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꽃이 피었습니다 표지./출처=Storehouse(스토어하우스)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 표지./출처=Storehouse(스토어하우스)

지난해 10월 18일, 행정안전부는 시·군·구 89곳을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지수를 만들고 지역을 지정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빠른 속도의 성장을 거듭해오며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지만, 비수도권 로컬지역들은 쇠락하고 있다. 각 로컬 고유의 문화·역사적 유산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현실에 맞는 ‘맞춤형’ 정책 대안을 ‘지역 주도의 상향식’으로 수립해 시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 혁신도시를 조성해 인구를 분산시키려던 정책처럼 중앙정부가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을 세워 똑같이 내려서 먹이는 것만으로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지역마다 제대로 된 ‘맞춤형’ 해법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둔 지금, 여전히 로컬 의제는 뒷전으로 밀린 상황에서 그 실마리를 제공할 책이 출간됐다. 

“어쩌다가 사람들이 떠난 도시에 핀 꽃들을 보게 됐다 (...) 궁금했다. 누가, 대체 왜 이런 곳에 꽃을 피우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 이 많은 꽃들을 피워내기까지 다른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또 어디에 어떤 꽃들을 심고 가꿔나갈 생각인지.. 그래서 내가 물어보기로 했다” p13

서울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삶을 사는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로컬에서 꽃을 피우는 발자취를 따라갔다.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이 도시마다 점 하나를 찾아 살핀 책이었다면, 신간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는 도시 여기저기에 흩어진 여러 점들을 찾고 이어가며 그 점들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본 책이다. 몇몇 도시에서 더 오래 머물며 느긋하게 사람들을 만났다. ‘로컬 생태계’의 현실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려 한 첫 번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로컬이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로컬에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일거리를 찾거나 만들어서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더 나은 삶’을 살면서 로컬 꽃을 피우는 이들과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다양하게 협력하는 이들도 있다. 

주저자인 윤찬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은 2월부터 8월까지 여섯 달 동안 공주 봉황동ㆍ반죽동을 시작으로 군산 개복동과 영화동ㆍ월명동, 부산 영도 곳곳, 속초 동명동ㆍ교동 그리고 거제 장승포동을 돌았다. 기업 가치 창업가와 로컬 크리에이터, 중앙ㆍ지방정부 공무원과 지방의원, 연구자와 중간지원기관 활동가, 문화예술인, 임팩트 투자사와 사회기관 대표, 대기업 CSR 담당자 등 약 70명을 만나 그들의 관계와 발자취를 다섯 개의 이야기로 담아냈다. 공저자인 심병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책임연구원도 충청북도 청주와 충주 곳곳을 돌면서 10여 명을 만나 이야기 하나를 보탰다.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는 예쁜 꽃의 모습만 담아내지 않았다. 꽃이 비바람에 흔들리듯 하루하루 로컬에서 경험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로컬을 지키고 꽃을 피우려 애쓰는 이들의 분투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로컬이 다시 번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완의 성공담’이기도 하다. 

로컬은 특색이 묻어나는 각기 다른 그곳만의 길이 있다. 다양한 사례를 탐구하며 로컬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로컬 꽃이 피었습니다 = 윤찬영, 심병철 지음/Storehouse 펴냄/364쪽/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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