다. 엔조 페치니 정치학 박사 겸 협동조합 전문가가 참석해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위기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 중심의 기업을 운영한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이우기 작가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온라인으로 발행하는 세모편지와 함께 서울지역의 사회적경제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세모편지의 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